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에서 방통위-페이스북 소송 펼쳐
망 사용에 따른 국내외 갈등 점화

사진=페이스북

[ 문화뉴스 김종민 기자] 페이스북과 한국 정부 기관이 대립했다.

지난해 9월, 페이스북과 정부 기관인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는 '망 사용 논란'을 두고 소송을 치렀고, 결과는 페이스북의 2심 승리로 마무리됐다.

쟁점은 방통위가 페이스북에 내린 과징금 3억9600만원에 관한 것이다. 과징금의 근거는 페이스북이 자의대로 인터넷 접속 경로를 바꿔 이용자에게 불편함을 초래하고, 끊김등의 피해를 발생시켰다는 내용이다. 방통위 측은 이러한 변경행위가 전기통신사업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이용 제한' 행위라며, 사용자들의 데이터를 자의적으로 통제했다고 주장했다.

페이스북에서는 이러한 행위가 고의성이 없었으며, 불편을 초래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었다고 반발했다.

거대 IT 기업인 구글, 페이스북, 넷플릭스 등이 국내에 들어오면서, 통신 및 데이터에 관한 분쟁이 끊임없이 점화되는 가운데 이러한 소요가 국가 간 소송으로 번지는 현황과 그 이유는 무엇일까?

 

■ 인터넷 사업자, 미국이 최대...국내 기업이 불리한 여건

인터넷은 다른 컴퓨터와의 네트워크 통신으로, 우리가 인터넷에 연결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인터넷 사업자(ISP)를 거쳐야한다. 인터넷은 세계 2차 대전 이후 냉전과 함께 미국에서 발달했고, 군사적 목적의 통신 기업이 민영화되면서 보급됐다.

당시 미국은 영국-프랑스-일본을 비롯한 주요 연합국과 동맹을 맺었고, 기술적으로도 앞서 있기 때문에 미국의 인터넷 사업자들은 많은 네트워크 연결을 보유하고 있다. 이와 같이 '연결된 네트워크'가 많은 사업자들을 높은 등급으로 분류한다. 낮은 등급의 사업자나 개발 도상국의 인터넷 사업자들은 자국의 네트워크를 더 큰 네트워크에 연결해야만 인터넷을 제대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낮은 등급에 속한다.

사진=네트워크인사이클로피디아

높은 등급의 인터넷 사업자들은 각자의 네트워크 통신을 동등하게 교환한다. 비슷한 규모의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상호 간에 따로 요금을 매기지 않는다. 그러나 낮은 등급의 인터넷 사업자는 높은 등급의 사업자에게 연결하기 위해서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한국의 주요 사업자인 SKT-KT-LG유플러스는 미국의 주요 사업자에 비해서는 작은 규모로, 해외의 네트워크와 연결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인프라의 확충이 필요한 상황이다.

 

■ 인터넷 사업자를 통해 서비스하는 '콘텐츠 사업자'

한국의 CP 네이버, 사진=네이버

인터넷 사업자(ISP)가 '환경'을 제공한다면, 그 환경에서 콘텐츠를 통해 수익을 얻는 것은 콘텐츠 사업자(ICP 혹은 CP)다. 주요 콘텐츠 사업자에는 미국의 구글, 넷플릭스, 페이스북 등을 비롯해 국내에서는 네이버, 카카오 등이 해당된다.

이들 사업자 역시도 인터넷에 연결되기 위해서는 인터넷 망 사용료를 인터넷 사업자에게 지불한다. 망 사용료는 접속 비용과 송수신 비용으로 나뉘는데, 2010년대에는 보통 단순 연결 및 접속에만 망 사용료를 지불하고, 접속된 인터넷에서 콘텐츠를 송수신하는데는 따로 비용을 지불하지 않았다. 

다만 접속 비용의 경우, 어떤 인터넷 사업자를 통하느냐에 따라서 차이가 있다. 가장 많은 네트워크를 보유한 미국의 높은 등급들은, 자국 기업에 낮은 접속료를 부과했다. 그래서 구글, 넷플릭스 등은 자국 인터넷 공급자를 통해 헐값에 국내에 연결할 수 있다.

한국의 인터넷 사업자들은 네이버, 카카오 등 콘텐츠 사업자에게 상대적으로 높은 접속료를 요구하기에, 이들 기업은 역차별이라며 통신업계에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 어느 사업자를 통하든 인터넷 연결에 차이가 없다면, 접속료가 낮은 편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결국 인터넷의 발전사와 미국이 가진 '인터넷 파워'를 생각하면, 국내 IT 사업자들이 여전히 불리한 위치에 있다고 해석된다.

 

■ '망 중립성'이 폐쇄되고, 페이스북도 한국 망에 비용을 내는 상황

그렇지만 넷플릭스, 페이스북 등 콘텐츠 자체의 트래픽이 무거워지면서, 이들 콘텐츠 사업자에게도 의무가 부담되기 시작했다. 이들 콘텐츠의 트래픽으로 인해 망 전체의 속도가 저하된 것이 그 배경이다. 넷플릭스나 유튜브 같이 대용량 영상 데이터를 처리하는 서비스의 경우 이러한 현상이 두드러졌다. 더는 콘텐츠 사업자가 '접속'만 하는 사업자가 아니라 '송-수신'으로 망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상황인 것이다. 따라서 특정 콘텐츠 사업자에게 망 사용료를 추가로 부과하고, 인터넷 인프라를 구축하도록 하는 의무가 부과됐다. 

사진=위스콘신 대학, 웹퍼블리

이러한 의무는 '망 중립성 폐지'와 연결되는데, 망 중립성이란 참여자를 차별하지 않고 누구나 동등하게 대우하겠다는 것이다. 콘텐츠 사업자가 인터넷 인프라 구축에 참여하게 되면, 더이상 동등한 참여자가 아니라 내부의 구성원이 되므로 망 중립성을 지키기 어렵게 된다. 논란에도 불구하고, 2018년 미국에서는 망 중립성을 공식 폐지하기에 이른다.

페이스북의 경우에는 망 중립성 공식화 이전에도, 통신사와 망 송수신에 대한 책임을 나눠지고 있는 상황이었다. KT 데이터 센터에 따로 '캐시 서버'를 개설해, 자주 사용되는 데이터는 한국에서 직접 처리하도록 한 것이다. 페이스북은 자사 트래픽을 고려했을때, 비용면에서 한국에서 처리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 소송의 배경, '방송통신위원회의 정책 변경'

그러던 중, 2015년 미래창조과학부(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상호접속에 관한 고시'를 개정한 것이 사건의 발단이 됐다. 상호접속에 관한 고시란, 동등한 등급의 인터넷 사업자들인 SKT-KT-LG유플러스 사이에서도 요금을 책정하도록 하는 정책이다. 유사한 규모의 네트워크를 확보한 인터넷 사업자들은, 상호간 연결에는 따로 요금을 매기지 않는데, 이는 정보 교환량이 거의 유사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개정사항에 따르면, 데이터 교환에 따라 요금을 구체적으로 산정하도록 지시한다.

이같은 조치는 KT에게 불리하게 작용했는데, KT는 이른바 '국제 공항'으로, 업계 기준 상대적으로 해외 네트워크와 많이 연결돼 있어, 다른 업체에 데이터를 보내는 양이 더 많았기 때문이다. KT의 비용부담이 증가한데는 해외 사용자가 많은 페이스북 역시도 한 원인이었다. 페이스북이 KT에 개설한 캐시서버를 통해 통신하고 있었기 때문에, KT는 페이스북에 추가 비용을 요구하게 된다.

KT 데이터 센터, 사진=KT 제공

페이스북은 이에 KT를 통해서 SKT와 LG유플러스로 전송하지 않고, SKT와 LG유플러스를 통하는 접속 경로를 홍콩으로 변경했다. 문제는 SK와 LG유플러스의 해외 네트워크 연결 인프라가 충분치 않았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데이터 병목 현상이 발생하고, 사용자들은 제대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게 됐다.

이같은 사태에 대해 방통위는 사용자에게 불편함을 초래했으며 자의적으로 데이터를 통제했다는 이유로 시정명령과 과징금을 부과했다. 페이스북은 이에 반발하며 즉각 소송에 돌입했다.

 

■ 소송 결과는 페이스북의 승...망 연결 사업의 향방은?

판결 결과는 페이스북의 승리였다. 2019년 법원은 페이스북에 부과된 과징금과 조치가 위법하다고 결론내렸다. 이어 방통위 측에서는 항소를 제기했음에도 2020년 9월 판결된 결과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법원에서는 페이스북의 접속 변경 행위가 사용자의 '이용 제한'이기는 하지만, 그 정도가 현저하지는 않다고 판결했다. 페이스북의 주요 기능인 댓글-공유-메시지 등은 그대로 유지됐고, 동영상-사진 등의 기능만 제한됐기 때문이다. 이같은 판결에 대해 페이스북 등 SNS의 주요 기능이 영상-사진 공유 트렌드로 옮겨가는 상황을 반영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따랐다.

사진=픽사베이

이 재판을 두고 업계에서는 인터넷 사업자, 콘텐츠 제공자 그리고 국가 기관 간의 제도적-법적 공백 및 인식 불일치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고 지적한다.

통신 및 인터넷 연결이 초국가적인 이슈와 논란을 안고 있는 문제로 부상하면서, 사법 및 행정 기관의 조치가 급변하는 IT환경에 발 맞춰서 따라가고 있는지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필요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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