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뮤지컬 '서울의 달'이 25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이 작품은 90년대 인기 드라마 '서울의 달'을 뮤지컬로 새롭게 만들며 2016년의 서울로 공간에 변화를 줬다. 홍식 역에 이필모와 허도영, 춘섭 역에 박성훈과 이승재가 출연한다.

우선 뮤지컬 '서울의 달'은 잘 만든 작품이다. '믿고 듣는' 김성수 음악감독과 최종윤 작곡가의 힘이 합쳐진 넘버들은 힘 있고 웅장하게 대극장 음악의 소임을 다 한다. 빌딩을 형상화한 벽이나 달동네 세트, 몇 장면 안 나오는데도 생생하게 만든 공사 현장 세트 등 넓은 세종문화회관의 무대가 비어 보이지 않게 만든 무대 디자인 역시 빼어나다.

극의 이야기 역시 기승전결이 충실하다. 성공을 위해 남들을 밟고 올라서려던 홍식이 고향 친구 춘식과 영숙, 자신을 아들이라고 부르는 달동네의 할아버지 등과 함께 얽히며 성공보다 더 소중한 것을 깨닫는 과정에는 깔끔한 만듦새가 돋보인다.

하지만 이 작품의 결정적인 문제는 잘 만든 작품이지만, 끌림이 부족하다. 관객에게 '내가 왜 이 작품을 봐야 하는가'라는 질문의 답변을 해주지 못한다. 2016년의 배경으로 변화를 줬지만 90년대와 같은 시나리오로 흘러가기 때문에 핸드폰이 나온다는 것 외엔 어떤 변별점도 느낄 수 없다. 여전히 인물들은 90년대 사고방식으로 90년대 행동을 취한다. 부동산 불패 신화는 21세기 들어와서 깨졌지만, 여전히 극의 악역은 용역 깡패를 동원해 재개발로 돈을 버는 건설회사가 나오고, 여자의 마음을 위로해주는 제비족이 등장한다. 하지만 지금은 그 건설회사를 뒤에서 조종한 재벌들의 부패와 타락을 노골적으로 조명하고, 호스트 역시 사회의 부당한 시스템에 휩쓸려 간 개인임이 비치는 21세기다.

이럴 거라면 차라리 충실하게 드라마의 재현을 하는 것이 낫지 않았을까 싶다. 현실에 그런 것들이 아예 없어졌다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 시점에 해야 할 이야기는 조금 더 다른 게 있지 않았을까. 지금으로써는 작품을 보고 남는 것은 '서울, 이곳은' 뿐이다.

문화뉴스 서정준 기자 some@mhns.co.kr

주요기사
관련기사

 
저작권자 © 문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