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극 '오거리 사진관'의 한 장면.

[문화뉴스] 남의 이야기가 아닌 것 같은 감정이 공유된 연극이었다.

 
9월 11일까지 대학로 SH아트홀에서 열리는 연극 '오거리 사진관'의 느낌은 그러했다. 2012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창작 활성화 지원작으로 선정됐고, 지난해 제27회 거창국제연극제 금상 및 희곡상 수상을 통해 작품성을 인정받은 연극 '오거리 사진관'이 작가이자 연출을 맡은 한윤섭의 섬세한 연출과 베테랑 배우들의 연기를 통해 업그레이드된 모습으로 공연 중이다.
 
연극 '오거리 사진관'은 평범한 가정에서 치매에 걸린 남편을 먼저 떠나 보낸 어머니의 그리움과 아버지의 죽음을 경험한 가족을 섬세한 대사를 통해 현재 우리 가정이 겪어 왔던, 겪을 수 있는 문제에 관해 이야기를 펼쳐간다. '죽은 아버지가 살아 돌아온다'는 판타지적인 설정을 통해 어머니의 꿈과 현실을 자유로이 넘나드는 장면을 구현하기 위해 만들어진 무대도 색다른 경험을 선사했다.
 
말이 안 되는 상황을 맞이하여 무대 위 연기자들과 함께 웃고 즐기고 마음 졸이면서 관객들은 '가족의 사건'에 몰입하게 된다. 별도의 세트 전환 없이 한 공간에서 두 가지 극적 구성을 넘나들며 관객들은 어머니가 되기도 하며, 자식들이 되기도 했고, 이를 통해 치매라는 병의 심각성은 물론 우리 가족의 모습까지 들여다볼 수 있다.
 

 
한편, 시작과 끝에 중요한 극적 장치를 맡은 '사진사/연주보살' 역엔 최근 위암 회복 후 연극 첫 복귀작을 맞이한 이정섭 배우가 맛깔 나는 연기로 장식한다. 극 전반을 오가며 그리움과 안타까움, 반가움까지 다양한 감정을 넘나드는 '어머니' 역은 최근 '힙합의 민족'에서 색다른 매력을 보여준 바 있는 이용녀 배우가 맡았다.
 
여기에 '어머니'의 꿈속에서 예고한 것처럼 죽었다 살아 돌아와 극의 중심 사건을 이어가는 '아버지' 역할은 굵직하고 따뜻한 연기로 많은 작품에서 활동했던 장기용 배우가 출연한다. 세 배우를 비롯해 권희완, 이재희, 김순이, 문경민, 류창우, 박리디아, 민준호 배우가 열연하는 '오거리 사진관'의 프레스콜이 17일 열렸다. 한윤섭 작·연출, 이정섭, 이용녀, 장기용 배우의 소감을 들어본다.
 
   
▲ 한윤섭 연출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극 '오거리 사진관'을 쓰게 된 계기를 말해달라.
ㄴ 한윤섭 : 이 작품은 4년 전에 썼지만, 초연을 서울에서 못했다. 거창국제연극제에서 공연을 먼저 해 좋은 성과가 있어서 서울로 올라오게 됐다. 치매 이야기 다루지만, 우울한 것이 아닌 재밌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치매를 통해 돌아가신 아버지나 어머니가 다시 살아 돌아오면 집안엔 무슨 일이 일어날까가 큰 화두였다. 단순히 치매와 관련된 메시지를 주고 싶진 않았다. 재미난 장면과 드라마를 보여드리면, 나머지는 관객의 몫인 것 같다. 그런 의도에서 치매와 가족에 대해 한 번 더 돌아보는 시간을 갖고자 작품을 썼다.
 
작품을 쓰면서 참고한 사례가 있는가?
ㄴ 한윤섭 : 우리 집에도 치매 초기증상을 보인 분들도 있고, 40대를 넘어가면서 주변 지인들을 통해 들어보면 치매를 가장 많이 접하는 병이라고 생각했다. "우리 집도 그런 분이 있어"라고 하는데, 보편적으로 암보다 더 많이 걸리고 있는 병이어서 그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다.
 
위암 투병 후 첫 연극 무대에 올랐다.
ㄴ 이정섭 : 지금 치매는 알츠하이머, 뇌경색이라는 의학 용어를 쓰고 있는데, 옛날엔 망령들었다고 했다. 치매에 걸리면 나는 안 괴롭고 주위 사람만 괴롭다고 한다. 중풍은 자기도 괴롭고 남도 괴롭다고 한다. 지난해 위암 수술을 하고 10kg 몸무게가 줄었는데, 공연 연습을 하려고 기를 쓰다가 구안와사가 왔다.
 
   
▲ 이정섭(왼쪽), 이용녀(오른쪽) 배우가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공연 약속을 지키려고 오늘은 침을 맞고 했다. 하지만 지금 무대에서 쓰러진다면, 그게 더없는 영광이라고 생각한다. 연기에 대해 고민을 하며, 순간마다 진실하게 하려고 노력한다. 1년에 한  번씩 꼭 연극을 하게 되는데, 어쩌다 이 작품을 하게 됐다. (웃음) 작품을 하기 위해 공진단을 하루에 두 알씩 먹고 있다. 극을 관람하는 것은 관객 몫이니, 생각하지 말고 충실하게 상황을 연기하자고 했다.
 
공연을 하게 된 소감을 들려 달라.
ㄴ 이용녀 : 사실 우리 모두의 이야기다. 어느 집안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나도 아버지가 먼저 돌아가셨는데, 가족 중 한 명이 떠나면 꿈에서라도 보고 싶고, 머리 안에 그리움이 남아 있다. 너무 힘들 땐 아버지를 그리게 된다. "아버지 힘드니 빨리 와"라고 말한다. 작품 속 주인공은 삶이 힘들고, 치매도 걸리니 남편을 속으로 부른 것 같다. 누구든지 삶이 힘들고 다 지치게 된다. 여기에 다들 경험이 있을 것 같아 이해는 쉽게 하지만, 그것을 연기로 표현하는 것은 어려웠다.
 
   
▲ 장기용 배우가 '아버지'를 연기한다.
치매에 걸린 사람을 연기하면서 준비한 것이 있다면?
ㄴ 장기용 : 우리 주위에도 치매 환자가 많다. 알츠하이머병은 직업의 구분이 없이, 부자나 가난한 사람 다 걸릴 수 있다. 인물을 준비하면서, 아파트 공원에 치매 환자가 앉아있는 것을 살펴봤다. 오히려 치매에 걸린 사람이 순수하고, 어린애 같았다. 그걸 연기로 표현해보고자 했다.
 
문화뉴스 양미르 기자 mir@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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