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의 첨병 섰던 ´쿠팡´
화재 사실 알린 직원 '양치기 소년' 취급
난방기구·에어컨 없는 물류창고...불매 확산
![김범석 쿠팡 창업자. [사진=쿠팡 제공]](https://cdn.mhns.co.kr/news/photo/202106/507257_611998_254.jpg)
[문화뉴스 유수정 기자] "고객이 '쿠팡 없이 어떻게 살았지?'라고 묻는 세상을 만들겠다."
지난 3월 김범석 쿠팡 창업자가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신고식 창업자 레터에서 밝힌 쿠팡의 미션이다. 쿠팡 이전과 이후로 나뉘는 세상을 꿈꾼다는 김 창업자의 미션은, 타임라인 어디쯤에 와있는 것일까.
혁신의, 혁신을 위한, 혁신에 의한
쿠팡은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 '혁신'을 천명하며 성장한 기업이다.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불굴의 도전 정신으로 모바일 퍼스트 전략, 로켓배송, 로켓프레시, 로켓와우, 쿠팡이츠, 쿠팡플레이 등으로 저변을 넓히며 소비자의 삶 속으로 스며들었다.
매년 수 천억원에 이르는 적자를 감수하면서도 로켓배송을 포기하지 않았던 쿠팡은 전 세계를 강타한 팬데믹으로 상당한 수혜를 봤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비대면 시장 규모가 확대되면서 쿠팡 이용자 수도 급증했다. 한 번이라도 쿠팡에서 제품을 구입한 적이 있는 활성 고객은 지난해 말 기준 1480만명으로 전년 같은 기간 1180만명에 비해 25.9% 늘었다.
이는 고스란히 매출액 증가로 이어졌다. 쿠팡의 2020년 매출은 전년 대비 91% 증가한 19억7000만 달러(약 13조2500억원)을 기록했으며 영업적자는 4억7490만 달러(약 5257억원)를 기록했다. 특히 2019년 7205억원에 이르던 적자 폭이 약 1500억원 가량 줄어들면서 숨통이 트였다.
지난 3월에는 뉴욕 증시 입성에 성공하며 5조원의 실탄도 마련했다. 당시 국내에서 '쿠팡 관련주'로 편입된 기업들의 주가가 연일 상한가를 달성하며 투자 광풍이 불기도 했다.
그렇게 시총 77조원에 이르는 거대기업으로 퀀텀점프하며 수 많은 스타트업의 롤모델로 우뚝 선 쿠팡은, 지난 17일 발생한 물류센터 화재로 '혁신의 민낯'을 드러냈다.
![지난 17일 화재가 발생한 경기도 이천시 마장면 쿠팡 덕평물류센터가 20일 오전 폭격을 맞은 듯 뼈대를 드러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https://cdn.mhns.co.kr/news/photo/202106/507257_612008_4155.jpg)
구조대장 끝내 숨져...
"정말 불났다" 확인 요청 묵살
경기도 이천에 위치한 쿠팡 덕평물류센터에서 발생한 화재는 쉬이 진화되지 않고 있다. 지상 4층, 지하 2층에 연면적 12만7178.58㎡으로 축구장 15개 넓이에 달하는 물류센터에서 발생한 불은 사고 5일째인 22일까지도 완전히 꺼지지 않고 있다.
쿠팡의 3대 메가 허브로 꼽히는 덕평물류센터의 내부 적재물은 1천620만 개, 부피로 따지면 5만3천여㎡에 달하고 종이나 비닐, 박스와 같은 가연성 물질이 도처에 널려 있어 잔불 정리 작업에도 수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틀 만에 큰 불길은 잡았지만, 화재 진압 과정에서 건물 내에 고립된 경기 광주소방서 구조대장 김동식 소방관이 끝내 숨진 채 발견되면서 쿠팡 노동자들의 죽음과 열악한 근무 환경이 재조명됐다.

이날 화재를 최초로 목격했던 직원은 당시 화재 사실을 담당자에게 여러 차례 알렸으나 "'양치기 소년' 된다"며 묵살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신을 당시 근무했던 직원이라고 주장한 A씨는 지난 21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덕평쿠팡물류센터 화재는 처음이 아니었다’는 글에서 그날의 상황을 상세히 전했다.
A씨는 소방서에 최초 신고가 접수된 시각보다 10분 가량 앞선 오전 5시 26분경 건물 내에 자욱한 연기를 목격했다. 이후 화재 경보가 울리고 방화문이 내려오는 것을목격한 A씨는 업무 중인 동료들에게 "진짜로 불이 났다"고 알리고 입구 쪽을 향해 달렸다.
쿠팡이 노동자들의 휴대전화 소지를 금지한 탓에 신고할 수 없었던 A씨는 무전기와 휴대전화를 소지한 보안요원에게 화재 사실을 알렸으나 "알아서 할테니 퇴근이나 하라"고 묵살 당했다.
할 수 없이 다른 관계자를 찾아 "정말 불이났다"고 말했으나 "(경보기)오작동이 잦아서 불났다고 하면 양치기 소년 된다”며 크게 웃으며 가볍게 넘어갔다고 한다.
A씨는 3년 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며 "안전불감증이 심각하고 전혀 개선된 것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번만큼은 올바른 재발 방지 대책을 세우고 이를 꼭 시행해 달라. 소방대장님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해 달라"고 촉구했다.
![잠실에 위치한 쿠팡 본사. [사진=연합뉴스 제공]](https://cdn.mhns.co.kr/news/photo/202106/507257_612016_5559.jpg)
겨울엔 난방이, 여름엔 에어컨이 없었다
9명. 지난 1년 간 쿠팡의 배송 및 물류센터에서 숨진 노동자는 모두 9명이다.
한파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해 겨울, 강추위에 일했던 쿠팡 노동자 3명은 심혈관계 질환으로 돌연사했다. 수 백명이 24시간 일하는 물류센터 내에는 난방기구가 없었다. 추위에 얼어붙은 몸을 녹일 수 있는 건 인당 한개씩 나누어 준 420원짜리 핫팩 하나가 전부였다.
시사인은 쿠팡 노동자들의 잇따른 사망 원인을 조명한 지난 2월 14일자 기사에서 극단적인 작업 환경을 조명했다. 기사에 따르면 노동자들은 난방기구 하나 없는 환경에서 근무했지만 개인 핫팩을 반입할 수 없고, 쉴 틈 없이 쏟아지는 배송 물품을 처리하느라 물도 마시기 힘든 극악의 환경에서 일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쿠팡의 기술 혁신은 현장 노동자들을 어떻게 하면 더 많이 쥐어짤까의 혁신"이라고 보도하며 쿠팡의 무서운 성장세에 가려진 노동자들의 처우에 대해 조명하기도 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쿠팡과 쿠팡 풀필먼트에서 2019년 515건, 2020년에는 2배에 가까운 982건이 산재로 승인됐다.
김 창업자는 이와 관련해 국회 국정감사 증인 출석을 요구받았지만 참석하지 않았다. 대신 엄성환 쿠팡풀필먼트 전무가 참석해 재발 방지를 위한 노력을 약속했다.
이번 덕평물류센터 화재의 발원지는 지하 2층 물품 창고 내 진열대 선반 위쪽에 설치된 콘센트였다. 에어컨이 없는 작업장에서 선풍기를 켜기 위해 멀티탭을 사용했는데, 불꽃이 일면서 화재로 연결된 것이다.
쿠팡 노조는 사측의 부실한 안전관리가 피해를 키웠다고 주장했다.
공공운수노조 쿠팡물류센터지부는 18일 "화재 위험이 큰 전기장치에 대한 문제는 노동자들이 현장에서 계속 지적해왔던 부분"이라며 "평소에도 정전 등 크고 작은 문제가 빈번하게 일어나지만 쿠팡의 근본적 대책이 마련되거나 실행된 적은 없다"고 비판했다.
![한 이용자가 올린 쿠팡 불매 내용을 담은 게시물. [사진=인스타그램 캡처]](https://cdn.mhns.co.kr/news/photo/202106/507257_612020_1741.jpg)
소비자 불매 확산...
'중대재해법' 회피? 책임 함께 가야
비인간적인 노동 환경과 안전불감증 등 쿠팡의 민낯이 드러나면서 소비자들은 쿠팡 불매 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지난 20일을 기점으로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쿠팡 회원 탈퇴 인증 사진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이날 트위터에서는 '쿠팡 탈퇴' 해시태그가 2만 회 이상 언급되며 실시간 트렌드 순위에도 올랐다.
한 인스타그램 이용자는 "가혹한 근무환경으로 9명 사망, 물류센터화재까지. 쿠팡의 김범석 미국대표는 대한민국을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하려 하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해야 할 것" 등의 글을 올리며 쿠팡 회원 탈퇴 인증샷을 게재했다.
여론이 악화되자 쿠팡은 강한승 대표 명의로 지난 20일 "화재 원인 조사에 협조하고 조사 결과를 통해 추가로 필요한 부분이 있으면 개선하도록 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화재가 발생한 당일, 김범석 쿠팡 창업자가 이사회 의장과 등기이사직을 사임한다는 사실을 발표한 것이 알려지며 비판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쿠팡 측은 지난달 이미 결정된 사항이라고 진화에 나섰지만, 일각에서 김 창업자가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른 책임을 피하기 위한 목적으로 사임했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거센 역풍을 맞았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사업장에서 노동자가 사망했을 때 사업주가 안전 확보 책임을 다하지 않으면 사업주와 경영 책임자에게 형사처벌을 부과하는 법안이다.
김 창업자가 이사직은 사임했지만 쿠팡 아이엔씨(한국 쿠팡 지분 100% 보유) 최고경영자와 이사회 의장직은 유지하기 때문에 지배력은 여전히 행사할 수 있다. 이에 한국에서 사업을 하면서 노동자의 사망 사고에 따른 책무는 회피하려 한다는 의혹이 강해지고 있다.
![김범석 쿠팡 창업자. [사진=AP/연합뉴스 제공]](https://cdn.mhns.co.kr/news/photo/202106/507257_612038_750.jpg)
상생이 기반되는 혁신으로 나아가길
그간 김범석 쿠팡 창업자는 쿠팡의 핵심 가치로 '고객과의 신뢰'를 강조해왔다.
김 창업자는 "고객의 신뢰를 매출보다도 최우선으로 생각한다"며 이러한 가치를 믿기 때문에 1조가 넘는 적자에도 불구하고 로켓배송을 지속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김 창업자가 여러 차례 언급한 것처럼, 고객들은 신뢰할 만한 기업의 제품에 기꺼이 지갑을 연다. ESG 경영이 핵심 트렌드로 떠오르고 가치 소비가 확대되는 시점에서, 글로벌 진출을 본격화 한 쿠팡에게 요구되는 것은 무엇보다 고객과의 신뢰가 기반이 되는 혁신이다.
쿠팡에서 근무하는 노동자도 소중한 고객이다. 고객들은 노동자가 적법한 환경에서 안전하게 근무하는 것이 기업의 성장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스타트업의 신화로 일어난 쿠팡이 상생을 기반으로 한 혁신으로 고객들의 마음을 돌릴 수 있기를 바란다.
- 쿠팡 화재현장 실종 소방관 유해 발견, 끝내 시신으로 돌아와...
- [특징주 돋보기+] ´윤석열-원전 관련주´ 서울식품-대원전선-보성파워텍-한전산업 강세
- [특징주 돋보기+] ´이준석 관련주´ 급락, LG헬로비전-신풍제약-한솔로지스틱스-KCTC 강세
- 쿠팡플레이…새롭게 시작하는 'SNL 코리아' 독점 서비스
- 이베이 포기한 카카오, 지그재그 인수 추진
- [대형마트 휴무일] 롯데마트, 이마트, 홈플러스, 코스트코 휴무일
- [목요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2, 송화에게 건내진 새로운 제안은 무엇일까
- [특징주 돋보기+] 신풍제약-팬오션-엑세스바이오-대창솔루션 등 강세
- [넷플릭스 드라마 추천] 다른 차원의 문이 열린다...SF·판타지 드라마 4편
- '2021년 하반기 달라지는 것' 자가격리 기간 단축·최고금리 인하·주52시간제 적용 등 [종합]
- [7월 대형마트 휴무일] 롯데마트, 이마트, 홈플러스, 코스트코 휴무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