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우면서 슬픈 여름 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Call Me by Your Name ,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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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 미 바이 유어 네임
(Call Me by Your Name , 2017) 포스터

[문화뉴스 MHN 배상현 기자] 엊그제 여름이 막 시작된 것 같은데 벌써 8월이 수줍게 우리를 향해 다가오고 있다. 견디기 힘들었던 뜨거운 여름의 열기도 이제 몸이 어느 정도 적응해서 익숙해진 것 같다. 이제 버스나 지하철의 에어컨 바람이 시원하기보다 오히려 춥게만 느껴진다.

이쯤 되면 열기에 지쳐 녹아내렸던 연애세포가 스멀스멀 몸 속에 다시 차오른다. 지나가는 커플들이 왠지 모르게 부럽다. 외로운 마음에 애꿎은 핸드폰을 뒤적거려 보지만 연락할 사람 한 명 없다. 여름은 강렬한 햇빛으로 우리의 몸과 마음을 지치게 하지만 동시에 사랑하는 누군가와 함께 뜨거운 시간을 보내고 싶어 지는 그런 묘한 계절이다.

이열치열이라는 말이 있다. 열은 열로써 다스린다는 것이다. 여기, 이탈리아의 뜨거운 여름 열기를 뜨거운 사랑으로 다스리는 한 소년과 청년이 있다. 한가로운 어느 여름날, 두 남자의 아름다운 사랑을 그려낸 여름 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이다.

 

사진제공=디스테이션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2017년에 개봉한 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은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영화에서 17살 소년 '엘리오' 역할을 맡은 티모시 샬라메는 이 영화를 통해 스타덤에 올랐다. 오늘날 할리우드에서 제일 핫한 남자 배우를 말할 때 항상 티모시 샬라메의 이름이 거론된다. 또한 영화 '소셜 네트워크'와 '맨 프롬 UNCLE' 등으로 할리우드에서 조금씩 두각을 드러내던 아미 해머도 이 영화에서 24세 청년 '올리버' 역할을 맡아 본격적인 유명세를 치르기 시작했다. 

특히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의 주요 촬영지인 이탈리아의 한 마을 크레마(Crema)는 '엘리오'와 '올리버'의 뜨거운 사랑만큼 아름답고 우아하다. 실제로 이탈리아 크레마에 가면 마을의 모습이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에 등장하는 장면 그대로 남아 있다고 하니 영화를 보는 동안 마음에 드는 장소가 등장한다면 기억해서 직접 찾아가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제90회 미국 아카데미상에서 각색상을 수상한 이 영화는 최우수 작품상, 남우주연상, 노래상 등 총 4개 부문의 후보로 지명었다. 또한 영화의 각본을 쓴 작가는 크리틱스 초이스 영화상, 미국 작가 조합상을 수상했다. 아울러 '엘리오' 역할의 티모시 샬라메는 영국 아카데미상(BAFTA)과 골든 글로브에서 최우수 남우주연상 후보로 지명 되었다.

 

사진제공=디스테이션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1983년 어느 날, 17세 소년 '엘리오'는 이탈리아에 있는 한 별장에서 가족과 함께 무료한 여름을 보내고 있다. 그러다 고고학 교수인 '엘리오'의 아버지가 24세 대학원생 청년 '올리버'를 그들의 별장으로 불러 여름동안 자신의 일을 돕게 한다. 조용한 성격의 '엘리오'는 자신과는 다르게 항상 활발하고 자신만만해 보이는 '올리버'에게 호감을 느끼고 그와 친해지기 위해 살갑게 먼저 다가간다.

그러나 '올리버'는 그런 '엘리오'에게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올리버'가 자신을 무시한다고 생각하게 된 '엘리오'는 결국 그를 건방지고 무례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싫어하게 된다. 그러나 동시에 다른 여자들과 애정행각을 벌이는 '올리버'를 보며 '엘리오'는 자기도 모르게 질투를 느낀다. '올리버'는 아무런 이유도 없이 대놓고 자신을 싫어하는 '엘리오'가 점점 불편해진다.

그렇게 '올리버'와 '엘리오'의 불편한 관계가 계속되던 도중 어느 날 마을 근처 바닷가에서 유물이 발견되었다는 소식을 듣는다. 이에 흥미를 느낀 '올리버'와 '엘리오'는 함께 바다로 여행을 떠나게 되고, 그곳에서 '엘리오'는 먼저 '올리버'에게 화해를 요청한다. 이에 '올리버'는 활짝 웃으며 그의 사과를 받아들인다. 그리고 둘의 관계는 본격적으로 진전되기 시작한다.

 

사진제공=디스테이션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1980년대 당시 이탈리아에서 동성간의 연애는 최소한 표면적으로는 흔한 경우가 아니었다. '엘리오'와 '올리버'는 서로가 같은 감정을 공유한다는 사실에 행복해 하지만, 동시에 혹시 모를 주변의 시선과 판단에 내심 두려워 한다.

사랑이라는 감정에 대처하는 태도의 차이도 두 사람 사이에서 극명하게 나타난다. 17세 어린 소년 '엘리오'는 '올리버'를 향해 적극적으로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고 사랑을 요구하는 한편, 성숙한 24세 청년 '올리버'는 이에 더욱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대처한다. 

두 사람이 서로 사랑에 빠지고 그 감정을 서로 공유하는 것에서 옳고 그름을 결정하는 것은 무엇일까? 사랑을 사랑이라고 부를 수 있게 해주는 것은 무엇인가? 진정한 사랑은 과연 무엇일까? 우리는 사랑을 통해서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이 영화는 이런 우리에게 이런 질문들을 던진다.

 

사진제공=디스테이션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영화 속에서 '엘리오'와 '올리버' 사이의 애틋한 감정만큼이나 흥미롭게 다가오는 것은 바로 '엘리오' 부모님의 반응이다. 시간이 흐르며 그들은 '엘리오'와 '올리버' 사이에 심상치 않은 기류가 흐른다는 사실을 조금씩 눈치챈다. 그러나 어떤 내색도 내비치지 않고, 어떠한 판단도 내리지 않는다. 그들은 그저 조용히 지켜볼 뿐이다. 

어느 날 '엘리오'의 아버지는 자신의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힘들어하는 '엘리오'에게 한 마디 조언을 건넨다.

"너희 두 사람이 그 순간 함께 느끼고 공유한 것은 매우 특별한 거야. 그런 특별함을 경험한 너와 올리버는 매우 운이 좋았어. 네가 어떻게 살지는 네 스스로가 결정 할 일이야. 그러나 한 가지만 기억해. 사랑을 할 수 있는 심장과 몸은 우리에게 오직 단 한 번만 주어져. 그리고 그 심장과 몸은 눈 깜짝할 사이에 금방 닳아버릴거야. 그러니까 지금 너가 느끼고 있는 그 감정들을 죽이지 말고 그냥 한 번 그대로 받아들여봐."

 

사진제공=디스테이션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영화 속 '엘리오'와 '올리버'는 함께 여름을 보내는 동안 서로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 들이고 이에 솔직하게 대처한다. 그들은 자신의 감정을 외면하려 하거나 거짓말하려고 하지 않는다. 두 사람 모두 여름이 지나면 그들의 관계가 끝날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그들은 계속 사랑하는 것을 택한다. 한정된 시간 속에서 꽃을 피운 두 사람의 사랑은 오히려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더욱 아름다워진다.

본질적으로 인간의 사랑은 외부의 평가나 판단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순수하게 느끼는 감정 자체에 의해 스스로 정의되는 것이다. 물론 어떤 사회적 기준이나 시대적 상황에 의해서 이는 부정되거나 비난받을 수 있다. 그러나 영화 속 '엘리오'와 '올리버'는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다해 서로를 열렬하게 사랑한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이별할 수 밖에 없는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그들은 눈물을 흘리고 절망한다. '엘리오'와 '올리버'는 자신의 이름으로 상대방을 부르며 서로의 정체성을 공유한다. 만약 이들의 관계가 사랑이 아니라면 우리는 도대체 무엇을 사랑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앞에서 이미 한 번 언급했지만 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은 원작 소설이 따로 있다. 영화와 소설의 이야기 전개 및 결말이 약간 다르니 만약 영화가 마음에 든다면 소설도 한 번 읽어볼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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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여름을 사랑으로 풀어낸 해외 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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