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대통령 푸틴, "러시아 계엄령 필요 없다… 우크라와 달라"
푸틴 연설문 작가 압바스, "전쟁 불리해지면 대선 위험… 대선 패배 막기 위해 계엄령 내릴 수 있다" 주장
승전 회의론 커지는 러시아… 내부 분열까지

사진 = 러시아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 크렘린궁 / 연합뉴스 / '계엄령 없을 것' vs '믿어선 안 돼'… 푸틴의 선택은?
사진 = 러시아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 크렘린궁 / 연합뉴스 / '계엄령 없을 것' vs '믿어선 안 돼'… 푸틴의 선택은?

[문화뉴스 우현빈 기자] 푸틴의 최측근이었던 정치학자가 계엄령에 대한 푸틴의 발언을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지난 13일 압바스 갈리아모프는 '호도르콥스키 라이브'에 출연해 "러시아에 계엄령이 없을 것이라는 대통령(푸틴)의 발언을 믿지 말라"고 주장했다.

압바스는 러시아의 정치학자이자 정치 컨설턴트로, 푸틴의 연설문을 쓰던 연설문 작가 겸 크렘린 보좌관이었던 인물이다. 압바스는 해당 방송에서 푸틴이 내년 3월에 예정된 대선에서 패배하는 것을 막기 위해 계엄령을 선포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사실 현 상태를 놓고 봤을 때 푸틴이 대선에 있어 불리하다고 하기는 어려우며, 오히려 매우 유리한 수준의 지지율을 확보하고 있다. 지난 5일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대사를 지냈던 박노벽 전 한국외대 교수는 YTN의 '더뉴스'에 출연해 현재 푸틴의 지지율이 83%에 이른다고 밝혔다.

박 교수에 따르면 불만을 가진 여론층이 있기는 하지만 부분동원령이 떨어지면서 그 중 다수가 해외로 도피한 상태다. 또한 러시아는 내부적으로도 우크라이나를 신(新)나치정권으로 규정하고, 우크라이나전쟁을 러시아를 붕괴시키기 위해 서방이 우크라이나를 이용하고 있는 것이라는 음모론을 퍼뜨리는 등 대국민 프로파간다를 통해 여론을 조성하고 있다. 따라서 이대로라면 푸틴이 차기 대선에서도 승리하고 6년간 집권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사진 = 러시아 정치학자이자 정치컨설턴트인 압바스 갈리아모프. 푸틴의 연설문을 쓰던 연설문 작가 겸 크렘린 보좌관을 지냈다 / Razvan Socol / '계엄령 없을 것' vs '믿어선 안 돼'… 푸틴의 선택은?
사진 = 러시아 정치학자이자 정치컨설턴트인 압바스 갈리아모프. 푸틴의 연설문을 쓰던 연설문 작가 겸 크렘린 보좌관을 지냈다 / Razvan Socol / '계엄령 없을 것' vs '믿어선 안 돼'… 푸틴의 선택은?

하지만 압바스는 현재 러시아의 승전 가능성이 확실하지 않다는 점에 주목했다. 동원령 등 무리해 보이는 정책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높게 나타나는 지지율은 '러시아가 이기고 있으며, 승리할 것'이라는 선전을 바탕으로 한다. 러시아가 손실은 축소하고 전과는 부풀려가며 전황을 유리한 방향으로 호도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압바스는 "승리하지 못하면 거센 항의투표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푸틴이 대선 전까지 이번 전쟁을 승리로 가져가거나 승기를 잡지 못하면 위험해진다는 의미다. 압바스는 푸틴이 러시아를 모험으로 끌고 가고도 지고 있다며, "러시아인들의 희망에 부응하지 못한 푸틴에게 사람들이 반대표를 던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항의투표가 거세지면 숨기기 어려울 정도로 대규모 선거 조작이 필요할 것"이라며, "계엄령을 내리고 선거를 취소하면 이를 피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푸틴이 이끄는 통합러시아당은 지난 2011년에도 선거 조작을 통해 하원의원 다수당의 자리를 차지한 바 있다. 당시 이에 항의하기 위한 대규모 시위가 발생했으나, 결국 오랜 기간 이어진 탄압으로 뚜렷한 결과를 내지 못했다. 그러나 전쟁으로 인해 군인이 부족해진 현 상태에서 대규모 시위가 발생한다면 정권이 위협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러시아 내부에서는 이미 승전에 대한 회의가 커지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지난 8일 러시아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현지 정·재계 엘리트들 사이에서 푸틴이 이번 전쟁에서 패배할 가능성이 있다는 생각이 널리 퍼져 있다"며, 이러한 비관적 분위기로 인해 러시아 내부 분열이 더 심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현지 여론조사기관 폼(FOM)이 지난 5월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가족과 친구들이 전쟁에 대한 우려를 갖고 있다"고 답한 응답자가 지난 4월보다 11%p 높은 53%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러시아 지도부 내에서도 분열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바그너그룹 수장 프리고진을 위시한 강경파 민족주의 진영은 쇼이구 국방장관과 게라시모프 러시아군 총사령관 등 국방부 지도층을 맹비난하고 있다. 반대로 러시아 국방부는 우크라이나전쟁에 참여한 모든 의용부대(비정규부대)가 국방부와 공식 계약을 체결하라는 명령을 내린 상태다. 러시아 현지 언론은 이 명령이 사실상 바그너그룹을 굴복시키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사진 = 러시아 대통령 푸틴(좌)과 체첸 자치공화국 수반 람잔 카디로프(우)가 회담을 나누고 있다 / EPA / 연합뉴스
사진 = 러시아 대통령 푸틴(좌)과 체첸 자치공화국 수반 람잔 카디로프(우)가 회담을 나누고 있다 / EPA / 연합뉴스

한편, 러시아가 체첸군을 다시 우크라이나 전선에 투입하면서 전쟁의 흐름이 어떻게 달라질지를 두고 관심이 쏠리고 있다. 체첸 특수부대 아흐마트는 지난 12일 러시아 국방부와 공식 계약을 체결했으며, 현재 도네츠크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다. 바그너그룹은 쇼이구의 명령에 불복해 아직 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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