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마지막 10분을 위한 작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본 리뷰는 뮤지컬 '트레이스 유'의 중요한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뮤지컬 '트레이스 유'는 홍대의 한 락클럽 '드바이'에서 노래를 부르는 '구본하'와 '드바이'의 주인 '이우빈'이 등장하는 2인극 뮤지컬이다. 2012년 프리뷰 공연을 시작으로 2013년 초연, 2014년 재연을 거쳐 2016년 공연에 이르렀을 만큼 소극장 창작 뮤지컬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소극장 2인극 뮤지컬이라면 대학로에서 스테디셀러로 통하는 '쓰릴미', '마마, 돈 크라이' 등이 있는데 '트레이스 유' 역시 마찬가지로 남자 배우 2명의 쫀쫀한 호흡을 통해 관객의 숨을 멎게 할 만큼 밀도 높은 공연을 선보인다. 하지만 이에 그치지 않고 이번 공연에서는 여자 배우 안유진이 '이우빈' 역으로 출연하는 점이 여타의 뮤지컬에서 잘 하지 않는 신선한 시도라고 볼 수 있다.

물론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다른 작품들도 마찬가지지만 '트레이스 유' 역시 성별이 중요한 것이 아닌 두 인물의 관계에 집중해야 하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이런 작품의 특성상 4명의 '이우빈'과 3명의 '구본하'가 섞이며 만들어내는 각각의 페어는 저마다의 맛을 느끼게 해 자연스러운 재관람을 유도한다. 특히나 약물에 중독된 것으로 보이고 마이페이스를 지닌 '구본하'의 경우 배우의 개성이 최고로 드러날 수 있는 여지를 가지고 있는 캐릭터라고 볼 수 있다.

상대적으로 좀 더 정상으로 '보이는' 이우빈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막판 10분에 몰아치는 극적 반전을 통해 원래부터 미쳐 보이던 '구본하'와 달리 정상인 줄 알았다가 알고보니 '또라이'인 '이우빈' 역시 배우가 가진 고유한 개성과 함께 높은 연기력을 요구한다. 또 락클럽이라는 '드바이'의 설정상 두 배우의 훌륭한 가창력이 기본 중의 기본이란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그렇다고 무대 위의 두 배우만 믿고 가는 작품이라고 하기엔 정성 들여 만든 락클럽 '드바이'가 아깝다. 무대는 정말 어딘가에 존재할 듯한 거칠고 어두운 느낌의 락클럽을 훌륭하게 재현했다. 또 영상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점도 탁월하다. 극의 흐름에 따라 변하는 다양한 배경을 비롯해 물소리, 발걸음 소리 등 적재적소에 쓰인 효과음은 작품의 몰입을 적극적으로 돕는다.

약물, 다중 인격, 반전 등 다른 작품들과 소재적으로 유사한 부분이 있어 다소의 비교를 할 수밖에 없는 작품이지만 '다중 인격'이란 소재가 다수의 창작자에게 미친 영향을 고려하면 그다지 새삼스러운 부분은 아니다. 오히려 '당신을 기다리는 한 남자' 같은 표현을 통해 처음부터 복선을 깔고 있다.

마지막으로 뮤지컬 '트레이스 유'는 어떤 명확한 사건을 통해 진행되는 형태의 극이 아니라 아무런 사전 정보 없이 관람할 경우 마지막 10분이 오기 전까지 캐릭터의 행동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 가벼운 마음으로 즐기러 오기보단 처음부터 이 극에 온전히 몰입할 사람들에게 추천할 만하다. 클럽 공연을 방불케 하는 커튼콜 역시 관객의 투표로 결정되기에 어찌 보면 '재관람'을 전제로 했다고 볼 수도 있다.

연출에 김민정, 클럽 드바이의 운영자 '이우빈' 역에 안유진, 정민, 정동화, 최재림, 클럽 드바이의 메인 보컬 '구본하' 역에 고상호, 백형훈, 정욱진이 출연한다. 25일까지 아트원씨어터 1관.

문화뉴스 서정준 기자 some@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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