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음악극 '당신의 아름다운 시절'의 출연진과 제작진이 손가락 하트 포즈를 취하고 있다.

[문화뉴스] 시대를 넘어선 한국의 감성을 그린 무대가 올려진다.

 
26일부터 30일까지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12월 8일부터 11일까지 부평아트센터 해누리극장에서 창작음악극 '당신의 아름다운 시절'이 공연된다. 부평구문화재단이 제작한 이 작품은 2014년 부평아트센터 달누리극장에서 초연되어, 지난해엔 대극장인 해누리극장으로 장소를 바꾸면서 지역에서 호평을 받았다. 올해는 시나리오, 음악, 배우를 보강하며 서울 무대에서 첫선을 보인다.
 
1950년대부터 1960년대까지 부평은 한국전쟁을 계기로 미국 해병대 주둔지에서 주한미군 보급 물자를 담당한 주한미군 군수지원사령부(ASCOM, 에스캄)가 있던 자리였다. 당시 부평의 신촌, 삼릉 지역은 미군을 사대로 각종 부대 산업이 있었고, 신촌 지역엔 20~30여 개의 클럽이 운영됐다. 이 지역 클럽에선 스탠더드 팝과 로큰롤이 울려 퍼졌고, 부평은 우리나라 음악사의 전환점을 이룬 역사적 배경지가 됐다. 
 
   
▲ '용생' 역의 정욱진 배우가 한 장면을 시연하고 있다.
 
에스캄에서는 국내 록음악의 대부인 신중현, '위대한 탄생'의 키보디스트 김청산, '키보이스' 리더 김홍탁, '김희갑 악단' 드러머 김성환 등의 연주자와 한명숙, 최희준, 위일청, 현미, 이철호 등의 가수가 활동했다. K팝의 뿌리인 한국 대중음악의 한 페이지가 부평에 있었다. 한편, '당신의 아름다운 시절'은 에스캄을 배경으로 전쟁의 상처를 음악을 통해 치유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 음악에 대한 희망을 품고 미군 부대 오디션을 보기 위해 노력하는 '용생'과 '종현' 등 당시의 청년을 통해 휴머니즘을 보여준다. 
 
작품을 선보이는 박옥진 부평구문화재단 이사는 "인천 부평엔 굉장히 다양한 음악인 밴드가 존재했고, 현재까지 이어져 활발한 활동을 하는 것에 주목했다"며 "대한민국 대중음악의 발전을 위한 중요한 거점이라는 사실을 현대인과 소통하고 싶었다. 현재 K팝이 전 세계의 사랑을 받고 있다. 그러한 K팝 1세대 노력과 음악에 대한 뜨거운 열정이 현재 K팝 발전의 원동력이라 보고 이 작품을 제작하게 됐다. 2년 동안 작품을 운영하면서, 고맙게 8,000여 명 이상의 관객이 관람했다. 큰 호응을 받았고, 조심스럽게 올해는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무대를 통해 서울 공연을 준비하게 됐다"고 밝혔다.
 
14일 오후 서울시 종로구 대학로에 있는 한 카페에서 음악극 '당신의 아름다운 시절'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기자간담회엔 박옥진 부평구문화재단 이사, 권호성 연출, 이시원 작가, 이경화 음악감독 등 스태프를 비롯해 밴드 '더스트 문'의 기타리스트인 '용생' 역의 정욱진, 박화홍, '더스트 문'의 싱어이자 '용생'의 연인인 '연희' 역의 이지은이 참석했다. 이들의 소감을 통해 작품을 살펴본다.
 
   
▲ (왼쪽부터) 박옥진 부평구문화재단 이사, 권호성 연출, 이시원 작가가 기자간담회에 참석했다.
 
3년 차를 맞이한 공연에서 어떤 부분을 중점적으로 보여주려 했나?
ㄴ 이시원 : 올해는 기본 정서를 가지고 오면서, 그 시절에 음악을 꿈꿨던 '용생'을 중심으로 하고 있다. 그 젊은이가 전후 세대다. 음악을 통해 새로운 세계를 꿈꾸고, 미래를 설계한다. 무대에서 사랑도 키우고, 가족의 구성원으로 멋진 아들이 되고 싶어 하기도 한다. 이러한 '용생'의 성장통, 음악에 대한 열정을 어떻게 키워내는가를 중점적으로 썼다. 여기에 음악을 하면서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동반자라는 의미의 사랑 노래도 추가했다.
 
권호성 : 3년 차이기 때문에, 올해는 정착기라고 해야 할 것 같다. 더욱 더 전국적으로 확대해 공연을 올리는 기반을 만드는 과정이라고 본다. 지난해 공연을 끝내자마자 올해 공연을 위해 10개월 동안 대본을 쓰고, 지우고, 수정해서 더 나은 작품을 만들기 위해 애를 썼다. 이 작품의 시대적 배경을 강화하고, 캐릭터 한 명 한 명을 더 세밀하게 했다. 처음 보는 관객들에게 친숙한 환경에서 작품을 볼 수 있게 했다. 연출적 요소로 더 신나게 몰입할 수 있는 스윙을 보강했고, 춤 부분도 보강했다. 부평의 콘텐츠로 끝나는 게 아니라, 대한민국 창작 뮤지컬로 만드는 기반을 마련하는 게 올해 연출 의도다.
 
이경화 : 어르신분들이 보면 향수를 느끼도록 했다. 또한, 요즘 세대에겐 광고에 흘러나오거나, '불후의 명곡'에서도 리메이크되어 나오는 곡들을 선택해 드라마에 입혀봤다. 두 번째로 원어 그대로 노래가 나오는데, 그 시대의 감정을 담을 수 있는 곡으로 했다. 지난해엔 라이브 연주를 했는데, 올해는 MR을 같이 하면서 당시 브라스 음악이 부평에서 크게 활성화됐다는 자료를 확인해 확대하게 됐다. 또한, 옛날 '명화극장' 보면 나올법한 스트링을 추가해 편곡의 다양성을 덧붙였다.
 
   
▲ (왼쪽부터) 정욱진, 이지은, 박화홍 배우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캐릭터 소개와 함께 출연 소감을 전해 달라.
ㄴ 박화홍 : '용생'은 전쟁으로 가족 잃는다. 어렸을 때, 음악을 들은 추억으로 음악을 하려고 한다. 그러다 누나인 '연희'를 만나서 꿋꿋이 살아갈 수 있는 희망을 얻어간다. 이러한 기회를 주신 선생님께도 감사드린다. 아는 사람들끼리 연극 작업을 주로 하다 보니, 처음 하는 배우들과 신기하기도 했고, 꼭 이겨내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정)욱진이 형이랑 이지은 누나, 다른 형, 누나들도 많이 도와주셔서 지금 편하게 연습하고 있다.
 
정욱진 : '용생'은 용쓴다고 할 때 용(勇), 살 생(生)이라는 이름의 뜻이 있다. 이 작품 참여하게 된 계기는 뮤지컬 인생에서 아버지 같은 존재가 권호성 연출님이기 때문이다. 그 표를 구하기 힘든 '윤동주, 달을 쏘다'도 초연부터 삼연까지 다 챙겨봤다. 전주에서 하는 '성, 춘향' 공연도 따라갔고, 춘천에서도 공연이 있으면 따라갔다. 그런 맥락에서 부평에서 하는 이 공연도 초연부터 재연까지 다 접했다. 
 
그때 보면서 느낌이 신선했다. 한국에서 한국 배우들이 한국어로 연기하면서, 영어로 노래를 부르는 것도 처음엔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언어는 다르지만, 감정은 엄청 다가왔다. 내한공연을 보는 것처럼 신선함이 있었다. 배우로 한국말이 아닌 다른 언어로 내 감정 전달하고 싶은 도전 의식이 잡혔다. 예전에 '광화문연가'를 공연하고 3년이 지난 지금도 가슴 속에 따뜻하게 남아있는 것과 같다. 쉽게 접할 수 없는 1950~60년대 올드팝을 따뜻하게 준비하고 있다.
 
이지은 : '연희'는 '용생'의 성장기를 도와주는 역할이어서, 대본에 나타나는 이미지가 적은 부분이 있다. 그러나 음악에 대한 열정이나 가족에 대한 사랑 등 부분이 실제 겪었던 것과 비슷한 게 많았다. 원래도 팝송을 연습할 때도 그렇고, 라이센스 뮤지컬을 할 때도 그렇고 나는 늘 원어로 연습한다. 이 작품엔 원어로 노래하는 게 3~4곡 이상 된다. 브로드웨이 진출의 꿈도 있어서 필리핀에서 '미스 사이공' 오디션을 보러 가기도 했다. 비록 꿈이 이뤄지지 못해도, 여기서 원어로 노래 부를 기회는 유일한 것 같아서 너무 좋다.
 
   
▲ 박옥진 부평구문화재단 이사가 끝인사를 남기고 있다.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ㄴ 박옥진 : 1950년대와 60대로 가는 타임머신을 통해, 당시 부평을 돌아보고자 했다. 그리고 어떻게 서로를 보듬고, 정서적으로 어려운 시절을 이겨내고, 악기도 없는 척박한 상황에서 음악 하고 싶었던 사람들이 투혼과 열정으로 하게 됐는지를 담아내고 싶었다. 음악감독님도 말씀 주셨는데, 인천에서 2년 전 첫 공연 당시 지역 원로 어르신, 문화관계자를 다 초청했다. 공감대가 될까 걱정했는데, 첫 공연 날 어르신들이 다 기립박수를 치시고 우시기도 하셨다. 끝나고 무대에 올라가셔서 배우들의 손도 잡아주기도 했던 그 장면을 잊지 못한다.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1950~60년대 부평이 한국 대중음악의 중요 거점이었다고 하지만, 더욱 더 넓게 나아가 척박했던 시기 음악 1세대의 투혼은 어땠고, K팝이 어떻게 발전될 수 있었는지를 한국을 비롯해 세계에 음악이나 공연 좋아하는 많은 분과 공유하고 싶다. 지역에 머무르지 않고, 전쟁 이후에 서로를 보듬는 가족애 스토리도 전개된다. 시대와 세대를 넘어서는 감동적인 콘텐츠로 성장하는 게 이 공연의 장점이 되지 않을까 싶다.
 
문화뉴스 양미르 기자 mir@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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