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 서사-젠더 다양성 중심, 대극장과는 다른 결의 관람 트렌드

(문화뉴스 주민혜 기자) 대학로 공연계는 지금 여성 관객이 이끌고 있다.
대학로 중-소극장은 규모나 홍보력은 작지만, 실제 공연 소비의 중심은 이곳에서 일어난다. 대형 공연장보다 오히려 대학로에서 더 활발한 관람과 소비가 이어지고 있으며, 이를 주도하는 것은 20~30대 여성 관객이다.
이들이 대학로로 몰리는 이유는 공연의 내용과 분위기 때문이다. 가족, 정체성, 관계의 불균형 등 섬세한 감정과 서사를 다루는 작품이 많고, 대극장에선 보기 어려운 주제도 자연스럽게 등장한다. 여성 관객은 이 무대에서 공감하고, 반복 관람을 통해 시장을 지지한다.
특히 대학로는 퀴어, 젠더, 정신건강, 비규범 가족, 이주 등의 서사에 열려 있다. 대중 시장에서는 다루기 어려운 소재들이 대학로 무대에선 오히려 경쟁력이 된다. 다양한 정체성을 가진 캐릭터와 이야기들이 관객에게 심리적 안전감과 새로움을 동시에 준다.
이런 흐름은 예술적 실험을 넘어서 문화 소비의 흐름 자체를 보여준다. 한국 공연 시장에서 어떤 콘텐츠가 실제 소비되는지 확인할 수 있는 지표가 되는 셈이다.
하지만 대학로의 영향력은 잘 드러나지 않는다. 산업 통계나 미디어 노출은 여전히 대극장 중심이다. 여성 취향 콘텐츠는 과소평가되고, 중·소극장은 SNS 홍보에 의존해야 한다. 실제보다 적게 보이는 구조다.
그러나 지금 대학로는 신인 배우가 성장하고, 새로운 서사가 실험되는 공간이다. 산업 구조가 이를 따라가지 못할 뿐, 관객은 이미 움직이고 있다.
이제는 이 흐름을 보이게 만들 장치가 필요하다. 공연 데이터 수집, 전문 비평 채널, 로컬 공연 지원 같은 구조적인 보완이 요구된다. 변화는 이미 대학로에서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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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뉴스 / 주민혜 기자 press@mhn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