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안미로전(세종문화회관 미술관)을 보고

   
 

호안 미로는 진정한 예술가이다. 우선 반복을 싫어했기 때문이다. 반복을 싫어해서 나이 90세까지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 그의 작품은 초기 색채가 분명하고 약간은 과격한 모습을 띠었다면, 점점 더 단순해지고 선이 굵은 작품을 그렸다. 그가 후에 동양의 미술과 미학에 관심을 가지고 선불교에까지 영향을 받은 것을 보면 더욱 알 수 있다. 특히 음과 양의 모습이 나타난 그의 '무제'라는 제목의 작품을 보았을 때 전율을 느꼈다. 그는 어쩌면 시대와 장소를 불문하고 통찰한 유일한 예술가가 아니었을까 싶다.

더 논할 필요도 없이, 그가 남긴 말들을 전한다면 그의 작품 세계와 사상을 전하기에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그의 그림에서는 유난히 '새'가 많이 나왔는데, 우선 그 까닭은 가장 아름다운 것 중 하나로 손꼽았기 때문이고, 그가 그의 자유를 동경했기 때문이다. 당시에는 2차 세계 대전으로 삶이 피폐해지고 문명에 대해서 회의가 일렀던 때였다. 아무런 구분도 없이 자연을 자유로이 노니는 새를 보면서 호안 미로는 분명 부러워했을 거다. 새는 상징처럼 우주에 기호로 존재하는데, 우리가 마땅히 있어야 할 이상과 같다. 인간은 본디 자유로운 존재인데, 이해력이라는 머리로 삶을 복잡하고 괴롭게 만들었으니, 그 원인 제공자인 인간은 자신을 탓할 뿐이다.

그는 자유를 동경하고 무한한 우주를 탐한 지식인이자 철학자이고 시인이었다. 그것을 그림이라는 매개체로 풀어냈을 뿐, 그는 진정한 예술가로 숨 쉬고 있다. 여기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리는 호안 미로전에서 우리는 살아있는 호안 미로를 직접 만날 수 있다. 9월 28일까지.

   
 

더 이상 논할 필요도 없이, 그가 남긴 말들을 전한다면 그의 작품 세계와 사상을 전하기에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각각의 먼지 한 톨은 놀라운 영혼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원시시대 부족들이 가지고 있던 만물의 종교적이고 마술적인 감각을 회복해야만 한다."

"내가 작업을 하는 동안, 형태는 현실화되어 간다. 바꾸어 말하면, 내가 그림을 그리려 한다기보다는, 작업을 시작하여 그림을 그리는 동안 그림이 붓 아래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며, 혹은 나에게 무언가 암시를 하며 단단히 자리를 잡아간다. 선은 여인이나 새의 형태가 되어 간다."

"화가는 시인처럼 작업한다, 먼저 단어가 떠오른다, 생각하는 것은 그다음이다. 우리는 인류의 행복에 대해 글을 쓰겠다고 결심하지 않는다! 이와 정반대로 우리는 정처를 잃고 헤매고 있다."

-호안 미로

문화뉴스 김민경 기자 avin@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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