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 브로콜리 너마저에서 베이스와 유머(!)를 담당하고 있는 덕원.

'울지 말고 잠이 들면 아침 해가 날아들 거야, 알잖아.' (브로콜리 너마저, '다섯 시 반')
'바닥에 남은 차가운 껍질에 뜨거운 눈물을 부어 그만큼 달콤하지는 않지만 울지 않을 수 있어.' (브로콜리 너마저, '유자차')

  

그들만의 방식으로 다양한 주제의 곡을 쓰지만, 누구에게나 와 닿는 말을 건네는 사람들. 무심하게 마음을 톡 건드려, 결국엔 눈물이 툭 떨어지게 하는 사람들. 담담하지만 따뜻하게 노래하는 모던록 밴드 브로콜리 너마저가 2년간의 공백기를 마치고 지난 12월 '잊어야 할 일은 잊어요'라는 제목의 공연으로 돌아왔다.

   
▲ '잊어야 할 일은 잊어요' 공연 포스터. ⓒ 스튜디오 브로콜리

'잊어야 할 일은 잊어요'는 이번 공연 제목이자, 휴식기 전 마지막 단독공연 때 팬들에게 들려줬던 신곡의 제목이기도 하다. 공연은 12월 25일부터 27일까지 3일간 홍대 웨스트브릿지 라이브 홀에서 진행됐다.

   
▲ 잔디가 키보드를 연주하는 모습은 마치 춤추는 한 마리 나비와 같다.

브로콜리 너마저는 앵콜 4곡을 포함, 총 23곡을 연주하며 120분이 훌쩍 넘는 시간 동안 팬들과 함께했다. '사랑한다는 말로도 위로가 되지 않는', '졸업', '보편적인 노래'와 같이 브로콜리 너마저 하면 떠오르는 주요 히트곡들, '봄이 오면', '이젠 안녕'과 같이 공연에서 한층 진가를 발휘하는 록킹한 느낌의 곡들, '두근두근', '유자차'와 같이 여성 멤버들의 매력을 엿볼 수 있는 곡들을 만날 수 있었다.

2년 만에 선보이는 공연은 이들의 지난 행보를 되짚어보는 시간이기도 했다. "누군가가 앞으로 어떤 말을 할지 궁금할 때, 그가 직전에 했던 말을 돌이켜보는 것이 좋은 힌트가 된다"는 덕원의 말과 함께, 브로콜리 너마저는 2012년 가장 마지막으로 발매한 EP 앨범 '1/10'의 모든 수록곡을 들려줬다. 이어서 예전 공연에서 들려줬던 미발표곡 '잊어야 할 일은 잊어요', '공업탑'과 이번 공연에서 처음 연주한다는 '단호한 출근'까지 선보였다. 브로콜리 너마저의 과거와 현재, 미래까지 한눈에 만나볼 수 있는 기회였다.

   

▲ 앵콜곡으로 꾸꾸꾸를 부르는 브로콜리 너마저. 왼쪽부터 덕원(베이스), 향기(기타), 류지(드럼), 잔디(키보드).

이번 공연에는 브로콜리 너마저 만의 세심한 기획이 돋보였다. 셋 리스트가 23곡에 달했을 뿐만 아니라, 그 안에는 '두근두근', '꾸꾸꾸' 등을 듣고 싶다던 팬들의 의견이 적극적으로 반영됐다. 특히 '꾸꾸꾸'는 모든 멤버가 무대 앞으로 나와서 마이크 없이 부르며 관객들과 함께 했다.

특히 깜짝 선물 같았던 '앵콜요청금지'는 공연 당일에 갑작스럽게 연주하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색다르게 편곡한 '마침표', '다섯 시 반' 등의 곡도 이번 공연에서만 볼 수 있는 특별한 재미였다. "'단호한 출근'을 듣고 단호하게 집에 돌아가시라"고 해놓고 3일 내내 사인회를 진행하기도 했다.

또한, 이번 공연에서도 기존의 단독공연에서와 같이 적절하게 영상이 활용됐다. 그중에서도 미발표곡 '단호한 출근'에는 이른 새벽 출근길을 담은 영상이 함께해, 처음 듣는 곡을 더욱 깊게 느낄 수 있었다. 영상 속 덕원의 연기를 보는 것도 또 하나의 재미였다. 그뿐만 아니라 관객들의 모습을 담은 영상을 그날그날 공연이 끝난 후 SNS를 통해 업로드하여, 공연을 다시 한 번 되새길 수 있었다.

 

   
▲ 관객들의 모습에서 공연 현장의 분위기를 그대로 느낄 수 있다. ⓒ 스튜디오 브로콜리

브로콜리 너마저의 팬들은 꽤 무덤덤한 편이다. 공연이 시작하길 기다리는 동안은 조금 삭막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불이 꺼지고, 무대에 막이 오르면 관객들이 브로콜리 너마저의 팬이라는 이름 아래 한 자리에 오순도순 모여든다. 곳곳에서 나지막이, 하지만 분명하게 다 같이 노래를 따라 부른다. 이곳 특유의 동질감과 따뜻한 분위기는 공연장에서 관객들이 만들어나가는 또 하나의 매력이다.

'잊어야 할 일은 잊어요'는 그동안 기다려준 팬들에 대한 미안함과 고마움이 담긴 손편지와 같은 공연이었다. 이들의 곡 '손편지'의 가사처럼 열 몇 자 되는 말에 큰 의미는 없을지도 모르지만, 브로콜리 너마저는 그 작은 몇 글자 속에서도 수없이 많은 이야기를 만들어나갈 것이다. 한층 더 성숙한 감성과 노련한 모습으로 돌아온 브로콜리 너마저의 앞으로의 행보를 응원한다.

 

[글] 문화뉴스 김소이 기자 lemipasolla@mhns.co.kr

[사진] ⓒ hyujist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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