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힘든 시기에 무대에 오를 수 있어서 행복
목멱산59 공연은 또 다른 공연을 준비하는 원동력
장현수, 오는 7월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패강곡’ 공연 준비
[문화뉴스 백현석, 조희신 기자] 열심히 준비한 공연이 끝나고, 관객들은 한가득 즐거움과 감동을 안고 무대를 떠난다. 관객이 떠난 텅 빈 무대를 지켜보는 출연진들의 마음은 어떨까? ‘연극이 끝나고 난 후’라는 노래에 나오듯 음악 소리도 분주히 돌아가던 세트도 다 멈춘 무대에 정적만이 남았을 것을.

지난 5월 29일, 30일 양일간 국립극장에서 펼쳐진 ‘목멱산59’ 공연에서 ‘농가월령가’를 바탕으로 국립무용단 수석무용수 장현수 안무가를 비롯한 참가 무용수들이 뜨거운 에너지를 한껏 발산했다. 모든 것을 쏟아낸 후 이들은 어떤 느낌을 받았을까.
‘목멱산59’ 공연이 끝난지 2주 후인 8일 오후, 공연에 참가했던 장현수 안무가와 무용수들을 극단 들숨 사무실에서 만나 공연 준비과정과 그 간의 소회를 들어보았다.
이날 인터뷰에는 안무를 담당한 장현수 안무가와 견우직녀에서 직녀역을 맡은 이승아, 동백꽃의 꽃잎 역할을 맡았던 한예진, 여러 군무 장면에 출연한 박하영 무용수가 참여하였다. <인터뷰는 방역수칙을 준수하여 진행되었다. 편집자 주>

Q 목멱산59 공연이 끝난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여운이 남았을 것 같습니다.
한예진: 그동안 다른 공연 없이, 목멱산59 공연만 열중하고 있었기에 마치고 나니 공연이 끝났다는 게 더욱 실감이 났어요.
이승아: 오랜만에 관객과 만났던 무대라 그런지 더 큰 여운이 남는 거 같아요. 매일 연습실에서 서로 마주 보고, 힘들고 즐거운 모든 시간을 함께한 목멱산59 무용수들과 안무가 선생님을 일주일 넘게 안 보니, 허전해지고 보고 싶은 생각이 많이 드네요.
박하영: 목멱산59 공연은 모내기, 빨래, 행성이라는 이미지가 뚜렷합니다. 그래서 공연에 관련된 물건이나, 단어들을 생각하게 되면 그때 공연 장면들이 생각이 나서 오래도록 여운으로 남을 거 같아요.
장현수 안무가: 이승아 무용수가 말했던 것처럼 저도 무용수들을 매일 보다가 못 보니 공허하고 허전하네요. 공연을 마치고 서로 그동안의 고생을 위로하고, 아쉬운 점도 말하는 시간을 가져야 했는데, 사회적 거리두기 때문에 뒤풀이를 못 한 것이 조금 아쉽네요.
마스크가 다 젖을 만큼 열심히 준비한 무대, 후회는 없다!
Q 공연 준비과정을 보면 마스크를 쓰고 힘들게 연습했던 것 같습니다. 연습 과정에서 있었던 에피소드나 힘들었던 점은 무엇이었을까요?
한예진: 마스크도 젖을 수 있다는 것을 연습하면서 처음 알았어요. 장시간 마스크 착용 때문에, 트러블이 쉽게 나지 않는 피부임에도 불구하고 트러블이 올라와서 고생을 했어요.(웃음)

이승아: 저는 듀엣을 할 때 감정을 공유하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요. 상대방의 표정 하나하나 놓치지 않으려고 하는데, 마스크를 착용하고 연습해서 상대방의 감정을 느끼기가 어렵더라고요. 연습하는 동안 모든 감정을 상대에게 전달해야 하는 것이 가장 힘들고 어려웠습니다.
박하영: 연습 과정에서 구르기 동작을 하다가 다른 무용수와 이마를 부딪쳐 혹이 났던 게 가장 기억에 남네요. 지금은 웃어넘길 수 있지만, 그 당시에는 정말 충격을 받았어요. 그래서 그 부분을 연습할 때 조심해서 연습했고, 공연 때도 집중하면서 동작을 했습니다.

Q 안무가로서 공연을 준비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어떤 것이지요.
장현수 안무가: 작품을 할 때마다 대본에 있는 것을 어떻게 무용으로 적용해야 관객들에게 더 와 닿고 소통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가장 많이 합니다. 그래서 이번 작품에서도 무용수들에게 어떻게 이해시켜야 하는지, 어떻게 해야 관객들이 몰입하고 이해가 되는지 등의 고민을 많이 했답니다.
Q 힘든 연습 과정대로 무대에서 잘 표현이 됐다고 생각하시는지.
한예진·이승아·박하영: 힘들었던 과정도 있었지만, 무용수들의 열정과 노력, 무대의 절실함 등이 작품에 스며들어 표현됐을 거로 생각해요. 무대의 조명과 관객들의 에너지를 받아 다들 열심히 공연에 임하며 밝게 빛나는 것도 충분히 느꼈습니다.
장현수 안무가: 단기간 만나고 공연을 하는 상황 속에서 누구 하나 빠짐없이 최선을 다한 모습을 옆에서 보았기에 무대에서도 의심할 부분 없이 잘 해줬습니다.
Q 무대에서 오랜만에 관객을 만났을 것 같은데, 어떤 느낌이었는지.
이승아: 작품을 준비하면 당연히 힘들고 지치는 일이 있기 마련이에요. 그런 일들이 관객과 만나면서 위로됐으며, 무대에 대한 설렘을 더욱 느끼게 해줬습니다.

박하영: 이번 목멱산59 공연이 국립극장 하늘극장에서 열렸었는데, 원형 무대라서 어느 곳이든 관객이 잘 보였습니다. 그런데 관객들이 지루하지 않고 저희에게 집중해 주셔서 저희도 아낌없이 에너지를 사용해 공연에 임했네요.
장현수 안무가: 저도 공연을 보면 늘어지고 의자에 기대게 되는 경우가 있어요. 하지만 관객들이 그런 경우 없이 유심히 보면서 즐기는 것이 보이더라고요. 공연에 사용했던 음악의 효과도 큰 거 같아요. 몇 명 관객이 발로 음악을 맞추며 즐기는 모습을 보고 행복감도 느꼈습니다.

목멱산59 공연은 또 다른 공연을 준비하는 원동력이 됩니다
Q 본인들에게 이번 공연은 어떤 의미로 남았을까요? 각자 얻은 게 있다면?
한예진: 현대무용을 하다가 한국무용을 처음 접하게 돼서 어떻게 호흡을 맞춰야 하고 끌어내야 하는지에 대해 어려워했습니다. 하지만 장현수 안무가께서 도와주시고 조언을 해준 덕분에 조금씩 찾을 수 있었습니다.

이승아: 이런 시기에 아무 탈 없이 공연을 마쳐서 그런지, 무대도 사람도 모든 시간이 소중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저는 작품을 끝냈을 때 잘했을 거라 생각을 하지만, 항상 아쉬움이 남더라고요. 하지만 대개 이 아쉬움은 다음 작품을 준비하는 과정에 원동력이 됩니다. 이번 공연에 아쉬움도 다음 공연을 위한 원동력이 됐으며, 행복감도 얻고 가는 거 같아요.
박하영: 대학원 1학년이라 학교 위주에 공연에만 집중하다가 오랜만에 외부 공연을 해서 너무 즐겁고 행복한 경험을 얻었습니다. 또한, 장현수 안무가분을 만나 배우면서 제 춤에 집중하는 법을 깨닫게 돼 좋은 공부가 된 거 같아요.

Q ’17년부터 동·서양 음악의 결합, 다양한 춤사위 등 장르의 결합으로 목멱산 59공연은 이어지고 있습니다. 안무가 장현수에게 ‘목멱산 59’는 어떤 의미일까요?
장현수 안무가: 처음 목멱산59 제목을 처음 들었을 때는 무슨 내용인지 짐작이 안 됐지만, 기획하신 대표님께 설명을 듣고 난 이후에는, 저만의 남산 사계절의 이야기를 만들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기더라고요. 그 이유는 국립극장에서 활동하고 남산 밑에서 생활을 하기에 가능한 거 같아요.

첫 목멱산59 공연과 두 번째 공연, 그리고 이번 공연까지 전혀 다른 이야기의 작품이지만, ‘남산의 사계절’, ‘어머니의 마음’, ‘우리 생활’ 등의 기본적인 것은 같기에 이제는 떼 놓을 수 없는 자식 같은 작품이에요. 이번 공연은 이때까지 한 것에 더한 결과물이라 생각하시면 될 듯싶습니다.
Q 다른 공연들과 다르게 무대 배경에 영상을 상영해 관객들에게 선보였는데요.
장현수 안무가: 몇몇 다른 작품들의 영상을 보면, 어떤 의미가 담긴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아 애먹은 적이 가끔 있었습니다. 하지만 목멱산59 공연에서 사용한 영상은, 그런 부분 없이 제작됐기에 영상을 통해 어떤 춤 동작을 하고 있는지 관객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었지 않았나 싶습니다.
이외에도 저도 영상을 보고 나서 작품 내용에 대해 이해도가 더 높아져 작품을 만드는데 좀 더 수월하게 했습니다.

Q 앞으로의 계획은?
장현수 안무가: 조선 당대 최고의 시인인 백호 잉제의 패강곡에 내재된 시적 표현과 현대적인 가치를 춤으로 풀어낸 작품 ‘패강곡’이 오는 7월에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공연하게 됩니다.
전통과 클래식 음악의 만남으로 어떤 효과가 나타나는지 기대가 되네요. 이번 목멱산59 무대가 남달랐다고 생각이 드는데, ‘패강곡’ 역시 다른 작품들보다 남다를 거라 장담해요.
또, 9월에는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전통 공연을 할 예정입니다. 이 공연은 오로지 한국전통무용에 승부하기 때문에 관객들이 한국전통무용은 ‘이런 거구나’를 많이 느끼길 바랍니다.

한예진: 한국무용협회에서 주최하는 전국무용제에서 인천팀 예선으로 참가하게 돼 준비하고 있습니다. 아직 출품한 적이 없지만, 안무도 직접 만들고 있기에 내년에는 안무가로서의 활동도 계획하고 있어요.
이승아: 장현수 안무가께서 좋게 봐주셔서 이번에도 오는 7월에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열리는 ‘패강곡’작품에 나올 예정입니다. 작년에는 안무가로서 출품도 했기에, 앞으로는 무용수 이승아로 좋은 모습으로 보여드리고 싶어요. 그렇기에 다양한 무대와 좋은 작품들로 관객과 만날 예정입니다.
박하영: 예술인 인력지원사업 무용 분야에 기회가 돼서 5개월간 현대무용단 무용수로서의 활동할 예정이에요. 앞으로도 배우며 더욱 성장할 수 있는 무용수가 되기 위해 여러 활동에 임하면서, 학교 공연에도 집중할 계획입니다.

관객이 떠나버린 무대에 텅 빈 객석에 앉아서 허탈함을 지울 수 없었다는 노래 가사와는 달리, 목멱산59 공연을 마치고, 모든 것을 쏟아 낸듯해 보였던 무용수들은 이제는 또 다른 공연에 관한 생각에 들떠 있었다.
젊은 무용수들과의 인터뷰를 마치면서 무대에 대한 열정을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이들의 열정과 노력에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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