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초고율 관세에 의류·전자 등 제조업 직격탄
대형 업체는 해외 이전 검토… 중소기업은 속수무책
무디스, 성장률 하락·투자 위축 경고

백악관에서 회의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 사진=AP/연합뉴스
백악관에서 회의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 사진=AP/연합뉴스

(문화뉴스 윤세호 기자) 미국 행정부가 부과한 50%에 달하는 초고율 관세 폭탄이 인도 제조업계를 뒤흔들고 있다.

8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인도에 50% 관세 부과를 예고한 뒤 미국 고객사들과 거래하는 인도 제조업체들에 주문 보류나 생산거점 해외 이전 요청이 잇따르고 있다.

이에 따라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국가적 과제로 추진해온 제조업 진흥 정책 ‘메이크 인 인디아(Make in India)’도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인도 마하라슈트라주 타네 지역의 비완디 의류 제조 공장에서 직원들이 근무하고 있다. / 사진=AFP/연합뉴스
인도 마하라슈트라주 타네 지역의 비완디 의류 제조 공장에서 직원들이 근무하고 있다. / 사진=AFP/연합뉴스

미국 브랜드 갭과 콜스 등에 의류를 공급하는 펄 글로벌의 팔랍 바네르지 전무이사는 “모든 고객이 이미 내게 전화를 걸어왔다”며 “그들은 우리가 인도에서 다른 나라로 이전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요청에 대해 펄 글로벌은 방글라데시, 인도네시아, 베트남, 과테말라의 17개 공장으로 생산 이전을 제안했다. 팔랍 바네르지 전무이사는 "몇몇 고객은 관세 부담을 분담해준다면 물품을 계속 구매하겠다고 제안했으나, 그것은 실행 가능한 일이 아니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인도 최대 의류 제조업체 레이먼드는 에티오피아 공장에 희망을 걸고 있으며, 미국 고객을 위해 석 달 내 생산 라인을 추가할 가능성을 언급했다.

인도 의류산업 중심지인 남부 타밀나두주 티루푸르의 한 의류공장. /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인도 의류산업 중심지인 남부 타밀나두주 티루푸르의 한 의류공장. /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리차코 엑스포트는 2025년 인도 내 20여 개 공장에서 생산한 제품을 미국에 1억1천100만 달러어치 수출했으나, 관세 장벽에 부딪히자 네팔 카트만두에 공장 설립을 검토 중이다. 그러나 해외 이전 여력이 없는 중소·영세 기업들은 대책이 없는 상태다.

의류 산업 중심지 타밀나두주 티루푸르는 주문 보류가 잇따르며 ‘공황 상태’에 빠졌다고 전해졌다. 인도 의류수출진흥위원회(APC)의 수디르 세크리 위원장은 “50% 관세가 부과되면 중소 의류기업들의 종말을 알리는 사건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6일 인도의 러시아산 석유 수입에 대응해 21일 후 인도산 제품에 25%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미 부과 중인 25% 국가별 관세에 더해 인도에 부과되는 관세율은 50%로 치솟게 된다.

백악관에서 회의 후 악수를 나누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백악관에서 회의 후 악수를 나누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또한,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인도에 대한 50%의 관세 조치가 다른 아시아·태평양 국가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며, 인도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약 0.3%포인트 낮출 수 있다고 8일(현지시간) 밝혔다.

무디스는 관세 격차가 확대되면 인도의 제조업, 특히 전자제품과 같은 고부가가치 산업의 성장 의지가 크게 위축될 수 있으며, 최근 몇 년간 투자 유치에서 거둔 성과 일부가 무너질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무디스는 “전면 충돌보다는 중간 수준의 협상 타결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관세로 인한 성장 저해 규모는 인도 정부의 재정 정책 대응 여부에 달려 있지만, 정부는 점진적인 재정·부채 통합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됐다.

인도 노이다의 의류 제조 공장에서 작업자가 드레스 치수를 측정하고 있다. /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인도 노이다의 의류 제조 공장에서 작업자가 드레스 치수를 측정하고 있다. /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인도 중앙은행(RBI)은 지난 6월 50bp의 전격 금리 인하 이후, 이날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중립’ 기조를 이어갔다. 그러나 미국발 관세와 무역 불확실성은 외국인 투자 심리를 약화시키고 있다.

외국인 포트폴리오 투자자들은 지난 7월 약 20억 달러를 순매도한 데 이어 8월에도 현재까지 9억 달러 규모의 인도 주식을 매도했다. 이에 따라 인도 대표 주가지수인 니프티50과 센섹스지수는 지난 7월 2.9% 하락한 데 이어 8월에도 0.7% 떨어졌다.

문화뉴스 / 윤세호 기자 press@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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