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덕궁과 일월 오봉도의 재해석
그 장소이기에 가능한 건축을 하고 싶은 건축가, 준 미쯔이(Jun Mitsui)

[문화뉴스 임나래 기자] 센터필드 역삼은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를 연결하는 "타임리스(timeless) 디자인"을 통해 오래도록 질리지 않는 건축을 추구한다.

구 르네상스의 흔적을 건물 곳곳에 남기며 과거의 건물을 현재로 잇고, 가장 한국적인 창덕궁과 일월 오봉도 그림을 재해석하여 현재 건축물로 남겼다.

테헤란로의 풍경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채 디테일을 차별화하여 미래에도 "좋은 건축"이라고 불리우고 싶다는 센터필드 역삼. 설계 디자인에 숨겨진 이야기들과 센터필드의 설계를 맡은 미쓰이 준(Jun Mitsui) 건축가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구 르네상스 호텔의 흔적에서 창덕궁의 배치까지

센터필드 역삼의 전체적인 디자인은 구 르네상스 호텔의 디자인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고 한다. 테헤란로 면에 접한 건물의 배치, 두 동으로 이루어진 건물의 구성, 공개 공지의 특성과 레이아웃, 입면의 레이어가 3중으로 겹쳐져 있는 듯한 모습, 그리고 기단부에 표현된 곡선의 미까지.

센터필드 역삼/사진=미쯔이 준 앤 어소시에이츠 아키텍츠 (Jun Mitsui & Associates Inc. Architects) 제공
센터필드 역삼/사진=미쯔이 준 앤 어소시에이츠 아키텍츠 (Jun Mitsui & Associates Inc. Architects) 제공

 

구 르네상스 호텔의 3분할된 입면을 센터필드에서는 황금비율을 따르는 대-중-소 3겹의 레이어로 재해석되었다. 또한 휴먼스케일(human scale; 인간의 몸 크기를 기준으로 하여 정한 공간의 척도)의 시선에서 석재로 표현된 곡선의 기단부 볼륨들은 구 르네상스 호텔의 버선에서 영감을 받은 곡선의 미를 연상시킨다. 

 

3분할되어 겹쳐진 입면의 레이어/사진=미쯔이 준 앤 어소시에이츠 아키텍츠 (Jun Mitsui & Associates Inc. Architects) 제공
3분할되어 겹쳐진 입면의 레이어/사진=미쯔이 준 앤 어소시에이츠 아키텍츠 (Jun Mitsui & Associates Inc. Architects) 제공

 

건축가 미쯔이 준씨는 우리나라의 좋은 점을 찾을 때 경복궁과 창덕궁 같은 옛 건물에서 우리나라만의 매력적인 요소를 찾는다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한 넓은 광장/사진=미쯔이 준 앤 어소시에이츠 아키텍츠 (Jun Mitsui & Associates Inc. Architects) 제공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한 넓은 광장/사진=미쯔이 준 앤 어소시에이츠 아키텍츠 (Jun Mitsui & Associates Inc. Architects) 제공

센터필드의 경우에는 창덕궁이었다. 창덕궁의 앞쪽에 많은 사람이 오가는 넓은 광장이, 그리고 뒤편에는 사색적인 숲 같은 공원이 위치한 것을 보게 되었다고 한다.

센터필드도 창덕궁처럼 앞쪽의 넓은 광장에는 많은 사람이 와서 다양하게 무언가를 할 수 있는 공간으로, 그리고 뒤편에는 축구장 크기의 반 정도 되는 숲 같은 정원을 만들어 성격이 다른 두 개의 공개 공지가 조성되어있다. 

 

뒤편에 위치한 숲틀 연상시키는 또다른 공원/사진=미쯔이 준 앤 어소시에이츠 아키텍츠 (Jun Mitsui & Associates Inc. Architects) 제공
뒤편에 위치한 숲틀 연상시키는 또다른 공원/사진=미쯔이 준 앤 어소시에이츠 아키텍츠 (Jun Mitsui & Associates Inc. Architects) 제공
다양하고 많은 수목을 심어 현대인들에게 쉼터가 되길 바라는 뒷편에 위치한 공원/사진=미쯔이 준 앤 어소시에이츠 아키텍츠 (Jun Mitsui & Associates Inc. Architects) 제공
다양하고 많은 수목을 심어 현대인들에게 쉼터가 되길 바라는 뒷편에 위치한 공원/사진=미쯔이 준 앤 어소시에이츠 아키텍츠 (Jun Mitsui & Associates Inc. Architects) 제공

 

일월 오봉도 속 폭포수를 표현한 외관 디자인

센터필드의 전체적인 디자인은 일월 오봉도 속 2개의 물줄기로 이루어진 폭포수를 표현했다고 한다. 타임리스 디자인을 실현하기 위해 테헤란로의 많은 오피스 건물들처럼 박스 형태의 건물을 유지하지만 디테일에서 폭포를 표현하기 위한 많은 장치적인 요소들이 숨어있었다.

 

폭포수의 투영감, 바위에 부딛히는 물줄기, 그리고 퍼져나가는 물결을 형상화한 센터필드 역삼/사진=ⓒPixabay
폭포수의 투영감, 바위에 부딛히는 물줄기, 그리고 퍼져나가는 물결을 형상화한 센터필드 역삼/사진=ⓒPixabay

 

폭포의 물줄기는 단단한 면의 느낌이 아니라 많은 물살이 겹겹이 떨어지면서 폭포 안쪽이 투영되는 가벼운 느낌이 있다. 때로는 물방울 하나하나가 햇빛을 받아 반짝이기도 한다. 

 

파이프 모양의 핀이 루버를 이루면서 폭포수의 투영감을 나타냈다/사진=미쯔이 준 앤 어소시에이츠 아키텍츠(Jun Mitsui & Associates Inc. Architects) 제공
파이프 모양의 핀이 루버를 이루면서 폭포수의 투영감을 나타냈다/사진=미쯔이 준 앤 어소시에이츠 아키텍츠(Jun Mitsui & Associates Inc. Architects) 제공

 

이를 나타내기 위해 센터필드는 커튼월 유리를 3중으로 겹쳐서 표현했고, 건물 외관의 전체적으로 위치한 수직의 루버를 면이 아닌 파이프 모양의 알루미늄 핀으로 구성해 투영되는 느낌과 햇빛을 받았을 때 보이는 반짝임을 표현하였다. 

 

수직으로 떨어지는 알루미늄의 루버가 석재의 기단부와 만나면서 바위와 부딪히는 폭포수를 나타낸다/사진=미쯔이 준 앤 어소시에이츠 아키텍츠(Jun Mitsui & Associates Inc. Architects) 제공
수직으로 떨어지는 알루미늄의 루버가 석재의 기단부와 만나면서 바위와 부딪히는 폭포수를 나타낸다/사진=미쯔이 준 앤 어소시에이츠 아키텍츠(Jun Mitsui & Associates Inc. Architects) 제공

 

기단부의 석재나 캐노피에 사용된 석재들 역시 폭포수 아래에 있는 바위들을 묘사한 것이라고 한다. 툭 튀어나온 하단의 석재의 볼륨들은 위에서 떨어지는 물줄기로 표현된 루버가 부딪치는 듯한 모습을 나타냈다.

 

바위와 부딪힌 후 퍼져나가는 물결을 형상화한 바닥 랜드스케이프/사진=미쯔이 준 앤 어소시에이츠 아키텍츠(Jun Mitsui & Associates Inc. Architects) 제공
바위와 부딪힌 후 퍼져나가는 물결을 형상화한 바닥 랜드스케이프/사진=미쯔이 준 앤 어소시에이츠 아키텍츠(Jun Mitsui & Associates Inc. Architects) 제공

 

마지막으로 랜드스케이프에서도 폭포수를 찾을 수 있으니 바로 바닥에 표현된 서로 다른 색깔의 일직선 패턴의 블록들이다. 언뜻 보면 불규칙한 패턴으로 보이나, 실제 의도된 콘셉트는 폭포수가 아래에 있는 돌들과 부딪혀 퍼져나가는 물결을 표현한 것이다. 

 


[인터뷰] 건축가 준 미쓰이(Jun Mitsui)

한국의 좋은 미를 살려서 건축을 제안하고 싶어

미쯔이 준 앤 어소시에이츠 아키텍츠(Jun Mitsui & Associates Inc. Architects) 의 대표, 건축가 미쯔이 준 (Jun Mitsui)/사진=미쯔이 준 앤 어소시에이츠 아키텍츠(Jun Mitsui & Associates Inc. Architects) 제공
미쯔이 준 앤 어소시에이츠 아키텍츠(Jun Mitsui & Associates Inc. Architects) 의 대표, 건축가 미쯔이 준 (Jun Mitsui)/사진=미쯔이 준 앤 어소시에이츠 아키텍츠(Jun Mitsui & Associates Inc. Architects) 제공

Q. 해외에서 많은 건축 활동을 하시는데 어떻게 작업을 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어느 나라든 그 장소를 이용하는 사용자들의 라이프스타일에 동화될 수 있는 건물을 계획하는 것에 유념하며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직접 그 장소에 가서 거리의 풍경을 느끼고 라이프 스타일이나 기존의 건물을 바라보면서, 다음 세대에 건축물이 파괴되어 없어져 버리는 것이 아니라 차세대에도 연속성을 생각해 줄 수 있는 계기가 되도록 의식하며 디자인을 하고 있죠. 

 

Q. 디자인 영감은 주로 어디서 받으시나요?

그곳의 문화, 역사, 라이프스타일, 환경 등에서 영감을 받고 있습니다. 그리고 현재 우리의 기술과 영감을 잘 조합해 어떻게 하면 미래로 연결되는 건물을 만들어 갈 수 있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항상 도시 전체를 생각하고 다음 세대에 바통을 전달해 주는 것을 의식하고 있습니다.

 

건축을 하나의 건물로 파악해서는 안 된다.

수백 년 거리의 역사 속에서 우리는 하나의 건물을 채워갈 뿐이다.

건축가는 거리를 만든다는 골을 향해 몇 세대에 걸쳐서 일하는 것이다

-시저 펠리(Cesar Pelli)

Q. 어떤 건축가로 불리길 바라나요?

건축물을 하나의 건물로만 보는 것이 아닌, 건축과 랜드스케이프, 그리고 인테리어 디자인까지 포함한 일체적인 도시의 풍경과 환경을 의식하는 건축가로 봐주셨으면 합니다.

또 디자인한 건물이 기후나 문화의 차이, 사용 방법의 차이로 그 장소에서만 특별한 의미가 있으며, 그 장소이기 때문에 건물의 가치를 알 수 있는 건물을 만들어가는 건축가로 알려지고 싶습니다. 

 

Q. 앞으로 한국에서 활동 계획이 있으신가요?

한국의 건축가가 한국에서 만들어가는 건축과, 다른 나라의 건축가가 한국의 문화를 받아들이며 만들어가는 형태의 건축은 생각의 방식이 조금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즉 저희가 일본에서 계속 일하고 있어 일본의 장점을 깨닫지 못하는 것처럼, 외부의 시선으로 한국을 보면 실제로 멋지고 훌륭한 것들이 아주 많이 잠들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래서 한국의 좋은 점, 거리의 가능성을 발견하며 제안하는 것이 저희의 역할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사람들에게 차가운 오피스가 아니라 따뜻하게 다가가고 싶어 따뜻한 색감의 골드 빛과 베이지 빛이 도는 루버와 기단부의 석재
사람들에게 차가운 오피스가 아니라 따뜻하게 다가가고 싶어 따뜻한 색감의 골드 빛과 베이지 빛이 도는 루버와 기단부의 석재

 

사람들과 단절된 오피스가 아니라 누구나 다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 되고자 휴먼스케일을 중요하게 생각해 사람들의 시선이 닫는 석재나 루버의 색감조차 따뜻한 계열의 색을 사용했다는 센터필드 역삼.

사람들에게 거대한 볼륨으로만 보이는 건물이 아닌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숨은 요소 하나하나가 사람들 기억 속에 남는 재미있는 건물이 되길 바란다.

 

 

<준 미쯔이 (Jun Mitsui) 건축가의 주요 약력>

1978 도쿄대학 공학부 건축학과 졸업 (타츠노상 수상)
1984 미국 예일 대학 건축학과 대학원 졸업/AIA 학생상 및 최우수 작품상 수상
1992 시저·페리건축설계사무소 일본지사, 미쯔이 준 건축설계 사무소 설립
현재  일본 국내 뿐만 아니라, 한국, 중국, 아시아, 미국 등 전세계에 걸쳐서 프로젝트 진행
GOOD DESIGN, BCS상, 한국 건축문화제, 서울건축문화제 등 수상 다수

<대표작>
2009 서울 SANGJI CONSTRUCTION COMPANY HEADQUARTER
2010 서울 YELLOW DIAMOND
2010 도쿄 TOKYO INTERNATIONAL AIRPORT INTERNATIONAL PASSENGER TERMINAL
2012 도쿄 ARKHILLS SENGOKUYAMA MORI TOWER
2014 오사카 ABENO HARUKAS
2014 도쿄 APPLE STORE OMOTESANDO
2014 오키나와 HILTON OKINAWA CAHTAN RESORT
2015 도쿄 SKYZ TOWER & GARDEN
2016 서울 SHILLA IPARK DUTY FREE
2019 도쿄 NIHONBASHI MUROMACHI MITSUI TOWER
2023 도쿄 TORANOMON AZABUDAI TO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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