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무 최진욱, 연출 정구호가 참여한 국립무용단 대형 신작
국내 최고 제작진과 협업, 20-21 시즌 대미를 장식
장르 구분 없이 ‘대한민국 무용의 현재’를 풍부하게 담아낼 무대

[문화뉴스 문수인 기자] 대한민국 무용의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는 국립무용단이 전통 기악 독주 양식인 ‘산조’에 맞춰 6월 24일(목)부터 26일(토)까지 국립극장에서 공연한다.
한국무용과 현대무용이 융합되어 서로의 틀을 깨고 비대칭적이며 비정형화된 한국적 아름다움을 재해석한 무대가 펼쳐지게 된다.
한국의 것인데도 한국무용이 멀게 느껴졌던 건, 공연을 경험하기까지의 장벽이 높기 때문이라 생각해왔다. 하지만 이번 ‘산조’ 공연을 관람하며 생각보다 우리 주변에는 한국무용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가깝게 있었고, 한 번 빠지면 그 맛을 알게 된다는 것도 느꼈다.
총 3막 9장을 구성된 ‘산조’는 흰 종이 위에 물감 한두 방울씩 떨어트리다가 한 폭의 그림을 그려나가는 과정 같기도 했다. 어떤 그림으로 완성될지 전혀 예상치 못한 기대감으로 찾아갔지만, 상상을 비틀고 생각을 전환시킨 특별한 감동과 진한 여운을 선사했다.

1막은 산조의 시작을 알리는 고수의 북 장단으로, 단순하고 담백한 선율이다. 거문고와 장고의 산조 음악과 함께 캐릭터 포스터의 의상을 입은 여성 무용수가 정제된 움직임을 보여준다.
이때 무대엔 지름 6미터의 커다란 바위가 매달려 있다. 차올랐던 숨을 고르고 뜬 마음을 내려놓게 한다. 자신의 무게를 견디고 허공에 있는 바위는 우리나라 전통의 철학적 본질을 담고 있었다.
‘전통’이라는 것의 무게, 그리고 ‘전통’을 지키고자 하는 책임이 바위라는 오브제로 구현되었음을 느꼈다.

2막 ‘극단’에서는 1막과 완전히 상반된 에너지를 보여준다. 끝까지 미쳐 더 나아갈 데가 없는 지까지 이른다는 주제처럼 불균형의 움직임과 음악의 불협화음으로 무용수들은 모였다 끝까지 흐트러트렸다가, 다시 조였다가 끝까지 풀어진다.
한 편의 수묵화를 위해 번지고 흐트러지는 과정을 담아
그 자유를 연결하는 시각적 요소로 가로 40cm부터 3m까지 다양한 길이의 막대가 소품으로 쓰여 시선을 집중시킨다. 어디서도 볼 수 없었던 규칙 속 무용수들의 즉흥적인 움직임이 마음속에 저장될 만큼 인상 깊었다.
중간에는 한 무용수가 긴 막대 소품을 이용해 짧은 독무를 펼치는데, 흩어짐으로써 깨진 파편이 무대 위에 오른 것 같기도 했다. 흩어짐이 있어 모이게 되고 모임이 있음으로 흩어지게 되는 끝없는 고리 속을 벗어난 작은 파편의 이야기를 담아냈다고 생각했다.

3막 ‘중도’는 2막의 양극화에서 결국 한곳으로 모이게 되는 것 같았다.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산조를 일렉트로닉 선율에 담아 춤과 음악이 불협과 화음 속에서 새로운 균형을 만들어 나갔다.
무용수들은 검은 내의와 흰 천을 망토처럼 겉에 걸쳤는데 마치 한지 위에 먹으로 그린 동양화 속 피사체들 같았다.
‘흩어질 산(散)’, ‘가락 조(調)’를 뜻하는 이름 그대로 ‘흩어진 가락’ 혹은 ‘허튼 가락’으로 풀이되는 ‘산조’의 마지막은 한 편의 수묵화를 위해 번지고 흐트러지는 과정을 담아낸 것 같기도 했다.
다른 움직임을 가진 무용수들의 즉흥적인 안무가 새로운 균형의 미학으로 완결되며 체험해보지 못한 감정과 여운을 남겼다.

안무가 최진욱은 ‘산조’의 묘미가 ‘즉흥’에서 나오는 것이라 생각해 음악과 함께 하며 몸이 이끄는 대로 안무를 구상했다고 한다.
여기에 현대무용을 하는 협력안무가 임진호가 다른 관점에서 전통과 몸의 언어를 바라보며 새로운 움직임을 제안, 한국무용에 기발한 발상을 더한 차별화된 움직임을 완성했다.
여백의 미를 체험할 수 있는 무대였고, 쓰고 있던 색안경을 벗게 한 가치 있는 공연이었다. 듣는 춤을 구현하고자 한다는 목표에 걸맞게 무대와 오브제, 소품과 의상은 무용수의 몸짓에 함께 장단을 맞추고 있었다.
21세기,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산조’는 ‘대한민국 무용의 현재’에 대한 보고서가 되기도 할 것이다. 한국무용이 가진 전통성의 화력을 어떻게 키워내고 지켜낼 것인가에 대한 계획과 책임을 무대에서 엿볼 수 있었다.
한편, 국립무용단의 ‘산조’는 6월 24일(목)부터 25일(금) 오후 7시 30분, 26일(토) 오후 3시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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