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백현석 기자)  김리아갤러리에서 김영현의 개인전 《선잠》이 7월 31일부터 8월 16일까지 열린다. ‘선잠’은 깊이 들지 못한 채 얕게 머무는 잠, 혹은 잠결과 현실 사이에서 피어나는 환영과 감각의 상태를 뜻한다. 

이번 전시는 현실에 발 디디지 않은 세계를 감각적으로 구축해온 김영현의 태도를 은유적으로 담아낸 제목으로, 현실과 비현실, 평면과 물질, 아름다움과 위태로움이 교차하는 지점에 놓인 회화적 실험들을 소개한다.

김영현은 낯선 상상을 정교한 감각으로 길어 올리며, 현실과 비현실 사이의 모호한 경계를 집요하게 탐색해온 작가다.

 

[전시] 김리아갤러리, 김영현 개인전 '선잠'
[전시] 김리아갤러리, 김영현 개인전 '선잠'

존재하지 않는 것들을 본 적 있는 것처럼 성실히 그려내는 그의 회화는, 허구적 서사를 품은 채 묘한 진실감을 획득한다. 그것은 과거도 미래도 아닌 시공간 속에서 구축된 낯선 장면들로, 관람자의 감각을 흔들며 익숙한 정서의 언어를 낯설게 만든다.

작가는 호분(조개껍질 가루)을 물에 개어 얇은 광목천에 스며들게 하는 방식으로, 부드럽고 연약한 화면을 구성한다. 여러 번 덧칠해도 두께가 두터워지지 않는 수채적 평면은 몰입을 유도하면서도, 환영이 굳어지기 직전의 상태를, 의도적으로 흔들림 속에 머물게 한다. 

그는 실을 풀거나 천을 프레임에서 분리하는 행위를 통해 회화가 기댄 지지체의 연약함과 불완전성을 드러낸다. 그렇게 만들어진 장면은 한편으로는 낭만적이고 아름답지만, 동시에 언제든 깨질 수 있는 긴장을 머금고 있다.

김영현은 회화의 물성을 끝까지 밀어붙이되, 완전한 서사를 제공하지 않는 장면들을 통해 현실과 환상의 간극을 드러낸다. 화면 위에서 벌어지는 미묘한 균열의 개입은 ‘허구’가 단순한 거짓이 아니라 현실을 성립시키는 구조임을 되묻게 만든다. 이번 전시 《선잠》은 그 경계의 흐릿한 접면에서, 감각과 의미, 믿음과 환상의 관계를 천천히 응시하는 시간으로 관람자를 이끌 것이다.

문화뉴스 / 백현석 기자 bc70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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