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구의 츠베덴은 작은 거인(巨人)으로, 피아니스트 임윤찬은 조성진의 확실한 대항마(對抗馬)로!”

125일 저녁 8시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

협연자 피아니스트 임윤찬은 조성진의 확실한 대항마(對抗馬)로 자리매김했고 단구의 새 음악감독 얍 판 츠베덴은 작은 거인(巨人)이었다.

지난 125일 목요일 저녁 모처럼 클래식 관객들의 많은 기대와 화제속에 열린 얍 판 츠베덴 서울시향 음악감독 취임연주회 얘기다. 이날 연주회가 열린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 로비는 마치 세계적 외국 유명교향악단의 내한공연처럼 북적북적한 분위기가 예사롭지 않았고 이런 분위기는 콘서트홀에 들어가서도 공연직전의 긴장감이 흐르는 것으로 이어졌다. 2바이올린 임가진수석이 객석 좌측에서 먼저 입장하자 공연이 시작되는 구나 하는 감을 정신을 차리며 잡을 수 있었다.

말러교향곡 제1번 '거인(Titan)'으로 말러교향곡 전곡 사이클 녹음에의 의욕을 가동한 서울시향의 신임 상임지휘자 얍 판 츠베덴이 취임연주회를 이끌고 있다.. (사진 서울시향) 
말러교향곡 제1번 '거인(Titan)'으로 말러교향곡 전곡 사이클 녹음에의 의욕을 가동한 서울시향의 신임 상임지휘자 얍 판 츠베덴이 취임연주회를 이끌고 있다.. (사진 서울시향) 

임윤찬, 전체를 조망하고 어른스러워진 여유로운 타건

이날 서울시향 음악감독 취임연주회에 협연자 피아니스트 임윤찬은 전체를 조망하고 어른스러워진 여유로운 타건으로 예전의 강박관념에서 보다 자유로워진 듯 보였다. 마치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시적이고 우아한 타건을 펼친다면 임윤찬은 전체적인 조망속에 확실한 타건을 가져가는 듯 보였다.

내게 이날 임윤찬의 협연무대에서 떠오른 상념은 2015년 쇼팽피아노 콩쿠르 우승이후 아이돌스타 같은 클래식팬들의 인기몰이를 그동안 사실상 주도해왔던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확실한 대항마로 임윤찬이 확실히 자리를 잡았다는 느낌이었다. 이런 피아노 클래식계의 또 하나의 핫한 아이돌로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급부상함에 따라 조성진과 임윤찬 중 누가 진정한 챔피언의 넘버 원(No.1)을 부여받을 수 있을지가 앞으로 무대에서 클래식 애호가들의 은근한 관심거리다.

지난해 202372일 일요일 오후 5시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있었던 잔 데를링 지휘, 루체른심포니와의 협연무대에서 임윤찬이 선곡한 모차르트 피아노협주곡 제20번의 선곡은 그가 나이에 비해 소화해낼 레퍼토리의 진폭(振幅)이 넓다는 것을 보여주는 신호였다는 점에서 임윤찬의 무대 소화 능력은 거침없는 것처럼 여겨졌었다. 츠베덴의 서울시향 음악감독 취임연주회에서 임윤찬은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제5황제의 연주특징이 시작부터 오케스트라의 강렬한 화음에 이어 피아노가 랩소디풍의 화려한 카덴차를 연주하면서 대담함을 보이긴 하지만 솔리스트에게 쏟아질 황제같은 연주로 이끌어갔다기 보다 이날 서울시향 연주회의 성격이 신임 음악감독 츠벤덴의 취임에 촛점이 맞춰진 까닭에 오케스트라와의 조화에 방점을 찍은 연주를 이끌어간 것처럼 보였다.

기괴한 피아니즘의 대명사로 소문이 자자하던 임윤찬의 리사이틀을 내가 금호연세아트홀에서 처음 찾았던 것은 202156일이었다. 경이로운 피아니즘으로 점철됐던 2년 전 그날, 그에 대한 기억은 내게는 기괴함으로 다가왔고 당시 겨우 17세에 불과한 청소년 피아니스트가 이런 놀라운 피아니즘을 선사할 수 있는지 찬탄의 경이로움을 안고 집에 돌아갔던 기억을 갖고 있다. 그날 들었던 임윤찬의 바흐 음악적 헌정, BWV 10793성 리체르카레, 하이든 건반 소나타 D장조, H. 16/42, 멘덴스존 피아노를 위한 환상곡 스코틀랜드 소나타 Op.28’, 베토벤 피아노를 위한 7개의 바가텔 Op.33, 그리고 베토벤의 피아노를 위한 프로메테우스주제에 의한 15개의 변주곡과 푸가 에로이카 변주곡 Op. 35’ 연주는 나에게 있어 폭풍처럼 지나간 2시간여의 시간이었다.

임윤찬에 대한 기괴함의 피아니즘 연주기억을 안고 찾았던 2021107일의 성남 티엘아이 아트센터의 초절기교 임윤찬 피아노 리사이틀의 가을 연주회는 청중과 함께 그가 피아노의 거인 프란츠 리스트가 걸어온 길을 따라가보는 시간이 되어주었다. 임윤찬은 프란츠 리스트의 순례의 해-2번째 해 이탈리아4. 페트라르카의 소네토 47, 104, 123번을 전반부에 연주했고 후반부에는 ‘12개의 초절기교 연습곡을 선보였다. 우선 리스트의 순례의 해-2번째 해 이탈리아중 제4-6곡 페르라르카의 소네트는 단테와 쌍벽을 이루는 페트라르카의 서정 시집에서 세 가지를 뽑아 만든 곡이다. ‘페트라르카 소네트감흥에 사랑과 시에 살을 붙여 풍부한 색채로 그려졌다는 평을 받는 연주곡인데 임윤찬은 리스트의 12개 초절 기교 연습곡을 통해 3년 전 5월에 내가 가졌던 기괴함의 피아니즘보다 더욱 다이나믹했으며 이로써 다시 한번 또 하나의 경이로움을 관객에서 선사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목관의 살랑거림과 근육질의 연주, 해학적인 유쾌함, 금관의 도드라짐!”

서울시향의 신임 음악감독 얍 판 츠베덴의 새로운 시작 첫 연주 레퍼토리 선곡은 말러교향곡 제1번으로서 새롭게 출발해보려는 지휘자나 연주자 단원들의 의욕이 꽤나 넘쳤다.

클래식팬들에게 말러교향곡 제1번은 말러입문서 같은 연주곡인데 서울시향과 말러교향곡 전곡사이클 연주를 기획하고 있는 츠베덴이 첫 스타트라인에 선 것에 비해선 단구의 츠베덴이 거인같은 지휘를 보여주지 않았나 싶다. 서울시향은 말러교향곡 제1번 연주에서 목관의 살랑거림, 2악장의 근육질의 연주, 3악장의 해학적인 유쾌함, 4악장의 일어서서 연주한 금관의 도드라짐등 오랜만에 들어보는 서울시향의 말러교향곡이 꽤 신선했다는 감을 주었다.

츠베덴의 올해 연초 서울시향 음악감독 취임연주회는 20202월 말러교향곡 제2부활의 연주로 전임 예술감독 정명훈의 퇴임이후 수석객원지휘자 체제로 운영되던 서울시향의 화려한 부활을 알리고자 한 핀란드 출신 제2대 음악감독 오스모 벤스케의 확고한 의지의 표출이자 그만큼 감동적인 출발을 알렸던 당시의 연주열기에 못지않아 향후 5년간 펼쳐질 츠베덴의 서울시향 음악감독 시대에 클래식 애호가들의 지대한 관심이 쏠려있음을 반영했다.

내게 지난 10여년 넘게 서울시향의 말러 연주회 가운데서 가장 인상적인 연주를 꼽으라면 단연 역시 지난 2013719일 있었던 말러교향곡 제4번의 연주다. “서울시향이 근래 볼 수 없었던 밀도높은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섬세한 연주로 유럽 콘서트홀에 내놔도 손색없을 2부의 하이라이트였던 말러 교향곡 4G장조 연주로 서울 클래식팬들을 매혹시켰다. 지난 2013719일 저녁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있었던 그레이트 시리즈III을 통해 서울시향은 6월 말에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있었던 영국 로열필과 마에스트로 샤를르 뒤투아의 섬세하고 색채감 넘치는 연주를 연상시키듯 인상적인 섬세한 연주로 청중에게 황홀한 위안을 선사했다는 당시의 필자가 썼던 기사를 다시 읽어보면 그날의 감동과 감격이 되살아온다.

2014523일 저녁 8시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있은 더 브릴리언트 시리즈 서울시향-정명훈의 구스타프 말러 교향곡 5번 연주에서도 가장 인상적이었던 대목은 4악장 Adagietto의 아련한 선율로 아름다움이 처연히 밀려오는 알마에 대한 사랑의 고백이었다. “로열콘서트헤보우(Royal Concertgebouw Orchestra Amsterdam)와 버나드 하이팅크의 Mahler Complete Symphonies Cycle중 말러 5번에서 표출되는 좀더 잘 정련되고 깊은 음향의 질감, 그리고 일사분란하게 금관이 빛을 발하는 말러에 비해 정명훈은 서울시향을 통해 새로운 유파의 말러를 그려내고 있었는데 한국적인 페이소스(비애감)와 격정이 겉잡을 수 없이 번져가는 강렬하고 드라마틱한 해석이 그것이다아울러 지휘자 정명훈의 해석 뿐만 아니라 단원들의 집중력 솔로파트의 연주력 청중의 분위기... 201111월에 있었던 래틀과 베를린필의 감동에 전혀 뒤지지 않았다는 평을 받았던 20138월말의 서울시향 말러교향곡 제9번 연주도 서울시향의 말러교향곡 연주사이클에서 빠져서는 안될 중요한 한페이지로 언급돼야 한다. 아무쪼록 서울시향의 신임 음악감독 츠베덴의 5년 항해가 이런 말러교향곡 과거 연주들을 밑거름 삼아 서울시향의 세계적 교향악단으로의 발전과 성장에 견인차가 되기를 기원한다.

(: 음악칼럼니스트 여 홍일)

 

 

주요기사
관련기사

 
저작권자 © 문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