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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뉴스] 연극 '선물'의 윤정환 연출, 정욱진, 강승호 배우를 만났다.

23일까지 선돌극장에서 공연되는 연극 '선물'은 뇌병변 장애를 앓고 있는 '우람'이 복역 중인 교도소에서 연극놀이를 하며 벌어진 일을 다룬 작품으로, 뮤지컬 계에서 이미 익숙한 이름인 정욱진 배우의 첫 연극 작품이기도 하다.

하지만 '선물'은 단순히 뮤지컬 스타의 연극 도전 자체에 의미가 있다기보다는 극 자체가 주는 깊은 울림과 함께 장애인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작품이란 점에서도 의의가 있다. 특히 서번트 증후군 등으로 대표되는 자폐아, 편집증 등 정신적 장애가 아닌 지체 장애를 가진 주인공을 등장시켜 천재, 환상적 인물로 묘사되던 장애인이 아닌 장애인 그 자체를 무대 전면에 내세웠다.

덕분에 관객들은 기존의 다른 작품과 달리 '같은 인간'으로서의 장애인을 극 중에서 만날 수 있다. '우람'은 전혀 특이하지 않다. 농담도 하고 웃기도 하고 장난도 친다. 연극 '선물'을 보면 스토리에서 얻어지는 극적 재미 외에도 이런 부분에서 '선물'만이 가지는 인간애적인 감동을 느낄 수 있다.

가을에 어울리는 따듯한 감성을 느낄 수 있는 연극 '선물'은 김태수 역에 신덕호, 강우람 역에 정욱진, 강승호, 조한수 역에 이건영, 김희진 역에 김화영, 박지영 역에 강애심, 교도관 역에 장재권, 이 부장 역에 김조연, 강현주 역에 정아혜가 출연한다.

교도소, 장애인, 극 중 극 등 독특한 포지션을 획득하고 있는 연극 '선물'의 세 남자, 윤정환, 정욱진, 강승호 배우를 만나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기 시작했다. 장난기 넘치지만 번뜩이는 눈빛을 가진 정욱진 배우, 신인다운 풋풋함과 깊은 생각이 공존하는 93년생 강승호 배우, 마지막으로 이들이 칭송하는 멋진 연출가 윤정환 연출. 술은 마시지 않았지만, 술자리에서 할 것 같은 연극, 배우, 인생에 관한 재밌으면서 깊은 이야기들. 네 남자의 즐거운 수다가 시작됐다.

   
 

개인적으로 관심이 있어서 장애인에 대한 질문을 좀 많이 해보고 싶다.

ㄴ 정욱진: '들판에서'라고 극단 '애인'의 작품을 봤다. 그 극단과 연출님이 친하셔서.

ㄴ 윤정환: 같이 창단했다. 매년 같이 장애인 연극을 해왔다. 내년에 10주년이다.

ㄴ 정욱진: 극단 '산'은 얼마나 됐죠?

ㄴ 윤정환: '산'은 2002년에 창단했다. 14년 됐다.

ㄴ 정욱진: 그래서 그 공연을 보고 나서, 뭐랄까. 처음 장애인을 연기한다 생각하면 말을 어눌하게 한다거나 그런 부분을 자연스레 생각했다. 그렇지만 직접 그들의 연극을 보니 연기를 너무 잘하시더라. 말을 잘 못 하더라도 눈빛이… 어휴. 눈빛이 너무 진심보다 더 진심 같고, 더 와 닿아서 이후로 조금 마음이 편해졌다. 이전엔 어떻게 장애인 연기를 할까 했는데. 장애인 네 분, 비장애인 세 분이 나오는데 네 분의 연기가 너무 다르니까 어떤 우리가 틀에 박힌 연기를 하지 않아도 그럴 수 있겠구나 싶었다. 그래서 마음도 편해지고 작업도 즐거워졌다.

ㄴ 윤정환: 아무래도 길거리에서 장애인을 스쳐 지나가며 볼 수는 있겠지만, 장애인이 연극을 한다는 건 완전히 차원이 다른 일이다.

   
▲ 정욱진 배우 ⓒ벨라뮤즈

맞다. 우리 사회는 장애인을 숨기는 일면이 있다.

ㄴ 강승호: 저는 '들판에서'라는 공연을 보면서 나름 열려있고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극 시작 때 암전이 되며 휠체어 소리, 뛰어나오는 소리를 들으니 무섭더라. 저도 모르게 우람 형님(극 중 '우람'의 실제 모델)이 제 바로 앞에까지 와서 서 계셨는데 혼자 무서웠다. 그러나 불이 켜지니 아무것도 아니더라. 다 똑같은데 저 혼자 편견이 있단 생각이 들어서 참 많은 것을 깨달았다.

ㄴ 정욱진: 옆에서 같이 공연 보시는 관객 중에도 장애인 분들이 계셨는데 정말 열심히 재밌게 보시더라. 그런 걸 보면서 제가 이 역을 맡아서가 아니라 괜히 눈물도 좀 나고 그러더라.

   
▲ 윤정환 연출 ⓒ벨라뮤즈

이렇게 깊은 의미를 가지고 올라가는 연극 '선물'인데 어떤 작품인지, 어떤 의도에서 만들어졌는지 궁금하다.

ㄴ 윤정환: 아주 단순히 요약해서 말하면 '자기반성'이다. 조금 내용과 같이 풀어보자면 나도 모르게 저지른 잘못이 있는데 시간이 지나 그걸 깨달았을 때 '미안하다'고 하면 되는데 우린 그 말을 많이 못 하고 살지 않나. 진심으로 사과하고, 받아주면 훨씬 편할 텐데 일부러 안 하기도 하고, 미안하단 감정을 잊어버려 미안하단 말이 안 나오는 경우도 있고. 하지만 잠깐이라도 그런 감정이 생긴다면 이야기하자. 그럼 마음의 무게를 덜어내지 않겠느냔 고민에서 출발한 작품이다. 결국, 그것은 자기반성이 없으면 하기 힘드니까. 또 그렇게 했을 때 여러 해 동안의 앙금이 있던 사람이 아주 단순한 사과 한마디에 서로가 불편한 감정을 털어낼 수 있으면 그게 뜻하지 않은 '선물'이 되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 제목도 '선물'이다. 주는 나도 기쁘고 받는 사람도 부담 없이 진심으로 행복하게 받을 수 있다면 그게 선물이 아닐까 하는 이미지와 삶 속에서 어떤 것에 대해 사과할 줄 아는 모습. 이런 게 겹쳐져서 만들어진 작품이다. 10년 전쯤 구상해 3년 전쯤 썼다.

ㄴ 정욱진: 우리나라 사람들이 미안하다, 사랑한다, 잘했다. 이런 말을 잘 못 하다 보니 이런 작품이 나온 것 같다.

ㄴ 윤정환: 저도 잘 못 한다. 칭찬도 잘 못 하고 욕은 잘한다(웃음). 제 역할이 뭔가 지적하는 역할이니까. 반대로 내가 잘못했을 때 미안하단 말 못하고 그냥 지나갔을 때 답답하더라. 그럼 오히려 내가 더 답답하더라. 내 마음의 무게를 덜어내는 일은 잠깐 자존심이랄 것도 없지만 나를 딱 접고 사과하면 정말 이후로 순탄하고 평안한데 그걸 잘 못 하게 된다.

ㄴ 정욱진: 약간 자존심의 문제도 있는 것 같다.

듣다 보니 생각난 게 박찬욱 감독의 영화 '올드보이'가 떠오른다. 아주 옛날 철없던 말실수로 시작된 작품이니까. 하지만 '올드보이'는 그걸 인간의 악한 본성에 기초해 끌어냈다면 '선물'은 반대로 휴머니즘적인 입장에서 다룬 것 같다. 원래 휴머니즘을 좋아하시는지.

ㄴ 윤정환: 아니다. '선물'은 사실 제 스타일이 아니다(웃음). 글 내용도 좀 신파성이고, 그런데도 풀어내는 형식을 다르게 한다든가. 눈물과 가슴 벅찬 부분을 줄여내는 편인데 이번엔 그러지 않았다. 내용 자체가 그렇다 보니 다른 스타일로 풀기도 쉽지 않았고. 저에게는 작가로서 봤을 때 제가 추구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그럼 오히려 더 의미가 있겠다.

ㄴ 윤정환: 그렇다. 저도 이런 부류의 글쓰기를 했고 이런 고민과 조금 더 감성적인 접근을 하는 형식을 해본 것에 있어 나름대로 의미 있는 공부가 됐다.

자기 스타일을 버릴 정도로 작품이 잘 나왔다는 것으로 볼 수도 있겠다.

ㄴ 윤정환: 작품 자체라기보다 그 고민. 작품을 처음 쓰게 만든 고민이 한동안 제게 화두였다. 누군가와 관계 맺음을 하고 칭찬도 하고 대화도 나누지만, 진짜 미안한 일에서 얼마나 미안하다는 말을 하며 살았나에 대한 고민. 그걸 해본 것에 대한 의의가 큰 것 같다.

   
▲ 강승호 배우 ⓒ벨라뮤즈

그렇다면 공연이 올라와서 그런 부분이 많이 표현된 것 같나.

ㄴ 윤정환: 제가 개인적으로 한다기보다 극 중 인물이 해야 하는 건데, 제가 보기엔 성공한 것 같다. 극 중에서 좀 약하게 표현한 부분이 있지만 '우람'의 아버지로 나오는 인물이 신장이 다 망가졌지만 그나마 작동 가능한 신장을 아들에게 주고 본인은 죽는다. 그런 큰 희생으로밖에 감당할 수 없는 자신의 잘못이라 생각해서 그렇게 하는 거니까. 제일 고귀한 선물이고 고귀한 선택이라 생각한다. 저는 그렇게 못 할 것 같다(웃음). 그렇게 하려고 노력은 하겠지만.

ㄴ 정욱진: 그런데 그 '신파'라는 게 결국 그만큼 그런 이야기가 많이 만들어졌다는 게 사람들이 그걸 선호한다는 것이 아닐까. 그런 부분을 승호와도 많이 이야기했는데 처음 대본 볼 때는 신파가 강하다 생각했지만, 런을 돌아보니 확 오는 게 있더라. 꼬여있는 실타래를 풀며 '어머!' 하며 재미를 느끼는 작품도 있지만, 정공법으로 쭉 가는, 자극적이진 않지만 따듯하게 오는 특유의 감성이 있더라. 작년 '형제는 용감했다' 때도 그랬는데 대본을 보고 '너무 신파 같은데…' 싶었는데 이번에도 비슷한 느낌이었다. 하지만 그때도 그렇고 이번에도 그렇고 묵직한 뭔가가 느껴진 작품이었다.

정욱진 배우는 그런 꼬여있는 작품이라 할 수 있는 '스릴미'나 '트레이스 유' 같은 극단적인 차이가 나는 작품도 했었다.

ㄴ 정욱진: 네. '극단'산 이기 때문에…(일동 웃음) 승호와도 많이 이야기했는데 전 연극이 처음이라 연극 연출님들에 대한 막연한 공포가 있었다. 그런데 연출님이 말씀하셨다시피 칭찬을 안 하시는데(웃음) 배우를 무척 믿어주시는 연출이셨다. 믿음직스러워서 믿어준다기보다 배우도 사람이고 자신의 감정과 잘 만날 수 있게 앞에선 저희가 이러지만(웃음) 뒤에선 늘 칭찬, 칭송했었다. 굉장히 나이스한 분이란 말씀 많이 들었다. 승호가 그랬다. 전 그저 말을 전할 뿐이다(웃음).

자료를 찾아봤는데 강승호 배우는 출연 작품이 거의 없더라.

ㄴ 강승호: 저는 극단 외부에서 두 작품 정도 했는데 아무래도 잘 모르실 작품들이라….

다른 배우 인터뷰 때도 출연작이 도무지 내용을 찾을 수 없어 어떤 내용인지 설명을 부탁드렸었다. 승호 배우는 어떤 작품에 나왔는지.

ㄴ 강승호: 저는 두 작품 다 분량이 적었다. '편지'라는 작품과 '엄마가 낳은 숙이 세 자매'라는 작품. 근데 이게 좀… 마지막 5분 나온다. 마지막에 실마리를 풀어주는 역할.

ㄴ 정욱진: 콜타임이 8시 50분(일동 웃음).

ㄴ 강승호: 아니다. 콜타임은 늘 더 일찍 나와서 기다렸다. 경력이 짧다.

ㄴ 윤정환: 아직 학생이다.

ㄴ 강승호: 휴학 중이다.

   
  ▲ 연극 '선물' 공연 사진 ⓒ벨라뮤즈

이렇게 나름 대중적인 작품에 주연으로 발탁됐다. 어떤 소감이 있는지. 5분씩 출연하다 작품을 끌어가는 역을 맡았다.

ㄴ 강승호: 감사한 마음은 늘 같다. 5분을 나오거나 주연을 맡거나 그런 마음은 늘 같지만, 아무래도 새로운 경험이고 첫 경험이다. 주인공이란 자리가 쉽게 할 수 있는 것도 아닌데 연출님이 믿어주셔서 할 수 있는 거고. 무엇보다 감사하단 생각밖에 없고 이 작품을 통해 이름을 알리고 싶다거나 하는 마음은 크지 않은 것 같다. 이렇게 좋은 기회에 좋은 작품 참여하게 된 것에 감사하고 미래에 좋은 밑거름이 될 거로 생각한다.

그런데 보면 궁금한 게 두 배우의 이미지가 다르다. 어떻게 더블 캐스트가 된 건지.

ㄴ 윤정환: 두 분 다 주변의 추천을 받았다. 사실 승호는 연기를 못 봤다. '편지' 때 잠깐, 가방 하나 메고 달랑 나오는 역이라 볼 시간이 없었다. 몇 년 전이기도 하고. 최근 작은 보질 못했고, 욱진이 같은 경우엔 다른 기획사 친구들 추천을 받고 '트레이스 유'를 봤다. 본인이 무대에서 극을 끌고 가는 에너지가 충분히 우리 배역도 맡으면 다른 매력을 갖고 갈 수 있을 것 같았고, 기꺼이 오케이 해줘서 만나게 돼서 반갑다. 승호 같은 경우엔 나이도 어리고 유명하지 않지만, 같이 작업한 선배들이 다들 '걔 좋아' 했다. 추천해준 선배들이 제가 어떤 사람인지 아니까 '둘이 같이 만나면 좋을 것 같다' 라고 해서 그 말을 믿은 거다. 실제로 만나보니 또 둘 다 너무 잘해줬다. 주변에 대한 믿음으로 간 거다. 나를 알고, 욱진이를 알고, 승호를 아는 사람들이 추천해서 그 믿음으로 출발했다. 흔히 말하는 계약 이런 것보단 배우로서의 신뢰를 두고 출발한 거라 크게 걱정은 없었다. 기본적으로 원래 생각한 이미지는 욱진이 쪽인데 승호는 승호대로 또 다른 이미지를 만들어냈다. 그렇지만 실제로 공연을 보면 또 비슷하다.

ㄴ 정욱진: 목소리 때문에 그렇다. 전 처음에 연출님 뵌 게 연출님은 기억 못 하시지만 2011년도에 같이 작업하던 이정은 배우라고 TV 많이 나오시는 분이 있다. 그분이랑 사람들끼리 술자리에 갔다가 연출님이 계신다고 해서 성북동에 홍어에 탕 유명한 곳에 가서 뵈셨다. 워낙 외모가 준수하시고 해서 인상적이고 또 극단 '산'이었다. 제가 등산을 좋아한다. 그래서 기억에 남았는데 연출님은 그때를 전혀 기억 못하신다(웃음). 또 연출님이 술 드셔도 얼굴에 티가 안 나셔서 '얼마 안 드셨는데 왜 기억을 못 하시지' 했다. 그런데 이번에 제안받고 대본 받았을 때 절 도와주시는 권호성 연출님이 계신다. 선생님이 항상 제 대본 같이 보고 고민해주셨는데 대본 보시기도 전에 '윤정환 연출 작품이면 네가 스케줄 되고 잘할 자신 있으면 그냥 해라' 하셔서 바로 참여하게 됐다.

연극 출연을 결심한 계기를 물어보려 했는데 그런 인연이 있었다. 쉽게 '연극, 뮤지컬'이라 묶어서 부르지만 사실 두 장르 간의 차이가 꽤 있다. 어느 정도 커리어가 쌓인 배우인데 뮤지컬에서 연극으로 넘어갈 때 어려움이 있었을 것 같다. 신인이 아니라 자칫하면 '연극은 못해' 라는 딱지가 붙을 수도 있는 위험성이 있는데.

ㄴ 정욱진: 전 원래 연극 전공을 했다(웃음). 또 연출님이 학교 선배님이셨다. 예전부터 연극을 꼭 하고 싶었다. 사실 지금은 직접 보니 작품이 너무 좋았지만, 대본만 봤을 땐 캐릭터는 도전하고 싶었지만, 극 자체는 기발한 소재가 있어도 신파적 느낌이 강해 보였다. 하지만 실제로 해보니 매력에 빠지게 됐다. 승호도 그랬고 연출님도 말씀하셨다. 처음에는 뒤에 스토리가 풀리는 과정이 뒤늦게 풀리고 좀 더 복잡하게 하면 어떨까 했지만 그런 잔재미보다는 굵은 한 방이 확 오는 게 있더라. 그래서 지금은 너무 좋다.

'선물'은 그렇다면 반전이 없는 작품인가.

ㄴ 정욱진: 아니다. 반전은 확실히 있다.

연극 '아들'과도 비슷한 느낌이 있어 보인다.

ㄴ 정욱진: 저희도 사실 그런 큰 반전이 있는데, 연출님이 정직한 느낌으로 크게 밀어붙이셨다.

ㄴ 윤정환: 아마 이게 100분 정도인데 70분 정도 보면 작품의 뒤 내용이 다 예측할 수 있다. 배우가 대본을 읽는 거랑 연출이 읽는 방식이 다르다. 배우는 대사에 기초해서 자기 배역 중심으로 읽어낸다면 연출은 인물과 상황, 이 상황에서 관객과 교류하는 정보가 뭔지, 어떻게 차단할 것인지. 조명을 어떻게 쓸지 음향을 어떻게 쓸지 이런 게 있어서 대본을 처음 읽었을 때 느낌이 다르다. 이 작품은 제가 썼지만 1시간 10분 정도 보면 뒤가 예측할 수 있다. 이게 어쩌면 단점일 수도 있지만, 관객이 이 상태에서 알더라도 어떻게 갈지 기대하게끔 만들며 달려가면 '아 이렇게 정리했구나' 하고 느낄 거다. 만약 정보를 차단하고 모르게 가면 '어! 어떻게 이렇게 끝났지?'가 될 거다. 이렇게 다른 느낌이 있어서 처음엔 최대한 후자 쪽으로 가려고 했는데 연습을 하다 보니 내가 이런 글, 이런 연출도 해봐야지. 어떻게 나올지 관객들과 만나보자 생각이 들어서 최소한의 장치만 남겨 두고 걷어내니까 나중엔 드러나는 것에 대해 걱정이 안 되더라. 그래서 최종적으론 '이렇게 정리가 되는구나' 하고 재미의 방향이 정리된 것 같다. 그런데 아마 후자처럼 느끼는 관객들도 제법 있을 거다(웃음).

ㄴ 강승호: 제 지인도 그런 반응이 있었다.

ㄴ 정욱진: 또 워낙 전개 스피드가 빠르다. 저는 내용 다 아는데도 리허설 때 보니 좀 헷갈리더라. 대본을 천천히 보면 다 보이지만 극으로 보면 최후반에 가야 확실히 보이는 게 있다.

   
  ▲ 연극 '선물' 공연 사진 ⓒ벨라뮤즈

연습하면서 어려웠던 점, 장애인 연기의 어려움에 대해 풀어보고 싶다. 사람들이 '장애인 연기'라고 할 때 가지는 선입견이 있는데 이걸 걷어내기 어려웠을 것 같다. 옛날에 영화 '말아톤'에선 조승우 배우가 '장애인 같은 포즈'를 취해달란 이야기에 기자에게 화를 냈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ㄴ 정욱진: 저흰 이번 작업에서는 연출님이 워낙 그쪽에 관심이 있고 작업을 계속해오셨고 저희도 장애인 배우분들과 작업실에서 같이 이야기도 하고, 우람이 형도 자주 연습실에 오시고 해서 편하고 익숙하게 느껴졌다.

ㄴ 강승호: 저는 처음에 이 역을 굉장히 조심스럽게 생각하고 관객에게 불편함 없이 전하고 싶었는데 생각해 보니까 이런 생각 자체도 제가 '불편함'을 느끼고 있다는 전제가 있더라. 그래서 그런 것 아예 없이 같은 사람의 입장으로서 그걸 이해하려 했다. 신체적인 동작보다 중요한 것이 그들을 이해하는 게 먼저라고 생각이 들었고, 많이 배운 것 같다.

아무리 이야기해도 사실 나는 일반인, 너는 장애인 이런 인식을 바꾸는 게 어렵긴 하다. 윤정환 연출은 이전부터 장애인 배우들과 같이 작업하고 교류를 했다던데 그런 부분도 좀 궁금하다.

ㄴ 윤정환: 그렇게 중요한 이야기는 아니다(웃음). 저희 극단 '산'을 만들었을 때 장애인 극단 '휠'을 만들었다. 지금도 활동하는 곳인데 거길 지원하다 2008년부터 장애인 극단 '애인'을 만들어 교류하게 됐다. 처음 시작은 대학 때 장애인 이동 봉사를 돕는 보조인. 지금은 활동보조인이란 단어를 쓰는데 그땐 그런 단어도 없고 그냥 도우미였다. 내가 세상 살면서 연극 공부하면서 아무것도 아는 것도 없고 힘도 돈도 없는데 몸 하나로 누군가를 도우면 어떨까 생각해서 갑자기 하게 된 건데, 그게 인연이 돼 지금까지 교류하게 된 거다. 별생각 없었다(웃음). 나는 두 친구가 아마 본인들도 지나면 그 부분에 대해 생각할 수 있을 거로 생각하고 지금도 생각할 거라 믿는다. 아주 쉽게 '편견'이라 생각하는 것. '출발선'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겪었을 것 같다. 장애인을 바라보는 출발 지점. 저 사람이 우리랑 같은 물을 마시고 컵을 드는데 우리랑 다르게 든다. 우리는 한 손으로 이렇게 들지만, 그 친구는 두 손으로 꼭 든다든가. 자세도 다르고. 그렇지만 '목이 마르니까 물을 마신다'는 것은 같은 거다. 그 다름의 차이를 인정하면 무척 편해진다. 연기로 가도 마찬가지다. 일부러 다르게 하려고 애쓸 필요가 없다. 장애인 배역을 맡았다고 해도 열 명이면 열 명의 장애인이 다 다르게 먹는다. 어떻게 그걸 똑같이 하겠나. 그래서 이 친구들에게도 그걸 흉내 내려고 하지 마라. 너희가 장애인이 된 거니 너희의 방식으로 해보라고 했다. 장애인도 그저 너희가 만나는 사람 중 한 명인 것뿐이다. '뇌병변 장애, 지체 장애' 이런 병명은 같겠지만, 실제 모습은 다 다르다. 승호가 창조한, 욱진이가 창조한 인물은 다 다르다. 처음에는 부담이 된다. 어떻게 해야 하나 이렇게 해야 맞나 저렇게 해야 맞나. 하지만 맞고 틀린 게 없다. 다 다르니까. 본인들이 만들어 내야 한다. 그게 다른 걸 인정할 때 새로운 게 나오는 건데 다 한 명의 모델로 만들면 할 수가 없다. 흉내를 낼 수 없는 부분이니까. 이 친구들이 연기를 떠나서 제일 큰 공부가 된 게 지나가다 장애인을 만나면 그들을 예전과는 다르게 볼 수 있을 것 같다. 그게 제일 삶의 소득이 아닐까.

ㄴ 정욱진: 예전에 '트레이스 유' 때 처음 탈색을 했다. 그 전에는 안 보이던 머리 색이 특이한 사람이 보이더라. 연출님 말씀이 또 생각나는 게 연습실에서 처음 휠체어를 타는 연기를 할 때 저희가 막 힘들게 타니까 '야! 힘든 척 하지 마' 하시더라. 오히려 장애인 배우들은 휠체어를 평생 탔기 때문에 무척 잘 탄다고 하셨다. 그 이야기 듣고 '그러네' 싶었다. 우리가 행동을 어떻게든 힘들게 보이게끔 하면 우리도 힘들고 보는 분들도 힘든데 사실 그분들은 자기들에게 제일 편한 자세로 타고 있는 거다. 그 날 이후로 생각이 많이 바뀐 것 같다.

   
  ▲ 연극 '선물' 공연 사진 ⓒ벨라뮤즈

연기 이상의 공부가 된 것 같다.

ㄴ 정욱진: 또 그런 것도 느꼈다. 어떤 인물을 만났을 때 정형화된 모습을 보여주기 쉽지 않나. 그런데 이번 역을 맡으며 관심 없는 사람들이 봤을 땐 '그런 사람들'이라고 지나칠 장애인들도 다들 다르다. 우리가 세상에 연기해야 할 인물들은 많고, 정말 정형화된다는 것은 사람들이 기대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다. 밤하늘의 별처럼 수없이 많은 인물이 있다. 갇혀 있을 필요가 없다는 것을 느꼈다.

ㄴ 윤정환: 공연 예술이 갖는 가장 큰 매력인 것 같다. 배우 예술이라는 게 무대 위에선 정말 배우뿐이다. 그 배우가 어떤 배우냐,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다르다. 수 만 명의 햄릿이 지금까지 나왔을 텐데 그게 다 다를 거다. 작가나 연출이 하는 것은 가이드에 불과하다 본다. 그 가이드를 받아서 마지막에 빛을 내는 게 배우다. 거기서 연기의 차이, 연기자의 매력에 따른 차이가 생긴다. 백 가지의 매력, 천 가지의 매력을 가진 배우, 연출은 백 가지보단 만 가지의 매력을 가진 배우가 더 좋다. 연기에 접근할 때도 그래서 대본을 읽는 방법이나 분석하는 것은 있겠지만 어떻게 연기할지에 대해 여러 가지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거기서부터 연기자 간의 차이가 생겨난다. 우리는 '저것'만 하려고 하는데 '저것'은 기본이다. '저것'을 '어떻게' 할지가 필요한 거다.

ㄴ 정욱진: 다양한 사람을 꺼낼 수 있게 평상시에 사람이 먼저 돼야겠다(웃음).

ㄴ 윤정환: 다양한 것을 보고 다양한 생각도 하고, 개가 됐다 천사가 됐다가 다 해야 한다.

그럼 분위기를 좀 돌려서 강승호 배우는 왜 배우가 되고 싶었나.

ㄴ 강승호: 최근에도 비슷한 질문을 받았는데 딱히 어떤 순간인지 기억이 안 난다. 그냥 막연히 방황하던 시기에 '배우가 돼볼까' 생각을 했었다. 그러다 또 노는 게 좋아서 좀 해보다가 싫증이 나서 안 하고, 근데 어떤 좋은 공연을 보고 마음이 변했다. 학생 워크샵이었는데 무척 멋있어 보였다. 내가 놀고 있을 때 그 친구들은 몇 달 동안 준비해서 무대에 서고. 그런 게 멋있었다. 하지만 이런 생각이 바로 안 나왔던 거 보면 내가 아직 자신을 모르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기회가 되면 여행도 다니면서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고 싶다.

ㄴ 정욱진: 자기반성의 시간이다(웃음).

그렇다면 그런 배우 일을 이미 능숙하게 하는 정욱진 배우를 보며 선배로서 어떤 느낌이 드나.

ㄴ 강승호: 안 그래도 지금 칭찬을 좀 하려고 했다(웃음). 저는 경력이 적지만 욱진이 형은 뮤지컬 무대에 수없이 서서 경험이 다르다. 그래서 제가 어떤 불편함이나 어려움을 물어볼 때 격려와 함께 통쾌한 해답을 줬다. 또 처음 만났을 때부터 동등하게 상대를 바라봐 줘서 무척 편했다. 전 나이 많은 사람 어려워하고 말도 잘 못 놓고 하는데 이 형은 만났을 때 너무 편해서 나도 모르게 말을 놔버렸다(웃음). 솔직히 다섯 살이나 나이 차가 나는데 이게 쉽지 않다. 그렇지만 같은 시선에서 동등하게 저를 봐주고 도움도 많이 준 좋은 배우인 것 같다.

구체적으로 도움받은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나.

ㄴ 강승호: 연습 과정에서나 그런 게 아무래도 다들 선배님이니 조심스러운 게 많았다. 그런데 욱진이 형이 '막해라'. 선배님들이 뭐라고 하든 막 해라' 하고….

ㄴ 정욱진: 카메라 꺼야겠다(웃음).

정말 통쾌하다(웃음).

ㄴ 정욱진: 그것까지 말해달라. 네가 정말 잘하고 있으니 신경 쓰지 말고 열심히 하라고 칭찬한 것까지.

ㄴ 강승호: 그 외에도 제가 불편해하던 것들을 많이 도와줬다.

   
  ▲ 연극 '선물' 공연 사진 ⓒ벨라뮤즈

그렇다면 정욱진 배우의 '우람'은 강승호 배우의 '우람'과 어떤 면이 달랐나.

ㄴ 강승호: …무척 어려운 질문이다. 비슷한 부분도 많았던 것 같고, 다른 부분도 많았던 것 같다.

ㄴ 정욱진: 제가 말씀드리자면 공연 때 많이 비슷해졌다. 이 친구는 인생이 다큐다. 저는 반대로 예능에 가깝고. 그런 이야기를 많이 했다. 연습실에서 보는데 이 친구는 너무 다큐다. 인물을 두껍게 표현하는 데 신경을 썼다. 우리가 장애인 역할이지만, 연출님이 글을 쓰신 게 우리가 좀 더 씬을 주도적으로 끌고 가야 하는 부분이 많았다. 이 친구는 그것 보다 자기 인물의 리얼함을 더 추구하다 보니 진지해졌다. 그래서 저보고 '순간순간 인물에서 살짝 벗어난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하더니 막상 공연 와서는 저보다 더 심하게 하더라(웃음). 관객 반응을 보니 제게 좀 이상하다고 하던 것을 더 많이 하더라. 바깥 상황보다는 자기 인물을 두껍게 표현하는 데 신경을 쓰던 연습 때와 달리 공연 모니터를 두 번 해봤는데 갈수록 점점 심해지고 있다. 어찌 됐건 '우람'이란 역이 템포나 드라마나, 또 대사도 무척 많다. 그래서 인물을 표현하는 것에 더해 극을 주도적으로 끌고 가야 하는데 이 친구도 그걸 선택했더라. 연습 때는 인물의 농도에 더 집중하더니, 아주 영리하고 영악한 친구다(웃음).

그렇다면 후배 강승호의 모습은 또 어떤지.

ㄴ 정욱진: 형 같다. 생각하는 거나, 가끔 승호가 말하면 졸리기도 하고, 사람이 원래 진지한 면이 있는 거지만, 매사에 진지하다. 이것도 뭐 친구들 만나면 다를지도 모르겠다.

ㄴ 강승호: 진지한 사람이 아닌데 이런 공간에 오면 진지해진다. 뭔가 조심스러워진다.

ㄴ 정욱진: 단둘이 커피 마실 때도 그렇다.

ㄴ 강승호: 그건 아직 불편해서 그렇다(웃음). 근데 항상 제가 절 봐도 어딜 가든 좀 다른 것 같긴 하다.

ㄴ 정욱진: 이게 무슨 다큐인가.

공연 기간이 짧은 편이다. 다들 아쉬움이 남을 것 같다.

ㄴ 윤정환: 저로서 볼 때 다시 하는 건, 제작 여건이 허락돼야 한다. 극단 공연이 재공연을 하는 게 정말 어렵다. 재공연을 해도 제작비가 별로 줄지 않는다. 개인적으론 연습 기간이 정말 짧았다. 총 4주 정도였는데 추석 있고 해서 3주 정도밖에 연습을 못 했다.

ㄴ 정욱진: 그 사이에 엠티도 갔다. 또 연습하면서 '연극을 하는구나' 싶었던 게, 연습 시간이 2시부터 10시까지면 저녁에는 어느새 단합대회가 되더라(웃음). 그렇지만 그래서 더 팀웍 좋고 작품이 잘 나온 것 같다.

ㄴ 윤정환: 저희가 원래 연습을 하루에 네 시간 정도 이상 안 한다. 기간이 짧다 보니 무리하게 두 타임씩 잡고 그랬다. 프로덕션 전체를 통해서 제가 좀 더 집요하게 파고들며 해야 했던 것이 많은데 못 했다. 그런 아쉬움이 있어서 기회가 된다면 이 극이 갖는 희곡으로서의 특성이 있어서 그걸 더 살리고 싶다. 배우들에게 여기까진 이 인물, 여기부턴 벗어나고 이런 부분을 다 양식화를 하지 못해서 그 부분이 아쉽고, 작품마다 연기의 접근법, 연기술이 다 달라야 하는데 이번에 이런 희곡을 만났으면 이 작품에 맞는 연기술을 꺼내고 시도해보고 하고 싶었는데 그러기 쉽지 않았다. 전체 흐름을 가져가는 것은 있지만 인물마다의 번쩍이는 부분을 좀 더 집요하게 뽑아내고 싶었다. 연출로선 그 점이 조금 아쉽다. 다음에 다시 공연할 일이 온다면 그런 부분을 신경 쓰고 싶다.

   
  ▲ 연극 '선물' 공연 사진 ⓒ벨라뮤즈

배우들도 다시 해보고 싶은 작품으로 남을 것 같다.

ㄴ 정욱진: 아깝다. 연습해놓은 게. (턱 가리키며) 이제 여기 근육 좀 붙었는데… 여기 처음엔 너무 아파서 10분만 해도 죽을 것 같았지만, 이젠 뭐 익숙하다. 어제 공연해서 좀 아프긴 하지만.

ㄴ 윤정환: 정말 힘들다.

보이는 부분에서 지체 장애 연기를 해야 하는 점이 있다 보니 그렇겠다.

ㄴ 정욱진: 안 쓰던 근육을 많이 쓰니 여기저기 아프다.

ㄴ 윤정환: 저는 예전에 두 달 정도 장애인 교육을 받고 봉사자로 투입이 됐었다. 그럼 종일 휠체어를 여덞 시간 정도 탄다. 그럼 과제가 지하철 2호선 한 바퀴 돌기다. 그럼 저랑 다른 봉사자랑 제가 장애인이 돼서, 겉은 멀쩡하지만, 휠체어를 타고 가봐야 한다. 혼자 나갈 때도 있는데 그럼 사람들한테 도와달라고 해야 하고 들고 나르고 하면서 굴려서 교육하는 본부까지 가고 나면 휠체어 바퀴를 밀어야 하니 다음날 어깨가 정말 아프다. 진짜 힘들다. 시각 장애인 체험해서 눈 가리고 돌아다니면 정말 미친다. 실제 장애인은 그렇게 사니까 사는 건데 다 보이는 사람이 안 보이는 상태로 뭘 하려고 하니까 미칠 것 같은데 이런 게 사고당한 뒤 처음 겪는 느낌이라더라. 팔을 못 쓰면 밥도 못 먹고. 하지만 시간이 지나 익숙해지면 발로도 먹고 입으로도 먹고 한다. 신체의 문제가 아니라 정신적으로 불안해진다.

ㄴ 정욱진: 이전에 '난쟁이들' 연기하면 무릎으로 기어 다녀야 한다. 그때도 평범하게 서서 연기한다는 게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 깨달았었는데 이번 작품도 그렇다.

   
  ▲ 연극 '선물' 공연 사진 ⓒ벨라뮤즈

마지막으로 공연을 본, 보러 오실 분들에게 한 마디 부탁한다.

ㄴ 정욱진: 어떤 팬분이 주신 편지를 보고 그럴 수 있다 싶었다. 이게 평범함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을 그리지 않나. '우람'의 꿈이 엄마, 아빠, 동생과 함께 밥 먹으며 잔소리도 듣고 대들기도 하고 술 한잔 같이 먹는 평범한 저녁 식사가 꿈이라고 한다. 우리에겐 너무 당연한 건데 이게 누군가에겐 일생일대의 꿈이구나. 나의 지금 삶이 얼마나 감사한지 알게 됐다는 편지를 받아서 그걸 보고 참 마음이 따듯해졌다. 또 전반적으로 극이 따듯한데 요즘 날씨가 추워졌다. 이런 날씨에 어울리는 따듯한 작품이지 않나. 같이 따듯해지면 좋겠다. 연출님도 워낙 따듯한 분이라 그 감성이 전달되고 전달된 것 같다.

ㄴ 강승호: 제가 제일 좋아하는 찡한 장면이 '우람'이 제 이야기를 들어주셔서 감사하다는 대사가 있다. 교도소 밖의 사람들보다 안의 사람들이 오히려 내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거지 않나. 그걸 통해 자신이 치유 받는 거고. 그런 걸 통해서 관객분들도 가슴 속에 담아뒀던 말들을 공연 끝나고 한 번쯤 꺼낼 수 있는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ㄴ 윤정환: 전 그냥 관객들이 편하게 오셔서 편하게 즐기시고 가시면 좋겠다. 제가 그렇게 못 만들었을 수도 있는데 관객이 충분히 우리 이야기를 계기로 해서 본인이 생각할 수 있는 삶을 더 풍성하게 상상하고 느끼고, 생각해보고 그럴 수 있는 시간이었으면 한다. 저는 그게 연극의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영화는 감독이 찍은 대로 따라가야 잘 느낄 수 있지만, 연극은 그렇지 않다. 적극적인 관객이 돼서 작품을 계기로 해서 더 상상하고 더 느끼고, 내 안에 있던, 잠깐 접어뒀던 감각들을 깨워내는 게 연극의 매력이라 생각한다. 공연 오셔서 주는 것만 받아들이지 마시고 본인 기억을 더 끄집어내 보고 감각들을 더 살리시는 시간이면 좋겠다.

   
 

문화뉴스 서정준 기자 some@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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