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림원 ”묵시록적 공포에 예술의 힘 재확인“
헝가리, 두 번째 문학상…노벨상 16명 배출

(문화뉴스 이기철 기자) ‘묵시록 문학’의 대가(大家)이자 헝가리 소설가인 라슬로 크러스너호르커이(71)가 2025년 노벨 문학상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스웨덴 한림원은 9일(현지시간) 생중계한 노벨문학상 발표에서 크러스너호르커이의 작품에 대해 “묵시록적 공포 속에서도 예술의 힘을 재확인시켜 주는 강렬하고 비전적”이라고 소개하며 “작가 특유의 예술적 시선은 환상으로부터 절대적으로 자유로우며 인간의 약한 본성을 직시하게 하는 예술의 힘을 보여준다”라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또 “그는 카프카에서 토마스 베른하르트에 이르는 중부 유럽 전통의 위대한 서사 작가로 부조리와 기괴한 과잉이 특징"이라며 "그의 작품에는 더욱 사색적이고 정교하게 조율된 어조를 채택해 동양을 바라보기도 한다"라고 평했다.
크러스너호르커이는 스웨덴 라디오 방송을 통해 "노벨상 수상자로서의 첫 번째 날"이라며 "매우 기쁘고 평온하면서도 긴장된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마츠 말름 스웨덴 한림원 상무이사는 "프랑크푸르트를 방문 중이던 크러스너호르커이에게 전화로 수상 소식을 전했다"라고 말했다.

이로써 헝가리 작가의 노벨 문학상 수상은 케르테스 임레(2002) 이후 두 번째로, 헝가리는 노벨 평화상을 제외한 모든 상을 수상한 국가이자, 총 16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국가가 됐다.
1954년 헝가리 줄러에서 태어난 크러스너호르커이는 부다페스트 대학에서 문학을 전공한 뒤 1987년 독일에서 유학했다. 이후 프랑스·네덜란드·이탈리아·그리스·중국 등에 체류하며 작품을 썼다. 주요 작품으로는 벨라 타르 감독의 영화로도 만들어진 ‘사탄탱고’(1985)와 ‘저항의 멜랑콜리’(1989), ‘전쟁과 전쟁’(1999), ‘서왕모의 강림’(2008), ‘마지막 늑대’(2009), ‘세상은 계속된다’(2013) 등이 있다. 2015년에는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을 수상했다. 이들 작품은 국내에 번역 출간돼 있다.
노벨상 수상자는 상금 1100만 크로나(약 16억 4000만원)와 메달, 증서도 받는다.
문화뉴스 / 이기철 기자 leekic2@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