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HCR 독립 전문가그룹, 러시아군 고문 행태 고발
러시아군, 우크라 민간인과 전쟁포로 상대로 다양한 고문 이어와
러시아 병사들, "재미있었다면 그건 전쟁범죄가 아니다"
러시아인 활동가, 구치소 수감 한 달 만에 사망… 고문 정황 확인돼

사진 = 콜론시나 지역 주민 세르게이 모졸(50)의 장례식이 열리고 있다. 러시아의 침공이 시작되자 나라와 자신의 동네를 지키는 것을 자원해 러시아군의 동태를 살피는 정찰 업무와 여러가지 수송 업무를 수행하던 모졸은 전쟁범죄의 희생양이 됐다 / 연합뉴스 / 잔학해지는 러시아… 우크라 군·민간인에 자국민까지 고문
사진 = 콜론시나 지역 주민 세르게이 모졸(50)의 장례식이 열리고 있다. 러시아의 침공이 시작되자 나라와 자신의 동네를 지키는 것을 자원해 러시아군의 동태를 살피는 정찰 업무와 여러가지 수송 업무를 수행하던 모졸은 전쟁범죄의 희생양이 됐다 / 연합뉴스 / 잔학해지는 러시아… 우크라 군·민간인에 자국민까지 고문

[문화뉴스 우현빈 기자]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가 점점 더 잔학한 행태를 보이고 있다.

현지 시각으로 15일, 유엔 인권 이사회의 앨리스 질 에드워즈 특별보고관은 보도자료를 내고 러시아 군대가 우크라이나 지역에서 민간인과 전쟁포로에 대한 고문을 지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지역에서 일어나는 고문 등 인권 침해 문제를 조사하는 독립 전문가그룹은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의 전쟁포로나 민간인을 상대로 전기충격, 구타, 복면 씌우기, 모의 처형 등 다양한 방식의 고문을 가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러한 고문이 정보를 빼내거나 자백을 강요하기 위한 목적으로 자행되고 있으며, 이전에 우크라이나군에 소속된 적이 있거나 우크라이나군을 도운 적이 있다는 이유로도 고문을 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이러한 이유는 단지 명분에 불과할 가능성이 크다. 러시아군은 무고한, 우크라이나군이나 전쟁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민간인을 상대로도 참혹한 폭력을 가해왔다. 실제로 지난해 전쟁 발발 이후 우크라이나 여성과 아동을 겨냥한 성범죄 등 러시아군의 악랄한 만행이 여러 차례 알려진 바 있다.

사진 = 지난해 영아성폭행 혐의로 체포된 뒤 우크라이나인들에 의해 SNS에 신상이 유포된 알렉세이 비치코프의 모습 / NEXTA Twitter / 잔학해지는 러시아… 우크라 군·민간인에 자국민까지 고문
사진 = 지난해 영아성폭행 혐의로 체포된 뒤 우크라이나인들에 의해 SNS에 신상이 유포된 알렉세이 비치코프의 모습 / NEXTA Twitter / 잔학해지는 러시아… 우크라 군·민간인에 자국민까지 고문

심지어 러시아 군인과 러시아 측 용병들은 이러한 전쟁범죄를 숨기려고도 하지 않았다. SNS를 통해 신상이 공개된 러시아 군인 알렉세이 비치코프는 우크라이나 영아를 상대로 한 성폭행 영상을 동료 병사에게 공유했다 체포됐다. 최근까지 최전선에서 우크라이나군과 싸우던 바그너그룹 역시 텔레그램을 통해 사로잡은 우크라이나군의 고문과 살해 영상을 업로드해왔다.

러시아군은 이러한 행동이 전쟁범죄라는 걸 명확히 알고도 재미를 위해 계속해온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NYT)의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군 제2근위차량화소총사단 병사들은 하르키우주 벨리카 코미슈바하 마을에서 감시초소로 사용하던 마을 주점 뒷방에 낙서를 남겼다.

러시아 병사들이 남긴 낙서에는 "재미있었다면 그건 전쟁범죄가 아니다."라는 충격적인 문구가 포함됐다. 이들은 집을 불태우며 "불태울 것이 하나 줄었다",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마을들을 불태울 것"이라고 적거나, "평화가 아니라 전쟁을 일으켜라", "우리에겐 세계가 필요하고, 세계 전부라면 더 좋다" 등 선전에 도취한 듯한 문구를 적기도 했다.

또한 우크라이나인을 '우크롭(허브의 일종)'으로 지칭하며 비인간화하려는 모습도 보였다. 낙서에는 "신이 도와주실 것이고, 우리는 '우크롭'들이 그를 만나도록 도와줄 것이다. 우크롭을 베어라"라고 적혔다. 이들은 현재 크레민나 인근에서 우크라이나군의 대반격에 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전장에서 고문이 이어지는 가운데, 러시아가 자국민을 상대로도 고문을 가하고 있는 정황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사진 = 지난해 모스크바에서 열린 동원령 반대 시위에서 시위 참가자가 경찰에 의해 끌려가고 있다 / EPA / 연합뉴스
사진 = 지난해 모스크바에서 열린 동원령 반대 시위에서 시위 참가자가 경찰에 의해 끌려가고 있다 / EPA / 연합뉴스

현지 시각으로 15일, 로이터·NYT 등 외신은 아나톨리 베레지코프(40세)가 수감 생활 한 달 만에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베레지코프의 변호인 이리나 가크는 러시아 인권 감시단체 'OVD-Info'를 통해 베레지코프의 시신이 석방 예정일을 불과 하루 앞둔 14일 영안실로 옮겨졌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한 러시아 병사들에게 총을 버리고 투항할 것을 촉구하는 '나는 살고 싶다' 반전운동과 관련된 포스터를 도시 곳곳에 붙였다가 당국의 표적이 된 베레지코프는 지난달 자택에서 경범죄 혐의로 체포된 뒤 인근 구치소에 수감됐다.

그로부터 한 달이 지난 14일, 러시아 로스토프나도누 경찰은 현지 언론매체를 통해 "수감 중이던 베레지코프가 전날 숨진 채 발견됐다"고 밝히며 그가 스스로 극단적 선택을 한 것처럼 묘사했다.

하지만 NYT는 베레지코프가 수감 기간 고문과 폭행, 협박에 시달린 정황이 있다고 보도했다. 가크 변호사는 베레지코프가 "협박받고 있고, 목숨을 잃을까 두렵다"며 호소했고, 숨지기 하루 전인 13일에는 늑골이 부러졌다며 몸에 난 상처를 보여줬다고 밝혔다. 러시아 야권 활동가인 타탸나 스포리셰바 역시 베레지코프가 "위협과 협박을 당하고 있다"고 호소했다고 전했다.

OVD-Info에 따르면 지난해 2월 개전 이후 반전시위 참여 혐의로 체포된 러시아 시민은 2만여 명에 달한다. 그중 600여 명은 기소됐으며, 이들 가운데 현재까지 37명이 고문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 = T-72 탱크에 탄 체첸공화국 수반 카디로프. 체첸군은 지난해에도 우크라이나에서 수많은 전쟁범죄를 저질렀다 / 타스통신 / 연합뉴스
사진 = T-72 탱크에 탄 체첸공화국 수반 카디로프. 체첸군은 지난해에도 우크라이나에서 수많은 전쟁범죄를 저질렀다 / 타스통신 / 연합뉴스

한편, 체첸군이 러시아 국방부와 계약을 체결하고 용병으로 다시 전면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면서 이러한 전쟁범죄가 더욱 증가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잔학하기로 유명한 체첸군은 지난해 우크라이나 전선 최전방에 투입됐으며, 우크라이나인은 물론 아군인 러시아군을 상대로도 전쟁범죄를 저지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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