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뮤지컬 '그날들'은 故 김광석의 음악들로 만든 쥬크박스 뮤지컬이다. 한국 창작 뮤지컬로 3연을 진행하며 독보적인 존재감을 자랑하고 있는 '그날들'은 20년의 시간차를 두고 1992년과 2012년의 두 사건을 교차로 선보인다.

   
 

대통령 경호관으로 막 뽑힌 '정학'과 '무영'이란 대비되는 두 인물을 중심축으로 해서 그녀와의 삼각관계가 기본이 되는 1992년의 이야기와 어느새 경호실장이 된 '정학'이 대통령의 딸 하나의 가출을 통해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는 2012년의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교차되는 뮤지컬 '그날들'은 걸출한 웰메이드 뮤지컬로서의 면모를 증명한다.

우리 음악계에서 큰 획을 그은 故 김광석의 가슴 시리고 애절한 음악부터 밝은 느낌의 포크송까지 한데 아울러 스토리에 적절히 녹여낸 음악과 함께 대통령 경호원들이 선보이는 아크로바틱과 화려한 안무, 마지막으로 이들을 자연스레 엮어내면서도 사건에만 매몰되지 않고 딱딱한 사고관의 정학과 자유로운 무영의 모습을 대비시키고 하나와 수지를 통해 누구나 느낄법한 인간으로서의 자존감을 다루는 이야기의 깊이가 뮤지컬 '그날들'로 하나가 된다.

   
 

작품에서 가장 돋보이는 것은 대본과 연출을 맡은 장유정 연출의 연출력으로 보인다. 그녀의 연출은 일관된 면이 있다. 프레스콜을 통해 이홍기 배우의 가요 보컬로서의 색을 빼면서 보컬을 담백하게 만든 것을 밝힌 바 있는데, '그날들'에선 전체적으로 대형 뮤지컬이지만 결코 과하거나 거친 면이 없이 섬세한 故 김광석의 목소리와 분위기를 담아냈다. 그러면서도 1막 마지막 '그날들'이나 2막의 하이라이트인 '사랑했지만'에선 무대를 꽉 채우는 느낌을 주며 강약을 확실히 조절한다. 잔잔한 부분에서 조금 힘이 빠진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그런만큼 하이라이트에서 느껴지는 감동은 배가 된다.

또 배우들에게 너무 힘을 실어주기보다는 전체적인 밸런스를 고려한 무대 역시 돋보인다. 장유정 연출은 최근 트렌드인 영상 활용 역시 1막 서곡이나 중간 중간의 상황 전달을 위해 효과적으로 사용하면서도 지나치게 쓰지 않고 다소 우직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실물 세트를 고집한다.

   
 

아쉬운 점을 굳이 꼽자면 이야기의 전개가 전체적으로 매우 자연스럽지만 무영이 그녀의 비밀을 알게되는 장면이 너무 급작스럽게 남의 입을 통해 전달되는데 러닝 타임을 고려한 배치로 느껴져 조금 아쉽다. 추리 서사의 구조가 무색해지는 순간이다. 또 배우들의 가창력을 선보일 기회가 거의 앞서 말한 두 곡에 집중된다는 점에서 주요 배역인 '그녀'의 비중이 아쉽다.

   
 

그렇지만 뮤지컬 '그날들'은 김광석의 음악을 사랑한다면 꼭 봐야할 작품이 아닐까 싶다. 그는 짧은 생을 마감했지만 그가 남긴 음악이 2016년에도 여전히 유효한 가치를 지니고 있음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명작은 시간이 지나며 클래식이 된다. 그의 음악처럼 뮤지컬 '그날들'도 창작 뮤지컬계의 클래식으로 농익어가지 않을까. 11월 3일까지. 충무아트센터 대극장.

문화뉴스 서정준 기자 some@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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