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 같은 세상에서 오직 살아남기 위해 싸우는 나쁜 놈들의 이야기를 그린 '아수라'에서 생존형 비리 형사 '한도경' 역을 맡아 살기 위해 발버둥 치는 생존형 악인을 연기한 정우성. 그는 돈을 빌미로 자신에게 온갖 더러운 짓을 시키는 악덕 시장 '박성배'와 빠져나갈 수 없는 약점을 잡고 '박성배'의 살인교사 증거를 가져오라는 '김차인' 검사 사이에서 갈등하는 캐릭터 '한도경'을 완벽하게 소화합니다.

 

영화의 시작과 중간중간 흘러나오는 내레이션은 '한도경' 캐릭터의 감정을 고스란히 나타내는데요. 영화의 시작 부분 낙후된 재개발 지역 안남시의 전경을 배경으로 한 '한도경'의 나레이션 중 "전요, 이기는 편이 내 편입니다"라는 대사는 '한도경'의 캐릭터를 직접 나타내는 말로 이후 영화 속에서 그가 어떤 행동을 할지 궁금증을 자아냅니다.

 

어떤 캐릭터도 자신만의 색깔로 표현해내는 배우 황정민은 안남시 악의 근원 '박성배' 시장 역을 통해 다중적인 매력의 악인을 표현해냅니다. 온갖 나쁜 짓은 다 하면서 유권자들 앞에서는 사람 좋은 웃음을 보이는 두 얼굴의 시장 '박성배'는 자신을 벼랑 끝으로 밀어 넣는 '김차인' 검사를 설득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죠.

 

사람 좋아 보이는 얼굴로 "얼마면 됩니까? 김차인 검사님 아예 사버리고 싶은데"라고 호기롭게 묻던 '박성배'는 뜻대로 일이 풀리지 않자 "진심을 안 받네요, 안 받아"라며 얼굴을 굳히죠. 대사 한마디로 '김차인' 검사 역을 맡은 곽도원과 팽팽한 긴장감을 자아내는 황정민의 연기는 감탄이 나옵니다.

 

 

또한, '한도경'을 친형처럼 믿고 따르는 후배 형사 '문선모' 역의 주지훈은 순수에서 비열을 오가는 야누스의 얼굴을 보여줍니다. 형사를 그만두고 '한도경'의 부탁으로 '박성배'의 수행팀장으로 들어가게 된 그는 점점 권력의 맛을 보게 되고, 선에서 악으로 변해갑니다. '황반장' 사건으로 옥상에서 현장 검증을 하던 중 '박성배'에게 인정받고 자신의 영역을 넓혀가는 자신을 아직도 아무것도 모르는 후배 취급하는 '한도경'에게 "형, 부러우면 지는 거예요"라고 말하는 그의 모습은 악에 젖어든 캐릭터를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박성배'를 잡기 위한 기획수사의 판을 짜는 독종 검사 '김차인'은 '한도경'을 미끼로 그를 잡고자 합니다. '한도경'이 '박성배'를 위해 저지른 나쁜 짓들을 약점으로 쥐고 협박, 불법 체포, 감금, 폭행 등 악당들이 하는 짓과 다를 바 없는 수사 방식으로 '한도경'을 위협합니다. 악인보다 더 악독한 수단을 자행하며 인간미라고는 하나도 찾아볼 수 없던 '김차인' 검사는 '박성배'와 맞닥뜨렸을 때, 그의 상상을 초월하는 악독함에 꼬리를 내립니다.

 

특히, 영화의 말미 아수라판이 된 장례식장에서 "엠뷸런스 좀 불러주세요"라는 위급한 그의 대사는 권력층이 힘을 잃었을 때 보이는 비겁하고 처절한 모습을 단면적으로 보여주며 관객들에게 묘한 쾌감을 선사합니다. 이외에도 사냥개 검찰수사관 '도창학' 역을 연기한 정만식이 취조를 당하고 있는 '한도경'을 찾아가 "뭘 쳐다봐, 잘생겼냐?"라고 묻는 장면은 관객들의 큰 웃음을 유발하는 장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