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스당 4000달러선도 뚫어…올해에만 54% 급등
인플레 지속·관세·英佛 정치불안에 안전자산 선호
역사적 금값 랠리 뒤에는 늘 폭락 뒤따라 ‘경고음’

(문화뉴스 이기철 기자) 국제 금값이 폭발하고 있다.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에다 인플레이션 우려, 미국 달러화 약세가 겹치면서 ‘안전자산’으로 여겨지는 금값이 연일 최고치를 고쳐 쓰고 있다. 금값 랠리가 세계 경제의 불안을 반영한 경고등으로 여겨진다.
8일(현지시간) 오후 12시30분 시카고파생상품거래소그룹(CME)의 금속선물거래소(COMEX)에서 12월 인도분 금 선물은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1트로이온스(1ozt=31.1g)당 4078.40달러에 거래됐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2월 인도분 종가는 온스당 4070.5달러였다. 이날 금 현물 가격도 온스당 4050.24달러여서 4000달러를 돌파해 안착했다.
온스당 4000달러는 역사적 시세다. 미국 케이블뉴스 CNN은 “이번 금값 상승세는 9·11테러, 2008년 금융위기, 코로나19 팬데믹 등 불안기의 급등세보다도 훨씬 가파르다"라고 전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금 가격은 작년 24% 상승한 데 이어 올들어 54% 급등해 1979년 이후 46년 만의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금값 폭등은 미국의 재정적자 지속에다 인플레이션이 4년 넘게 연방준비제도의 목표치(2%)를 웃돌고,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1929년 대공황 사태 이후 최고 수준의 관세 부과와 맞물린 결과다. 게다가 2주째로 접어든 미 연방정부 셧다운(업무 일시정지) 여파로 금값을 자극하면서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는 랠리가 계속되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지정학적 배경도 금값 강세의 요인으로 꼽힌다.
미국채와 달러화에 대한 신뢰 약화로 각국 중앙은행의 금 매입 지속, 프랑스와 영국의 정치적 불안 가중, 일본의 차기 정권에서 재정 확장 등이 예상됨에 따라 각국의 채권이 안전자산 노릇을 하지 못하기에 금의 매력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통상 투자자들은 경제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안전자산인 미 국채를 사들였지만, 이제는 미 국채 대신 금이나 다른 대안을 찾는 것이다. 월드골드카운실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금까지 전 세계적으로 금 ETF 상품에 총 640억달러가 유입된 것으로 집계됐다. 9월 유입액 173억달러로 이는 한 달 기준 역대 최대다.

월가에서는 채권시장에 머물던 자금이 적게라도 귀금속 시장으로 옮겨갈 경우 금값이 추가로 상승할 것으로 내다본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개인이 보유한 미 국채의 1%만 귀금속으로 전환돼도 금 가격이 온스당 5000달러 선에 근접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스탠다드차터드의 수키 쿠퍼 애널리스트 역시 "금 가격을 의미 있게 되돌릴 요인들은 보이지 않는다"라며 "올해 금값이 상승세를 지속하며 온스당 5000달러에 도전할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금 투자에 대한 경고도 나오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역사적인 금값 랠리에는 늘 가격 폭락이 뒤따랐다며 위험을 경고했다. 현재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금값 강세 내러티브(서사)가 바뀔 경우 시장 분위기가 급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경제전문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979년 금값 급등 이후 (인플레이션을 반영한) 실질 금 가격 상승은 1982년 중반 모두 사라졌다"라며 최근 금값 랠리와 관련해서도 비슷한 사태가 재현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문화뉴스 / 이기철 기자 leekic2@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