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보고 쓰는 공연 리뷰 뮤지컬 '인사이드 윌리엄'
진짜 이상해진 햄릿과 줄리엣... 내가 왜 이러지?
자립심 강한 햄릿과 줄리엣, 대본을 벗어나다
[문화뉴스 박한나 기자] 뮤지컬 '인사이드 윌리엄'. 스토리, 음악, 연출까지 셰익스피어도 상상 못할 웰메이드 뮤지컬의 탄생을 알린다.

뮤지컬 '인사이드 윌리엄'은 햄릿과 줄리엣이 '미지의 공간'을 접한 이후, 생기는 유쾌하고 기발한 이야기를 담는다. 세계적인 명작의 탄생을 꿈꾸던 셰익스피어는 '햄릿'과 '로미오와 줄리엣'을 집필 중이다. 그러던 어느 날, 셰익스피어의 방에 불어온 바람에 두 대본은 뒤섞여 버리고 '햄릿'과 '줄리엣'은 대본이 아닌, 정체 모를 '미지의 공간' 입성하게 된다. 미지의 공간 속 햄릿과 줄리엣은 알 수 없는 묘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
한편, '미지의 공간'에서 신이 난 햄릿, 줄리엣과 달리 로미오와 셰익스피어는 당황스럽기만 하다.

'인사이드 윌리엄'은 '작품 속의 인물들이 페이지를 벗어나면 어떻게 될까?'라는 상상에서 시작되었다. 셰익스피어가 만든 이야기 속 햄릿과 줄리엣 그리고 로미오를 작품이 아닌, 자유로운 '미지의 공간'에 두고 주체적인 존재로서 그들이 어떤 일을 하게 될까라는 상상을 풀어낸 것이다.
대본에서 탈출한 햄릿은 더 이상 비장하게 '사느냐 죽느냐'를 외치지 않는다. 다만 주옥과도 같은 글을 남기고 싶어 하는 글쟁이가 되고 싶어 할 뿐이다. 또한 줄리엣은 이룰 수 없는 사랑에 흘리기보다, 손에 칼자루를 잡아들고 용감하게 현실을 마주한다.

어쩌면 누구나 한 번쯤은 생각해 볼 수 있는 재미있는 상상이지만, '인정받을 수 있는 글'을 써야 하는 셰익스피어의 입장에서 봤을 때, 캐릭터들의 '자유의지'는 방해만 될 뿐이다.
그러나 '인사이드 윌리엄'은 모두에게 인정받는 해피엔딩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셰익스피어’와 더 강력한 의지로 스스로 성장하는 ‘캐릭터’들의 만남을 통해, 잃어버린 자신의 조각을 찾아가는 여정을 따뜻하고 유쾌하게 담아냈다.
셰익스피어가 명작을 쓰기 위해 도움을 받는 지침서 '명작, 이대로만 따라 하면 쓸 수 있다'는 마치 '인생, 이대로만 따라 하면 유명해진다'라고 고쳐 쓰고 싶을 만큼 우리의 삶을 비유적으로 담아냈다. 이 비유는 사회가 정한 ‘인생 성공 가이드’를 따라야 한다는 압박 속에서 살고 있는 우리에게 '왜 주목받기 위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스스로 던지게 한다.

'나다운 삶'이 아닌, '모두가 주목하고 바라는 삶'을 살아가는 캐릭터들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혹시 나의 삶도 사회가 쓰고 있는 작품은 아닐까'라는 말도 안되는 상상을 하게 만든다.
물론 '가이드'를 따라간다고 비판할 순 없다. 명작의 주인공 대신 아무도 읽지 않는 평범한 ‘내 이야기’의 주인공으로 남는 줄리엣과 햄릿과 달리 자신의 욕망을 당당히 드러내고 좇아가는 로미오의 모습은 솔직하다 못해 매력적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반면 셰익스피어는 이들과의 만남으로 세상이 원하는 결말 대신 '내'가 원하는 결말을 찾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며, '이대로 충분히 가치 있는 삶'의 의미를 전한다.
![사진=연극열전 [직관 리뷰] '인사이드 윌리엄', 셰익스피어도 상상 못할 유쾌한 웰메이드 뮤지컬의 탄생](https://cdn.mhns.co.kr/news/photo/202103/501747_602869_2712.jpg)
'인사이드 윌리엄'은 이처럼 탄탄한 스토리뿐만 아니라 소극장이라는 공간의 한계를 벗어난 적극적인 무대공간 활용으로 관객들의 눈을 즐겁게 하였다. 또한 다양하면서 서정적인 르네상스 풍의 음악으로 작품의 완성도를 높여 웰메이드 뮤지컬의 새로운 시작을 알렸다.
물론 아쉬움도 있었다. 대사량이 많아서인지 대사를 전달하는데 효과적이지 못한 장면들이 여럿 발견되었다. 또한 원작의 인용구가 나오는 장면 등에서는 작품성을 충분히 느낄 수 있을만한 순간에도 대사의 속도가 빨라 그 의미를 되새기기엔 부족했다.
![사진=연극열전 [직관 리뷰] '인사이드 윌리엄', 셰익스피어도 상상 못할 유쾌한 웰메이드 뮤지컬의 탄생](https://cdn.mhns.co.kr/news/photo/202103/501747_602871_2713.jpg)
한편, 뮤지컬 '인사이드 윌리엄'은 오는 4월 11일까지 아트원씨어터에서 관객들과 함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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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관 리뷰] '인사이드 윌리엄', 셰익스피어도 상상 못할 유쾌한 웰메이드 뮤지컬의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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