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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가 있는 날·예술이 있는 삶을 빛냅니다…문화뉴스] 연극 '맨 프럼 어스' 허동훈 제작프로듀서는 이원종 배우와의 인터뷰를 앞둔 기자와의 대화에서 이런 이야기를 꺼냈다.

"원작보다 훨씬 더 재밌을 거예요. 
영화 자체가 워낙 연극을 염두에 두고 만든 점이 많은 것 같았어요."

이에 연극 관람을 하고 나서 과연 어떤 의미인지 확인하기 위해서 원작 영화를 바로 감상했다. 그리고 자신감이 묻어난 프로듀서의 말이 허언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한 차례 더 감상까지 해봤지만, 오히려 연극 '맨 프럼 어스'의 매력에 확실하게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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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영화와 연극의 공통적인 뼈대는 주인공 존 올드맨이 동료 교수들과의 송별연 자리에서 자신을 만 사천 년을 살아온 사람이라고 밝히면서 시작된다. 불멸에 관한 믿을 수 없는 이야기를 존은 논리 정연한 가설과 기발한 상상력을 더하며 신념 강한 동료들을 이른바 '멘붕'에 빠트린다. 계속된 이야기 속에 동료들이 느끼는 혼란과 감정적인 동요 현상은 극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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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SF TV 시리즈로 유명한 '스타트렉'과 '환상특급'의 작가인 제롬 빅스비의 생애 마지막 작품이기도 한 '맨 프럼 어스'는 헐리우드에서도 약 2억 정도인 20만 달러의 제작비로 제작됐다. 최고의 SF 작품을 뽑는 '새턴 어워즈'의 베스트 DVD 후보작에 2007년 선정되기도 했다.

원작 영화와 세계 초연으로 공연된 이번 연극의 차이점을 어느 정도 비교하면 이 작품을 좀 더 재밌게 볼 수 있을 것이다.

먼저 영화에서 등장하는 무대는 집 내부와 집 외부의 마당이다. 과거 존이 어떠한 인생을 살아왔는지에 대한 부연적인 자료화면은 일절 등장하지 않는다. 이 점이 어쩌면 연극으로 제작하기에 참 쉬워졌는지 모르겠다. 연극 무대를 살펴보면, 1층 거실과 2층 다락방이 전부다. 2층 다락방에서 하는 대화들은 주로 영화에선 외부 마당에서 하는 대화들이다.

   
▲ 연극은 2층을 활용하여 영화와는 다른 바깥 분위기를 조성한다. ⓒ 드림컴퍼니

자료화면 없이 계속 대화들만 나열되다 보니 영화는 다소 지루한 전개로 초반부를 맞이한다. 하지만 연극에선 그런 느낌이 들지 않았다. 영화에선 인물들의 반응을 보여주기 위해서 인물의 표정을 여러 프레임에 잡으면서 긴장이 떨어진다. 그러나 연극에서는 모든 인물이 한 공간에 있기 때문에 주인공인 '존'을 보면서 다른 인물들이 심각해지는 반응을 왔다 갔다 하면서 볼 수 있다. 그러면서 영화에서 느끼지 못한 긴장감이 오히려 연극에서는 느껴진다.

연극에서 느낄 수 있는 또 하나의 묘미는 바로 출연진에 있다. 사실 원작에 출연한 배우들은 그렇게 유명한 배우들은 아니다. 주로 미국 TV 시리즈의 조연이거나, 메이저급이 아닌 영화들의 조연으로 출연하는 배우들이 등장한다. 그러다보니 무언가 연기력에서 아쉬움이 느껴지는 장면을 종종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연극은 다르다. 이번 작품의 프로듀서이자 인류학 교수인 '댄' 역할의 이원종을 비롯해 손종학, 이대연, 서이숙, 최용민 등의 배우만 놓고 보면, 국내 팬들에게 많은 드라마와 영화에 없어서는 안 될 감초 역할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출연진이 등장한다. 특히 가장 많은 대사를 이끌어 나갈 수밖에 없는 '존 올드맨' 역의 문종원, 박해수, 여현수는 저마다의 개성으로 관객들에게 자신이 만 사천 년을 산 것처럼 연기하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했다. 여기에 연기력 또한 수많은 내공으로 쌓여 있어 원작보다 낫다고 말할 수 있다.

그리고 서브 캐릭터들의 변화를 통해 조금 더 극을 흥미롭게 만들었다. 고고학 교수인 '린다'(조경숙, 이영숙)는 영화와 다르게 거침없는 욕설을 대화 중간에 내뱉으며 심각한 분위기의 객석에 웃음 폭탄을 투척한다. 여기에 '린다'의 제자인 '아트'(정구민, 오근욱, 백철민)가 연인관계로 작품에 등장한다. 영화에선 그 반대로 남자 교수와 여자 제자가 연인관계로 등장하는데, 오히려 영화보다 연극에서의 그런 관계 설정이 더 재밌게 묘사됐다.

   
▲ 교수 '린다'와 제자 '아트'가 연인으로 등장하는 것도 영화와 설정이 약간 다르다. ⓒ 드림컴퍼니


서브 캐릭터가 아닌 엑스트라에도 연극은 관심의 손길을 내밀었다. 영화와 연극 모두 '존 올드맨'의 모든 짐을 집 밖으로 옮기는 역할인 '일꾼'(전민정, 이관용)이 등장한다. 영화는 남자 두 명이 짐을 옮기기만 하는 역할을 하지만, 연극에선 자연스럽게 극 중에 코믹한 요소로 등장하여 녹아든다.

이처럼 '맨 프럼 어스' 공연은 원작에서의 메인 틀은 유지하되, 자체의 이야기를 더 채워가면서 알찬 연극으로 기획됐다. 원작이 90분이 안 되는 상영 시간인데 비해, 약 20분이 추가되면서 그 사이에 인물들의 소개와 갈등 묘사가 더 깊어졌기 때문에 충분히 즐길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작품에 하고 싶은 이야기를 끝까지 듣고 보신다면 어떻게 우리가 관계를 맺고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내용이기 때문에 상당히 재밌게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프로듀서이자 연기까지 겸한 이원종은 연극에 대해 팬들에게 이런 당부를 내렸다.

  * 연극 정보
   - 제목 : 맨 프롬 어스
   - 공연날짜 : 2014. 11. 7. ~ 2015. 2. 22.
   - 공연장소 : 대학로 유니플렉스 2관
   - 각색 : 배삼식 / 연출 : 최용훈
   - 출연 : 문종원, 박해수, 여현수, 김재건, 최용민 등

문화뉴스 양미르 기자 mir@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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