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중층적 과제 가운데 핵심 축 하나는 뿌리 깊은 갈등의 완화와 해소다. 성별·세대·계층 간 갈등이 발전 동력을 소모시키고 있다는 지적은 오래 누적되어 왔다.
국민이 이재명 대통령에게 기대를 거는 지점도 바로 “갈등을 다루는 방식의 변화”이다. 전임 권력에서 사회적 참사 희생자 유가족을 사실상 외면하며 갈등을 증폭시켰던 장면들이 남긴 피로감 속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국가 책임을 인정하고 유가족과의 소통을 시도한 모습은 상징적 신뢰 자산이 되고 있다. 이 자산은 초기 국정 동력의 핵심이자 향후 선택의 기로마다 요구될 정치적 ‘예비비’다.

이러한 국면에서 강선우 의원과 이진숙 교육부 장관 지명자를 둘러싼 논란은 단순한 개인 검증 이슈를 넘어 ‘갈등 최소화’라는 국정 프레임을 유지할 수 있는가라는 구조적 질문을 제기한다. 강선우 의원은 이미 대중 인식 속에서 ‘갑질’ 프레임이 각인되어 있고, 일단 찍힌 낙인은 이후의 사소한 발언·행동에도 반복적으로 재소환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여성가족부 장관직 수행 과정에서 정책 메시지보다 이미지 논란이 먼저 증폭되는, 비효율적 소모 구조를 예고한다. 더구나 다수 민주당 보좌진이 공개적으로 부적합 의견을 표한 상황에서 당 소속 의원들이 힘으로 밀어붙일 경우 ‘의원 대 보좌진’이라는 내부 갈등 축까지 파생될 수 있다. 정부·여당이 스스로 불필요한 내부 긴장 변수를 만드는 셈이다.

교육 정책 영역도 사정은 비슷하다. 교육 불균형·격차 문제의 출발점은 고등교육 정원이나 특정 명문대 부족이 아니라 초·중등 단계 구조와 기초학력 격차에 있다는 것은 광범위한 사회적 공감대에 가깝다. 그런데 이진숙 지명자는 청문 과정에서 초·중등 교육 현장 이해가 빈약하다는 평가를 자초했고, 교원단체 반대까지 야기하고 있다. 더해 연구 윤리와 관련한 문제 제기, 고액 조기유학 선택을 ‘열심히 산 결과’로 정당화한 발언은 교육 형평성 감수성과 어긋난다는 비판을 낳는다. 이런 인사가 임명될 경우 교육계 내부와 핵심 지지층 사이의 긴장, 나아가 ‘공정성’ 담론 재점화를 통해 또 다른 갈등 축이 생성될 소지가 크다.
일각에서는 새 정부 출범 초 장관 후보자 낙마가 ‘발목잡기’ 인상을 줄 수 있고 국정 추진력을 약화시킬 것이라 우려한다. 그러나 대통령이 야당을 제도적 파트너로 인정하겠다는 기조를 이미 표명하고 실천하려는 모습을 보인 이상, 굳이 논란성 인사를 방어하기 위해 정치적 자원을 과다 투입할 이유는 희박하다. 갈등 완화라는 전략 목표와 충돌하는 방어전은 단기 방어 성공 여부와 무관하게 중장기 국정 이미지를 갉아먹는다.
정치적 선택은 언제나 ‘상대적 편익’의 계산이다. 두 인사를 유지함으로써 얻는 이익(지명 철회 회피, 일시적 체면)과, 두 인사를 과감히 정리함으로써 확보되는 광범위한 사회적 신뢰·갈등 완화 메시지·국정 기조 일관성 사이의 저울은 이미 기울어 있다. “자신의 초기 판단보다 국민 다수의 우려를 우선 반영하는 대통령”이라는 이미지는 향후 더 큰 구조 개혁 과제를 추진할 때 결정적 정당성을 제공할 가능성이 높다.
결론은 분명하다. 이재명 정부의 장기적 성공과 ‘국민주권 시대’ 기틀을 다지기 위해서는 강선우·이진숙 두 후보자에 대한 인사 재고—실질적으로는 결단 있는 교체—가 필요하다. 그것이 국정 운영의 핵심 서사인 갈등 완화, 책임 인정, 공정성 회복을 가장 비용 효율적으로 강화하는 선택이다.
다만 여기서 개인에 대한 적대감을 부추길 필요는 없다. 정치인 강선우, 교육자 이진숙 각각의 경력 자체를 전면 부정하려는 것이 아니라, ‘현재 국정 기조와의 적합성’이라는 공적 기준 위에서 판단을 재정렬하자는 것이다. 인사는 메시지다. 초기 메시지의 정합성을 지켜내는 쪽에 국정의 성패의 방향성이 놓여 있다. 정부는 지금이 바로 그 메시지를 재확인할 시점임을 직시해야 한다.
사진=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