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에 잠기게 하는 우리들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추천

[문화뉴스 MHN 이수현 기자] 누구에게나 학창시절의 기억이 있기 마련이다. 친구들과의 갈등, 미묘한 심리전, 철없던 행동들. 하지만 이 감정과 행동들은 '어릴 때'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우리는 어렸을 때도 '지금도' 성장하는 중이다. 과거를 돌아보게 하고 현재를 위로해주는 우리들의 이야기를 담은 독립영화 3편을 소개한다.

1. 우리들 (2016)

개봉 2016.06.16
감독 윤가은
츨연 최수인(선), 설혜인(지아), 이서연(보라) 등

"그럼 언제 놀아? 난 같이 놀고 싶은데, 연우가 때리고, 내가 때리고, 그럼 언제 놀아?"

"내가 봤는데 진짜 금 안밟았어. 진짜로 금 안밟았어"

사진제공=(주)엣나인필름

'우리들'은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소녀들의 심리와 관계를 잘 나타낸 영화이다. 

전세계 30개 이상 영화상에 수상 및 초청을 받았으며 국내 외 관객들 뿐만 아니라 감독들도 주목하는 영화다. 

언제나 혼자인 외톨이 선은 모두가 떠나고 홀로 교실에 남아있던 방학식 날, 전학생 지아를 만난다. 서로의 비밀을 나누며 순식간에 세상 누구보다 친한 사이가 된 선과 지아는 생애 가장 반짝이는 여름을 보내는데, 개학 후 학교에서 만난 지아는 어쩐 일인지 선에게 차가운 얼굴을 하고 있다. 선을 따돌리는 보라의 편에 서서 선을 외면하는 지아와 다시 혼자가 되고 싶지 않은 선. 어떻게든 관계를 회복해보려 노력하던 선은 결국 지아의 비밀을 폭로해버리고 만다. 
 
'우리들'은 선, 지아 보라의 성장스토리로, 어른들로 하여금 생각에 잠기게 한다. 우리가 전에도 겪었고 지금도 겪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아역배우들의 연기도 인상 깊다. 마치 나의 어린시절을 엿보는 듯한 불안하고 초조한 눈빛과 시기어린 질투 등을 잘 표현해준다.

 

2. 벌새 (2019)

개봉 2019.08.29
감독 김보라
출연 박지후(은희), 김새벽(영지) 등

"어떻게 사는 것이 맞을까 어느날 알 것 같다가도 정말 모르겠어. 다만 나쁜 일들이 닥치면서도 기쁜 일들이 함께 한다는 것. 우리는 늘 누군가를 만나 무언가를 나눈다는 것. 세상은 참 신기하고 아름답다"

"힘들고 우울할 땐 손가락을 펴 봐! 그리고 움직이는 거야! 아무것도 할 수 없는데 손가락은 신기하게도 움직여져!"

사진제공=(주)엣나인필름

'벌새'는 2018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첫 공개된 이후 2020년 6월까지 51개의 상을 수상했다. 

성수대교 붕괴 사고가 일어난 1994년을 배경으로 14살 ‘은희’의 아주 보편적이고 가장 찬란한 기억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이다.

영화 속 '은희' 개인의 이야기와 더 나아가 사회적 상황을 함께 담은 이 영화는 우리에게 큰 울림을 준다. 방황하는 '은희'를 연기한 박지후 배우와 은희에게 등불 같은 존재 '영지'역의 김새벽 배우의 연기는 보는 이들의 눈을 붉히기도 한다. 다른 이가 아닌 우리의 보편적인 감정과 이야기를 그린 영화는 가장 보통의 존재인 우리들을 떠올리게 해 공감을 불러 일으킨다.

3. 파수꾼 (2011)

개봉 2011.03.03
감독 윤성현
출연 이제훈(기태), 서준영(동윤), 박정민(희준) 등

"너까지 나한테 이러면 안돼"

"미안하단 말 쉽게 나오네. 미안해 할 필요 없어. 사과받고 싶지도 않고"

사진제공=필라멘트 픽쳐스, CJCGV

'파수꾼'은 남학생들의 우정을 솔직하게 그린 영화로 소름끼칠 정도로 현실반영이 된 디테일한 영화라는 평을 받았다. 지금은 유명배우가 된 이제훈 배우와 박정민 배우의 풋풋한 모습도 엿볼 수 있다.

한 소년이 죽었다. 평소 아들에게 무심했던 소년의 아버지(조성하)는 아들의 갑작스런 공백에 매우 혼란스러워하며 뒤늦은 죄책감과 무력함에, 아들 기태(이제훈)의 죽음을 뒤쫓기 시작한다. 아들의 책상 서랍 안, 소중하게 보관되어 있던 사진 속에는 동윤(서준영)과 희준(박정민)이 있다. 하지만 학교를 찾아가 겨우 알아낸 사실은 한 아이는 전학을 갔고 한 아이는 장례식장에 오지도 않았다는 것. 뭔가 이상하다. 그러던 중, 간신히 찾아낸 희준은 ‘기태와 제일 친했던 것은 동윤’이라고 말하며 자세한 대답을 회피한다. 결국 아버지의 부탁으로 동윤을 찾아나선 희준. 하지만, 학교를 자퇴하고 떠나버린 친구는 어디에도 없다. 천진하고 순수했던 그 시절, 미성숙한 소통의 오해가 불러 일으킨 비극적 파국. 독단적 우정이 가져온 폭력과 그 상처의 전염은 우리를 아프고 충격적인 결말로 이끌어간다.

영화를 보다보면 누가 피해자이고 누가 가해자인지 구분이 되지 않는다. 그들 모두가 피해자이며 가해자이기 때문이다. 얼핏 보면 친구 간의 우정을 성장 드라마로 보이기도 하지만 실제로는 원초적인 결핍과 소통의 부재가 한 인간의 운명을 어떻게 뒤바꿀 수 있는지를 날카로운 통찰을 통해 표현한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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