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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가 있는 날·예술이 있는 삶을 빛냅니다…문화뉴스] 극장 셋업 전날인 이번 주 일요일, 당일치기로 제주도를 방문한다고 전하는 패기 넘치는 연출가가 있다. 바로 동시대의 이슈를 연극에 담아내는 연출가 '이경성'이다.
그는 곧 개막할 연극 '비포 애프터'의 마지막 장면에 사용될 파도소리 녹음을 제주항에서 하기 위해 직접 그곳에 방문하기로 결정했다고 전한다. 물론 관객들은 아무도 눈치 채지 못할 테지만, 무모해보이는 과감함을 버리지 않는다. 이경성이 연극제작 과정의 마지막 과정을 이토록 비효율적으로 수행하는 이유는, "마음의 문제는 언제나 비효율적이고 더 손해 보는 선택일 수 있음을 우리 안에서 연습하기 위함"이라고 한다.
2010년에 도시 공간의 의미를 담은 연극 '당신의 소파를 옮겨 드립니다'로 동아연극상 새개념 연극상을 수상한 바 있는 이경성은, 이어 2014년에는 두산연강예술상을 수상하며, 두산아트센터와의 연을 이어갔다. 이번 작품 '비포 애프터 Before After'는 돌이킬 수 없는 사건 이후 일상의 기억과 경험을 소재로 우리 삶과 사건의 관계를 살펴보는 연극이다.
비포 애프터(Before After)라는 시간적 구분은 어떤 사건을 기점으로 두고 그 전과 후에 달라진 변화를 의미한다. 돌이킬 수 없는 거대한 사건을 통해서도 비포 애프터가 만들어지는데, 그 거대한 사건이 '나'의 삶과 연결돼있다는 것을 우리는 어떻게 체험할 수 있을까? 연극 '비포 애프터'는 이 지점에서 시작한다.
아버지의 죽음을 서서히 목도한 성수연, 친구의 죽음으로 인해 부채감을 느꼈던 채군, 눈이 거의 실명될 정도의 국가적 폭력을 경험한 후 무기력증에 빠졌던 장성익, 2014년 4월 16일 히말라야 트레킹을 하고 있었던 김다흰과 자신의 일기를 방송하는 나경민, 국가를 연기하는 장수진. 이들 각자가 가진 비포와 애프터의 시간이 우리 사회의 거대한 축이 되어버린 '사건'과 맞물려 연극을 구성한다. 극장 비상탈출 매뉴얼, 랩, 걸그룹 댄스, 뉴스, 실시간 영상 등의 형식으로 표현되는 무대 위 '나'의 시간은 어느새 무대 너머 '너'의 공간과 만나게 된다.
이경성은 연출노트에서 "연극 '비포 애프터'는 작년 4월 16일 침몰한 세월호 사건에서부터 출발한다"고 밝힌다. 덧붙여 "일어난 사건의 의미가 아니라 일어난 사건 그 자체를 바라보기 시작했을 때 우리들의 생각도 작업도 하나의 줄로 꿰어지기 시작했다. 국가와 나, 생명과 숨, 진정성과 몸, 그리고 너. 이런 화두들이 점차 작품의 맥락을 만들어 내었다"고 말한다.
당사자가 아니라면 닿을 수 없는 극심한 아픔. 그것을 공적인 영역으로 끌고 들어와 '공감'이라는 영역을 형성하기까지. 이경성은 연극 '비포 애프터'가 점차 결여돼 가는 감성을 연습하는 시공간을 허락해줄 것이라며, 그 정체성을 밝히고 있다. 감성을 연습하며 공감능력을 키워내는 것. 연극은 이제 삶이 삶다워 질 수 있도록 우리를 연습시켜주려고까지 한다. 이제 우리는 삶답지 못하게 흘러가는 우리의 삶들에 미안해하며, 그 연습을 기꺼이 받아들여야 하지 않을까.
문화뉴스 장기영 기자 key000@mhn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