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능성과 숙제 다시 던져준 SAC 2025 국제음악제!”

로렌스 르네스의 그런 오케스트라와 성악의 조화를 이끌어내는 지휘 스타일은 특별한 이목을 모았다. (사진: SAC)
로렌스 르네스의 그런 오케스트라와 성악의 조화를 이끌어내는 지휘 스타일은 특별한 이목을 모았다. (사진: SAC)

 

SAC 2025 국제음악제의 개막공연은 ‘가능성과 숙제’를 동시에 던져주었다.

가능성이라면 젊은 연주자들로 구성된 SAC 페스티벌 오케스트라가 ‘R. 슈트라우스 갈라’라는 타이틀로 돈 후안, 장미의 기사 모음곡, 그리고 자전적 색채가 짙게 배인 영웅의 생애 Op.40*을 연주하며 기성 직업교향악단에 필적하는 연주력을 선보였다는 점이다.

숙제로는, 평창대관령음악제 2025와 마찬가지로 국내 단체 위주의 편성으로 인해 유럽 여름축제 시즌에 활동 중인 세계 정상급 오케스트라를 초청하지 못한 현실이 남았다. 이는 기업 스폰서 확보의 어려움과도 직결되는 과제다.

올해 개막공연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로렌스 르네스의 지휘 스타일이었다. 그는 2013년 여름, 서울시향과 말러 교향곡 4번을 지휘하며 푸에르토리코 출신 리릭 소프라노 마르티네스와 빚어낸 오케스트라·성악 조화로 이미 깊은 인상을 남긴 바 있다. 이번에도 그는 탁월한 오케스트라 균형감과 성악적 호흡을 이끌어냈다.

슈트라우스의 돈 후안 Op.20은 1888년 작곡된 교향시로, 정열적이면서도 다정다감한 돈 후안의 모습을 자유로운 소나타 형식 안에 생생하게 담아낸 작품이다. '장미의 기사 모음곡'은 오페라의 주요 장면을 묶은 관현악곡으로, 작곡자 편곡 여부에 대한 논란이 있으나 특유의 화려한 관현악 기법과 깊은 감정선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8월10일 일요일 오후 5시에 있었던 폐막공연 말러교향곡 1번 연주는 개막공연 때와는 전혀 다른 앙상블에다 인상적 금관의 활약으로 관객들의 열띤 환호와 박수를 받았다.
8월10일 일요일 오후 5시에 있었던 폐막공연 말러교향곡 1번 연주는 개막공연 때와는 전혀 다른 앙상블에다 인상적 금관의 활약으로 관객들의 열띤 환호와 박수를 받았다.

 

흥미롭게도, 이 두 곡은 불과 두 달 반 전인 5월 22일 KBS 교향악단이 정기연주회에서 선보였던 레퍼토리이기도 하다. SAC 페스티벌 오케스트라는 대담하게 동일한 곡목에 도전했지만, 첫 곡 '돈 후안'에서는 다소 풀린 앙상블이 아쉬웠다. 음량과 분위기는 충분했지만 응집력이 부족하다는 관객의 평가가 있었다.

반면, 후반부 '영웅의 생애'에서는 르네스의 지휘 스타일이 보다 짙게 배어들었다. 악장 이지혜의 바이올린 솔로가 빛났고, 장면 전환과 드라마틱한 흐름이 돋보였다. 필자는 과거 정명훈과 서울시향이 이 곡을 여섯 개 장면을 완벽하게 이어 드라마처럼 연주했던 기억을 떠올렸다.

오페라와 교향악 분야 모두에서 탁월한 음악성으로 주목받는 로렌스 르네스는 열정과 섬세함, 품격이 느껴지는 지휘를 다시 선보여 All 슈트라우스 곡들의 대담한 레퍼토리들로 개막공연을 이끌었다. 
오페라와 교향악 분야 모두에서 탁월한 음악성으로 주목받는 로렌스 르네스는 열정과 섬세함, 품격이 느껴지는 지휘를 다시 선보여 All 슈트라우스 곡들의 대담한 레퍼토리들로 개막공연을 이끌었다. 

 

르네스는 오페라와 교향악 양 분야에서 뛰어난 음악성을 인정받아온 지휘자로, 이번에도 열정과 섬세함, 품격이 어우러진 해석을 보여주었다. 2013년 당시 그가 서울시향을 지휘했던 모습은 슬로바키아 출신 지휘자 유라이 발추하를 연상시켰다. 늘어짐 없는 긴장감, 세밀한 조율, 그리고 기백 있는 해석이 특징이다.

SAC 페스티벌 오케스트라는 2023년 안토니오 멘데스, 2024년 단 에팅거에 이어 올해 로렌스 르네스를 맞이했다. 개인적으로도 세 번째 여름축제 무대에서 그를 다시 만난 것은 큰 감회였다.

폐막공연에서 그는 피아니스트 얀 리시에츠키, SAC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와 함께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3번을 협연한 뒤, 말러 교향곡 1번 ‘거인’으로 축제를 마무리했다. 특히 8월 10일 오후 5시의 이 연주는 개막공연과는 전혀 다른 완성도와, 인상적인 금관의 활약으로 관객의 뜨거운 환호를 받으며 SAC 2025 국제음악제의 대미를 장식했다.

글 | 음악칼럼니스트 여홍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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