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일 오후 대학로 아름다운극장에서 연극 '사물의 안타까움성' 프레스콜이 열렸다.

 

[문화뉴스] "여기 맥주 한 병 시켜도 돼요?"

 
약 20여 병의 맥주가 무대에 흩뿌려진다. 그리고 연기하는 배우가 직접 맥주를 '벌컥벌컥' 마신다. 배우들이 연기하는 '베르휠스트 가문' 사람들은 하나같이 못 말리는 술꾼이기 때문이다.
 
맥주의 질감과 배우의 시원한 연기가 여름 대학로를 찾는다. 23일부터 7월 10일까지 대학로 아름다운극장에서 연극 '사물의 안타까움성'이 공연된다. 이 작품은 술꾼 가문에서 자란 드미트리 베르휠스트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비루한 삶 속에서도 서로의 희망이 되는 가족을 경쾌하게 소개한다.
 
2014년 5월, 아름다운극장에서 초연된 연극 '사물의 안타까움성'은 관객과 평단의 호평으로 2개월 후,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에서 앙코르 공연을 펼쳤다. 올해는 서울문화재단 예술창작지원사업으로 선정됐고, 일본국제교류기금 서울문화센터와 주한일본대사관 공보문화원이 후원한다. 한편, 동명 소설을 출판한 열린책들은 관객 이벤트로 '사물의 안타까움성' 100권을 지원했고, 관객 이벤트로 활용된다.
 
'사물의 안타까움성'은 벨기에 북부 플랑드르 지방 출신 작가인 드미트리 베르휠스트의 동명소설을 쯔카구치 토모가 각색한 작품이다. 2006년 소설 발표 이후, 벨기에와 네덜란드에서 인기를 끌었으며, 2009년 반 그루닝엔 감독이 동명의 영화로 제작했다. 이 작품은 주인공 '드미트리'의 기억으로 이뤄진 총 4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됐다. 그의 가족에 대한 어린 시절의 추억과 향수가 담겨있다.
 

 

한편, 작품을 제작한 토모즈 팩토리는 일본인 연출가 토모 쯔카구치와 한국 배우들이 함께하는 극단이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에서 연출을 전공한 '공장장' 쯔카구치 토모를 중심으로 뭉친 프로젝트 연극집단이다. 이들은 연극성을 담보하되 무거움을 지양하고, 진부함을 타파해 무대가 다시 관객을 자극하는 공간으로 살아남길 바라고 있다. 2012년 '햄릿', 2013년 '고도를 기다리며', 2014년 '세 자매', 올해 '바냐아저씨' 등 고전을 재해석한 작품으로 관객들과 만나고 있다.
 
토모 쯔카구치 연출은 "어딜 가든 바닥이라는 곳의 모양은 닮아있는 모양"이라며 "옆에서 보면 비참하고 처참할 것 같아도, 막상 그 안은 기묘하게 따뜻하고 모두 상냥하다. 그것이 일본이든, 한국이든 혹은 벨기에의 어떤 시골 마을이든 상관없다"고 밝혔다.
 
이어 토모 쯔카구치 연출은 "지금 연습장에서 마신 술을 토해대며 고함을 질러대는 배우들을 앞에 두고, 나는 문득 고향에 돌아온 것 같은 착각을 하고 만다. 여기가 내가 태어나고 자란 토지다. 무대를 바라보니 그곳에 소년 시절의 내가 서서, 이상하다는 눈으로 어른들을 바라보고 있다. 그것을 바라보고, 자란 나는 이제 이국의 땅에서 웃어 넘어가며 피눈물을 흘린다"고 전했다.
 
   
▲ 22일 오후 대학로 아름다운극장에서 연극 '사물의 안타까움성' 프레스콜 시연이 진행됐다.
 
이번 작품엔 2014년 초연부터 지금까지 한결같이 함께하는 배우들이 등장한다. 우수에 찬 눈빛과 감미로운 목소리로 관객의 마음을 매료시키는 주인공 '드미트리' 역엔 장율, 자유분방한 발상과 안정된 기술로 공연을 끌고 가는 배우 전운종, 토모즈 팩토리의 '바나 야저씨'에서 주인공 '바냐' 역을 맡은 송철호가 참여한다.
 
또한, 희극적 순간부터 비극적 순간까지 자유롭게 그려내는 배우 윤정로, 13세 소녀부터 이란의 무슬림 여인까지 다양한 역할을 소화해내는 배우 김보경도 출연한다. 여기에 영화 '울보'와 뮤지컬에 걸쳐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배우 이서준과 연극 '청춘예찬', 토모즈 팩토리의 '바냐 아저씨' 등에서 호연을 보인 임예슬이 씬 스틸러로 등장한다. 조연출도 맡은 배우 강민규 역시 아름다운 소년의 모습과 지성을 겸비한 배역으로 출연한다.
 
문화뉴스 양미르 기자 mir@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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