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카호우카 댐 붕괴 직후 대피와 구조 작업 이어와
러시아 당국, 실태 파악조차 못 해… 고립 당사자들이 자원봉사 조직 만들어 주민 구조
러시아, 우크라이나 구조대 공격… 대피소까지 포격해
젤렌스키, "러시아 통제 수해 지역에 탄저균 매장지 존재" 경고

사진 = 헤르손에서 구조 작업을 수행 중인 군인의 모습. 보트 뒤로 고립돼 있던 주민과 여러 명이 타고 있는 보트의 모습이 보인다 / 젤렌스키 대통령 공식 텔레그램 채널
사진 = 헤르손에서 구조 작업을 수행 중인 군인의 모습. 보트 뒤로 고립돼 있던 주민과 여러 명이 타고 있는 보트의 모습이 보인다 / 젤렌스키 대통령 공식 텔레그램 채널

[문화뉴스 우현빈 기자] 러시아가 이번 댐 붕괴로 홍수 피해를 입은 지역에서 주민 보호에 소홀한 것으로도 모자라 포격까지 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자유유럽방송(RFE)은 현지 시각으로 8일 러시아가 헤르손 지역에 포격을 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RFE의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카호우카 댐의 폭파로 발생한 홍수에 피해를 입은 우크라이나 남부 지역을 방문한 직후 헤르손 지역에 포격을 가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심각한 홍수로 인해 고립된 주민들을 구출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구조대원들을 격려하고 피해 지역의 상황을 확인하는 등 홍수 피해 대응을 위해 해당 지역에 직접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 발빠르게 주민 보호 나서… 러, 대응 지시조차 '늑장'

사진 = 재난 대응을 위해 헤르손을 찾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 젤렌스키 대통령 공식 텔레그램 채널
사진 = 재난 대응을 위해 헤르손을 찾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 젤렌스키 대통령 공식 텔레그램 채널

우크라이나는 홍수가 발생한 직후인 지난 6일부터 우크라이나 통제 지역 내에서 고립된 주민들의 구조 작업을 이어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현지 시각으로 지난 7일 오전 10시 텔레그램 채널을 통해 현장에서 구조 작업 중인 인원들에게 감사를 전하는 한편, "우크라이나는 자국의 통제 지역에 대해서만 도움을 줄 수 있다"고 구조 작업 가능 범위에 선을 그었다. 이어 "러시아는 홍수 피해 지역을 점령하고 있으면서도 해당 지역 주민을 도우려고도 하지 않는다"며 비난했다.

실제로 러시아 점령지에서 고립 주민을 도운 것은 러시아 당국이 아닌 자원봉사자, 그것도 피해 당사자들이 스스로 구성한 자원봉사 단체였다. 반푸틴계 러시아 언론 아겐트스트보에 따르면 해당 지역에서 구조를 이끌고 있는 자원봉사 조직은 고립된 주민들이 SNS를 통해 보트, 보트를 다룰 줄 아는 사람, 연료 등의 현황을 공유하며 만들어졌다. 보도 당시 해당 조직의 요구조자 지도에 표시된 구조 요청만 650개, 채팅에 들어와 있는 사람은 5천 명에 이르렀던 것으로 알려졌다.

댐의 붕괴 직후 드니프로강 남부 지역의 전면 대피가 불필요하다고 판단했던 러시아 당국은 뒤늦게서야 홍수 지역 주민에 대한 지원을 시작했다. 크렘린궁 대변인 드미트리 페스코프는 수요일 저녁이 되어서야 푸틴이 비상사태부 장관 알렉산드르 쿠렌코프에게 홍수 지역에 고립된 주민들에 대한 지원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사진 = 올레쉬키 지역에서 구조 작업을 수행 중인 자원봉사 단체의 지도. 핀이 남아있는 곳은 아직 구조가 이루어지지 않은 곳이다 / 올레쉬키 구조단체 지도 페이지
사진 = 올레쉬키 지역에서 구조 작업을 수행 중인 자원봉사 단체의 지도. 핀이 남아있는 곳은 아직 구조가 이루어지지 않은 곳이다 / 올레쉬키 구조단체 지도 페이지

그러나 정작 러시아는 해당 지역의 실태 파악조차 제대로 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러시아 측 헤르손 지역 당국은 재난 지역 피해민의 수를 2만 2천 명에서 4만 명으로 추산했으며, 실종자가 7명, 고립된 주민이 약 100명이라고 발표했다. 앞서 언급된 현지 자원봉사 조직이 확인한 구조 요청 수에도 한참 못 미치는 수다. 올레쉬키 지역 자원봉사 조직 관리자 에카테리나는 페이스북을 통해 구조 신청서를 모아 러시아 비상사태부로 전달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러시아는 바로 얼마 전에도 주민 보호에 무신경한 모습을 보여 지역 주민의 불만을 샀다. 지난 5월 말 벨고로드 지역 일부가 반 푸틴계 러시아인 무장단체에 의해 점령당했을 때, 지역 당국은 주민 피난 조치가 순조롭게 이루어지고 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정작 해당 지역 주민들은 피난을 돕는 인원은커녕 러시아군조차 보이지 않았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러, 홍수 피해 지역에 포격 가해

그런데 이처럼 점령 지역 주민 보호에도 신경 쓰지 않는 러시아가 되려 주민의 구조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는 우크라이나에 포격을 가한 사실이 알려졌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현지 시각으로 7일 독일 빌트와의 인터뷰에서 "우리 군이나 구조자들이 사람들을 구하려고 시도하면 점령자(러시아군)들이 멀리서 사격을 가한다"며 구조 작업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우크라이나는 심지어 러시아가 점령 중인 지역에 대해서도 구조작업을 시도했던 것으로 보인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텔레그램 채널을 통해 "드니프로강 좌안(남부)에 대한 구조 시도는 점령자(러시아군)의 방해로 인해 실패했다"고 밝힌 바 있다. BBC 역시 우크라이나 피란민을 지원하는 자원봉사 단체 '헬핑 투 리브'가 러시아 점령지인 올레시키 마을에서 주민 대피를 도우려 했으나 러시아군에 의해 저지되었다고 보도했다.

그런데 러시아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이미 홍수 피해를 입고 구조 작업이 진행 중인 지역에 포격을 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우크라이나 내무부는 목요일 헤르손 지역에 대한 러시아군의 포격으로 최소 9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1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는 우크라이나 검찰총장의 발표도 있었으나, 이후 사망자는 보고되지 않았다고 이를 정정했다.

사진 = 현장 취재 중이던 RFE의 기자가 주변에 떨어지는 포격을 피해 급히 건물로 피신하면서도 보도를 이어가고 있다 / 자유유럽방송 제공
사진 = 현장 취재 중이던 RFE의 기자가 주변에 떨어지는 포격을 피해 급히 건물로 피신하면서도 보도를 이어가고 있다 / 자유유럽방송 제공

이러한 포격은 RFE의 취재 과정에서 사실로 밝혀졌다. 현장 취재 중이던 RFE 소속 특파원 안드리 쿠자코우는 구조가 진행 중인 헤르손의 우크라이나 통제지역을 취재하던 도중 근방에 포격이 떨어지자 인터뷰 중이던 주민들과 함께 주변 건물 내부로 급히 대피했다. 이 과정은 촬영 중이던 카메라의 영상에 고스란히 담겼다.

심지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대피소도 포격한 것으로 알려졌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현지 시각으로 8일 새벽 1시, 텔레그램 채널을 통해 러시아가 홍수 피해 지역에 계속해서 포격을 가하고 있으며, 민간인 대피소에까지 포격을 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반대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점령 지역 홍수 피해 지역에 포격을 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측 헤르손 지역 당국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구조대와 민간인 대피 지점을 포격하고 있으며, 민간인 대피 지점에 가해진 포격으로 33세 임산부를 포함한 민간인 2명의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홍수 피해를 입은 지역 중 32%는 우크라이나, 68%는 러시아가 통제하는 지역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 러시아가 통제하는 지역에는 최소 2개의 탄저균 매장지가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번 댐 파괴로 각종 오염물질과 더불어 탄저균까지 흑해로 유입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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