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 없는 취임 초 정치인 사면...논란 확산
송언석 '청탁 문자' 속 야권 인사들도 포함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 /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 / 더불어민주당 윤미향 전 의원 / 더불어민주당 최강욱 전 의원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 /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 / 더불어민주당 윤미향 전 의원 / 더불어민주당 최강욱 전 의원

(문화뉴스 조윤진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두 달 만에 단행한 8·15 광복절 특별사면의 명단이 공개된 가운데,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와 윤미향 전 의원 등 정치권에서 논란이 된 인사들이 대거 사면 및 복권 대상에 오르며 파장이 일고 있다.

정부는 지난 11일 광복절을 앞두고 조 전 대표를 포함한 83만6천687명에 대해 15일 자로 특별사면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유형별로는 일반 형사범 1천922명(국방부 소관 2명 포함), 특별 배려 수형자 10명, 노역장 유치자 24명, 정치인·주요 공직자 27명, 경제인 16명, 중소기업인·소상공인 42명, 노조원·노점상·농민 184명, 운전 관련 직업 종사자 440명 등이다.

이번 사면에는 문재인·윤석열 정부 시절 검찰 수사를 받아 형이 확정됐던 여권 인사들이 다수 포함됐다.

조국 전 대표와 그의 아내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를 비롯해 더불어민주당 최강욱·윤미향 전 의원, 조희연 전 교육감, 민주당 윤건영 의원,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 등이 이번 특별사면 대상에 이름을 올렸다.

조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의 혐의로 유죄가 인정돼 징역 2년 실형이 확정돼 수감 중이다. 내년 12월 만기 출소 예정으로 형기가 1년 이상 남아 있었으며, 당초 형 집행 종료 후 5년간인 2031년 12월까지 피선거권이 박탈됐으나 이번 복권으로 피선거권까지 회복됐다.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 혐의로 기소돼 징역 2년 형이 확정된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가 16일 오전 경기도 의왕 서울구치소 앞에서 수감되기 전 지지자들을 향해 주먹을 쥐어보이고 있다. 2024.12.16

정 전 교수는 아들의 입시 관련 서류를 위조해 고등학교 담임 교사에게 제출한 혐의로 기소돼, 지난해 12월 대법원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확정된 바 있다.

최강욱 전 의원은 조 전 대표의 아들에게 허위 인턴 확인서를 발급한 혐의로, 윤미향 전 의원은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후원금을 횡령한 혐의로 각각 의원직 상실에 해당하는 형을 선고받았다.

윤건영 의원은 허위 인턴 등록, 백원우 전 비서관은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관련 감찰 무마, 김은경 전 장관은 환경부 블랙리스트 작성, 조희연 교육감은 해직 교사 부당 특채 혐의로 각각 유죄가 확정됐다.

이와 함께 은수미 전 성남시장,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출신인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과 황희석 전 법무부 인권국장 등도 복권됐다.

은 전 시장은 2018년 10월 전 정책보좌관 박모 씨와 공모해, 자신의 정치자금법·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수사하던 성남중원경찰서 소속 경찰관들에게 수사 편의를 제공받는 대가로 부정한 청탁을 들어준 혐의로 기소되며 대법원에서 징역 2년이 확정됐다.

또한 조 전 대표 딸 조민 씨가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재학 중 장학금을 지급한 사실이 청탁금지법 위반으로 인정돼 벌금 1천만원이 확정된 노환중 전 부산의료원장도 이번 복권 대상에 포함됐다.

구속 수감 중인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박상용 수원지검 부부장검사에 대한 '탄핵소추 사건 조사' 관련 청문회에 출석하고 있다. 2024.10.2
구속 수감 중인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박상용 수원지검 부부장검사에 대한 '탄핵소추 사건 조사' 관련 청문회에 출석하고 있다. 2024.10.2

그러나 최근 직접 사면·복권을 요청했던 '대북송금' 사건의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는 특별사면 명단에서 제외돼 눈길을 끌었다.

이는 같은 사건으로 기소됐다가 재판이 중지된 상태인 이재명 대통령과의 연관성, 그리고 이에 따른 정치적 논란 가능성을 고려한 결정으로 해석된다.

이 전 부지사는 쌍방울 그룹으로부터 억대 뇌물을 받고, 800만달러 규모의 대북 송금에 공모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지난 6월 대법원에서 징역 7년 8개월의 형이 확정됐다.

그런가 하면, 야권 인사 중에서는 정찬민·홍문종·심학봉 전 의원 등이 사면·복권 명단에 포함됐다. 이들은 앞서 송언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에게 전달한 민원 문자 속 인사들이기도 하다.

정 전 의원은 용인시장 재임 당시 부동산 개발업자에게 인허가 편의를 제공하고 제3자를 통해 뇌물을 받은 혐의로 징역 7년이 확정돼 의원직을 잃었다.

홍 전 의원은 사학재단 이사장과 대학 총장 재직 시절 교비를 횡령 및 배임한 혐의로, 심 전 의원은 정부 지원 사업 대상자 선정 과정에서 뇌물을 수수한 혐의 등으로 각각 실형을 선고받았다.

2천억대 횡령·배임 혐의로 기소된 최신원 전 SK네트웍스 회장이 27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1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2.1.27
2천억대 횡령·배임 혐의로 기소된 최신원 전 SK네트웍스 회장이 27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1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2.1.27

기업인 중에서는 최신원 전 SK네트웍스 회장이 사면으로 풀려났다.

최 전 회장은 개인 골프장 사업 추진, 가족·친인척에 대한 허위 급여 지급, 개인 유상증자 대금 납부, 부실 계열사 지원 등의 명목으로 SK네트웍스와 SKC, SK텔레시스 등 계열사 6곳에서 총 2천235억원의 횡령·배임을 저지른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져, 지난 5월 대법원에서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이 확정된 바 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해 뇌물 공여 등의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던 삼성전자 전직 경영진도 다수 복권됐다. 대상자는 최지성 전 삼성전자 미래전략실 실장(부회장), 장충기 전 미전실 차장(사장), 박상진 전 대외협력담당 사장, 황성수 전 대외협력담당 전무 등이다.

또한 부도 위험을 숨기고 계열사 단기어음(CP)과 회사채를 발행해 일반 투자자에게 손해를 입힌 혐의로 징역 7년을 선고받은 현재현 전 동양그룹 회장과 박인규 전 대구은행장도 명단에 포함됐다.

그런가 하면, 벌금을 기한 내 납부하지 못해 노역장에 유치됐던 수형자 중 재범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된 24명이 사면 대상에 포함됐다. 이와 함께 유아를 양육 중인 수형자와 생계형 절도 사범, 고령자 등 특별배려 대상자 10명도 새로운 기회를 얻게 됐다.

정부는 코로나19와 고금리 등으로 채무 변제를 연체한 서민·소상공인 324만명에 대해 신용 회복 조치를 시행할 방침이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1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8.15 광복절 특별사면 명단을 발표하고 있다. 2025.8.11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1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8.15 광복절 특별사면 명단을 발표하고 있다. 2025.8.11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이번 사면은 국민 화합 기회를 마련하고 경제를 활성화하는 데 중점을 뒀다"며 "국민주권 정부 출범 후 첫 사면을 통해 사회적 갈등이 봉합되고 국민 대통합이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한편, 이 대통령이 취임 초기에 이례적으로 논란이 큰 정치인 사면을 단행한 것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1998년 3월 취임 기념 첫 특별사면 때 양심수와 일반인에 초점을 맞췄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2003년 4월 첫 특별사면은 공안·시국·일반 사범 위주로 실시된 바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집권 반년 만인 2017년 12월 대규모 민생사면을 단행했으나 당시 정치인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비비케이(BBK) 실소유주 의혹을 제기했다가 선거법 위반 혐의로 징역 1년을 선고받은 정봉주 전 의원이 유일했다.

이번 사면을 두고 대통령 고유 권한인 특별사면이 정치인과 기업인의 복귀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비판이 다시 제기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화뉴스 / 조윤진 기자 press@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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