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 활용 두고 두 기업 갈등 격화
'어닝 서프라이즈'에도 '초긴장' 페이스북

사진=페이스북

[MHN 문화뉴스 김종민 기자] 개인의 취향-관심사를 바탕으로 맞춤 게시되는 '맞춤형 광고'를 두고 애플과 페이스북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최근 애플이 자사 앱과 기기에서 수집된 사용자 개인정보에 대한 보호 정책을 변경하고, 보안을 강화하기로 발표한 가운데, 페이스북이 '광고로 수익을 올려야 하는 소상공인'을 대표한다며 애플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애플의 사생활 정보 보호 정책은 그간 '방향성'으로 제시됐으나, 28일 팀 쿡 애플 CEO가 애플의 사용 정책 및 새로운 사생활 보호 기능을 발표하며 공식화됐다. 애플은 아이폰 운영체제(iOS) 업데이트를 통해 앞으로 아이폰 이용자들이 앱을 실행하면 IDFA(아이폰 고유 식별)에 접근을 허용할지 묻는 창을 통해 사전에 이용자 승인을 요구할 예정이다.

IDFA는 아이폰-아이패드 등 애플 기기마다 부여된 고유 식별자로, 그간 페이스북을 비롯한 광고주들은 이를 활용해 아이폰 이용자의 검색 활동, 앱 사용 로그 등을 수집하고 맞춤형 광고를 전송했다.

맞춤형 광고는 이용자의 온라인 검색기록 등을 일정 기간 수집해 구성된 개인화된 광고다. 맞춤형 광고는 통상 쿠키(cookies)와 같은 정보수집 장치를 사용해 이용자의 인터넷 활동에 대한 정보를 수집한다. 이와 같은 수집 절차를 이용자가 모르는 새, 상당 기간 수집이 진행되는 경우도 많아 개인정보 침해 위험성이 지적되기도 했다. 

지금까지는 맞춤 광고를 위해 별도의 승인 없이도 인터넷 등 이용 내역을 추적할 수 있었으나, 승인 동의 여부를 묻게 되면 다수의 아이폰 이용자들이 이를 거부할 것이라고 일각에서는 지적한다. 이렇게 되면 타겟 맞춤형 광고의 정확성은 크게 떨어지고 광고의 효율적인 집행이 어려워져 광고 단가가 크게 하락할 것으로 업계에서는 내다 본다.

실제로 시장조사업체 탭리서치의 조사에서는 85%의 응답자가 앱 추적을 허용하지 않겠다고 답한 바 있다.

아이폰12, 사진=애플 제공

팀 쿡 애플 CEO는 이날 사생활 보호 조치를 계획대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 SNS 기업의 알고리즘이 사회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쿡 CEO는 단지 과거에 관련 콘텐츠를 많이 봤다는 이유로 음모론이나 폭력 선동을 추천하는 알고리즘이나, 백신 등에 대한 공적인 신뢰를 무력화하고 극단적인 정치 성향의 단체를 추천하는 등의 시스템을 비판했다.

쿡 CEO는 이날 '소비자 프라이버시와 데이터 보호 콘퍼런스'에서 "만약 한 기업이 데이터 착취, 사실은 전혀 선택이 아닌 강요 등을 한다면 양극화와 신뢰 상실, 그리고 폭력이라는 희생을 동반한다"며 "사회적 딜레마가 사회적 재앙이 되도록 허용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팀 쿡 애플 CEO, 사진=애플 제공

이는 SNS상에서 벌어지는 종교적-정치적 대립이 현실로 드러나는 등의 사태를 우려한 것으로, 바이든 당선 확정 이후 트럼프 지지자 등의 세력이 지난 6일 일으킨 연방의회 의사당 폭동 사태 등을 지적한 것으로 해석된다.

쿡 CEO는 페이스북을 직접 지목하지 않았으나, 이같은 발언은 전날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가 애플을 집어 "최대 경쟁자"라고 공개적으로 비판한 것에 대한 대응으로 보인다.

전날 저커버그 CEO는 애플의 새 사생활 보호 조치가 타겟 맞춤형 광고를 통해 광고 대상을 찾고, 소비자에게 상품을 제공하는 소상공인들에게도 큰 타격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애플의 조치에 대해 저커버그는 "자사 앱을 사용을 강제하려는 독점 전략"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아이폰에 기본 탑재되는 문자메시지 서비스 아이메시지를 예로 들며 "애플은 그들의 지배적 플랫폼 지위를 이용해 다른 앱 사용을 방해한다"며 "실제 애플은 자사 앱을 대상으로 '팔이 안으로 굽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전 세계 수백만 사업자들의 성장에 영향을 끼친다"고 주장했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 사진=페이스북 제공

두 IT 기업의 갈등이 거세지면서 법적 공방도 예고된다. 뉴욕타임즈(NYT) 등 외신에 따르면 페이스북은 애플을 상대로 반(反)독점 소송을 제기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내용을 제보한 관계자들은은 페이스북 임원들이 애플의 앱스토어 사업 관행이 반독점적이라며 고소하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전했다. 애플이 자사 앱에는 혜택을 준 반면 페이스북 같은 제3자 앱 개발자에게는 규제를 강요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두 기업의 갈등 원인을 두고 두 회사의 사업 모델이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애플은 주로 기기나 하드웨어 제품을 판매하고 그 위에 소프트웨어와 앱을 탑재하는 구조지만, 페이스북은 SNS 기반의 서비스로 따로 하드웨어를 판매하지는 않는다. 따라서 페이스북은 결국 매출을 타겟 맞춤형 광고 수익에서 얻기 때문에 아이폰 등 기기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쟁점은 수익성이다. 페이스북 같은 SNS 앱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이유는 표적 광고 등으로 수익을 올리기 때문이다. 페이스북처럼 사용자에게 요금을 요구하지 않기 위해서는 광고를 탑재해야만 하는데, 이같은 '사용자 무료' 모델이 마침내 사생활 보호라는 또 다른 이슈와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이유로 페이스북은 '코로나19' 특수에도 마냥 웃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페이스북은 지난해 코로나19 영향으로 이용자가 늘었다고 밝혔다. 회사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월 활동 이용자 수가 28억명으로 전년 대비 12% 증가했으며, 일 활동 이용자 수는 18억4000만명으로 11% 늘었다. 이로부터 지난해 4분기 281억달러 매출을 올려 전년 동기 대비 33% 급증한 수치를 기록했으며 특히 주 매출원인 광고수익은 이 기간 272억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31%가 늘었다.

주요 외신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두 기업의 갈등을 두고 "두 IT 공룡의 CEO가 공개 발언을 통해 사생활 보호와 알고리즘의 영향, 경쟁 등을 주제로 싸우고 있으며, 인터넷의 미래에 대해 상충하는 비전을 제시하면서 애플과 페이스북 간 충돌이 격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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