2015 한국연극평론가협회 '올해의 연극 베스트3' 시상식

   
▲ 21일 오후 서울시 종로구에 있는 대학로 예술가의집 2층 다목적홀에서 한국연극평론가협회 '2015 올해의 연극 베스트3' 시상식이 열렸다. 시상식 후 단체 촬영이 진행됐다.

[문화뉴스] "돌아가신 임홍식 배우님께 이 영광을 돌리고 싶다."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 '비포 애프터', '믿음의 기원2: 후쿠시마의 바람'이 한국연극평론가협회(이하 협회)가 주는 2015 '올해의 연극 베스트3' 수상작이 됐다. 21일 오후 서울시 종로구에 있는 대학로 예술가의집 2층 다목적홀에서 한국연극평론가협회 '2015 올해의 연극 베스트3' 시상식과 송년회가 진행됐다. '올해의 연극 베스트3'는 지난해 12월 1일부터 올해 11월 30일까지 국내 무대에 오른 연극을 대상으로 협회원들이 투표해 공연예술로서 미학적 성과가 가장 뛰어난 작품을 뽑는다.

국립극단의 고선웅 각색·연출 작품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에 대해 협회는 "무대, 연기 모두 완성도가 높았지만, 특히 중국의 경극 액팅과 무대를 활용한 연출은 신선하면서도 객석을 압도했다"고 밝혔다. 이어 "고선웅 연출 특유의 희극적 재치와 사유는 물론, 현대적인 재해석, 무대연출, 연기앙상블 등 예술성과 대중성을 고루 갖춘 탁월한 공연"이라고도 표현했다.

본지 박정기 평론가는 "'조씨고아'는 고아를 중심으로 고아를 지키려고 하는 인물과 고아를 찾아 없애려고 하는 인물 간의 갈등을 통해 유교적인 봉건사상과 권선징악을 보여 주고 있다"며 "따라서 이 작품은 죄 없이 박해당하는 선량하고 올바른 사람을 구하려는 정의 실현에 대한 공감대 형성으로 동서고금에서 많은 반향을 일으켜 왔다"고 밝혔다.

고선웅 연출의 건강상 문제로 대리수상을 한 김윤철 국립극단 예술감독은 "행복하게 연습을 준비했고, 정말 화목하고 바람직한 과정을 겪어서 만들어낸 작품"이라며 입을 열었다. 이어 "중국의 셰익스피어라고 하는 기군상 작가의 작품을 고선웅 연출자가 한국적 감각을 넣었다. 여기에 심플하지만 효과적인 무대를 보여줘서 우리에게 좋은 감정을 남겼다. 또한, 하상광 배우 등 여기 자리한 모든 연기자가 5~6kg의 체중감량을 통해 작품을 만들었다고 이야기했다.

   
▲ 김윤철 국립극단 예술감독이 대리수상 소감을 남기고 있다.

한편, 이 작품은 故 임홍식 배우가 지난달 19일, '공손저구'를 열연한 후 심근경색으로 세상을 떠나 안타까움을 더하기도 했다. 김윤철 예술감독은 "저희가 이 상을 받으면서 기쁘다고만 말씀드릴 수 없는 것이 있다. 마지막 공연을 3일 남겨두고 임홍식 배우가 자기 파트를 마친 다음에 무대에 내려와서 잠깐 쉬다가 의식을 잃었고, 세상을 떠났다. 저로선 뭐라 할 말이 없었다. 평론하면서 무대서 배우가 죽는 것이 행복한 것이 아니냐고 말하는데, 속 편한 소리였다. 그 아픔과 상실은 매우 컸다. 돌아가신 임홍식 배우님께 이 영광을 돌리고 싶다"고 전했다.

두산아트센터와 크리에이티브 VaQi가 공동제작한 '비포 애프터'에 대해 협회는 "세월호의 이야기에서 끝나지 않고 이제껏 우리의 현대사 속에서 자행된 국가적 폭력과 강요된 망각 속에서 현재 한국사회가 어떤 무력증과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는가를 보여줬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이어 "지난해에도 '남산도큐멘타'로 베스트3에 뽑힌 바 있는 이경성 연출의 이번 작품은 주제나 형식에서 보여주는 동시대적 미학은 올해의 수상작이 되기에 충분하다"라고 이야기했다.

이경성 연출은 연출 노트를 통해 "세월호 사건에서 출발한 이 작품은, 일어난 사건의 의미가 아니라 일어난 사건 그 자체를 바라보기 시작했을 때 우리들의 생각도 작업도 하나의 줄로 꿰어지기 시작했다. 국가와 나, 생명과 숨, 진정성과 몸, 그리고 너. 이런 화두들이 점차 작품의 맥락을 만들어 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공간의 역사, 미디어, 몸 등을 연구해 이를 바탕으로 '공연 언어'를 만들어 간다. '비포 애프터'에선 돌이킬 수 없는 사건 전후에 놓인 공적, 사적인 기록과 기억을 발굴해 우리의 일상 속 감각들과 연결했다.

   
▲ 이경성 연출의 '비포 애프터'가 '올해의 연극 베스트3'에 올랐다.

지난해 시상식 중에도 눈물을 보였다며 입을 연 이경성 연출은 "올해는 진득하게 이야기하겠다"며 "극단 식구들과 두산아트센터 PD님 모두 감사드린다. 주제로 했을 때, 민간극장이기 때문에 그런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고 했지만 많은 부담감이 있었을 것이다"라며 이야기한 후 눈시울을 붉혔다. 다목적홀에선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는 "내색하지 않으시고, 예술가만 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하라고 할 때 감사하게 생각했다"고 수상소감을 이어갔다.

이경성 연출은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으로 상을 받은 고선웅 연출에 대한 인연도 소개했다. 그는 "오늘 안 오셨다고 하는데 고선웅 연출님을 5년 전 또 다른 시상식에서 뵀었다. 지치지 말라고 이야기해주셨다. 재차 강조하면서 지친 표정으로 말씀해주셨다"고 말한 후 "오늘같이 수상을 하게 되면서 그 말을 생각해봤다. 오늘날 지금 예술가를 지치게 하는 것은 무슨 요인 때문 이었을까? 자신이 하고 싶은 말들을 자신의 내면의 기준으로 하지 못하고 다른 방해를 받을 때 지치게 되지 않느냐는 생각을 했다. 연극을 한다는 것은 오지 않은 미래에 대해, 다가오는 미래에 대해 사유를 하는 것이다. 많은 선생님, 동료들께서 자신의 내면에 준거해 자신이 할 수 있는 말을 하는 예술계 사회가 올 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실천해주시길 간곡히 바란다"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끝으로 상상만발극장 제작, 박해성 작·연출의 '믿음의 기원2: 후쿠시마의 바람'에 대해 협회는 "그동안 인간의 갈등에 주력했던 연극의 패러다임에 인간의 힘 밖에 있는 거대한 재해를 끌어들인 점"을 평했다. 극단 '상상만발극장'은 인간이 지니고 있는 내면의 세계를 탐구하며, 지난 2011년부터 '믿음'이라는 키워드로 세계를 바라보는 여러 갈래의 시선을 희곡 텍스트로 제작해 이를 무대에 담아냈다. '믿음의 기원 2: 후쿠시마의 바람'은 극단이 제작하고 있는 '믿음'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으로 세계를 통용하는 진리라 일컬어지는 과학에 대한 믿음의 기원을 추적했다.

박해성 연출은 "상을 받는 게 처음"이라며 "며칠 전 연극 '외계인들'과 영화 '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를 봤다. 작품을 분석하고 따라 하지 못 할 정도로 바뀌고 있고, 이것을 어떻게 따라가지라는 순수한 관객의 마음으로 보게 됐다. 올해는 내가 봤던 공연마다 객석이 가득 차고 표가 없음 못 볼 정도의 공연도 매우 많아졌다. 만석의 극장에 있으면 샘이 난다. 내가 공연하는 극장엔 텅텅 비어 있다"고 말해 자리를 한 인사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 박해성 연출이 '믿음의 기원2: 후쿠시마의 바람'으로 '올해의 연극 베스트3'을 받았다.

이어 "뱀도 풀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시기와 질투의 똬리를 갖고 있었다. 그 경계에서 글을 쓰고 작업을 하는 일은 굉장히 어려운 일로 알고 있다. 실제로도 어려웠다. 이 창작이 과연 누구에게 닿는 것인지 듣는 사람은 있는지, 동료들을 의심하거나, 연극을 떠나고 싶었고, 적으로 만들기도 한 상황이 있었다. 경계에서 글을 쓴다는 것은 정말 날카롭고 위태위태한 것 같다. 편안한 내 편과 적을 만들 수도 있는 글을 쓰는 평론가 선생님들을 존경하게 된다. 내가 상을 받아서 이런 말을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다시 한 번 폭소를 자아냈다.

박 연출은 "경계에 있는 작업을 응시해주시는 덕분에 저희 같은 경계의 사람이 큰 힘을 얻는다"라며 "우리 연습실은 페이스북에 올라와 있는 다른 프로덕션처럼 행복해 보이지 않는다. 공연 중 힘 빠지는 순간도 있었다. 그런 순간을 버텨준 동료들이 훌륭하다"고 소감을 마무리했다.

문화뉴스 양미르 기자 mir@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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