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헤지펀드 공매도에 반발한 개인 투자자 뭉치다...기관에 막대한 손해 안겨
한국서는 '라임사태' 주동자 징역, 공매도 재개 이슈

사진=픽사베이

[MHN 문화뉴스 김종민 기자] 미국에서는 '개미 투자자'가 기관을 상대로 쓴 맛을 보여주고 있다.

29일 한국에서는 자산 조작으로 투자자에게 1조6천억원의 손실을 입힌 '라임 사태'의 이종필 전 부사장에 징역 15년형이 선고된 와중, 미국에서도 헤지펀드 기관을 상대로 일반 투자자들이 모여 7조 원 규모로 추정되는 손실을 입혔다. 

사건의 발단은 '게임스탑(GameStop)'이라는 비디오 게임 회사의 주식으로부터 출발했다. 게임스탑은 콘솔 및 PC게임의 게임팩-게임기 등 주변기기를 판매하는 오프라인 매장 위주의 회사다. 지난해 10월 기준으로 시장의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하고 10달러(한화 1만원) 가량에 거래되던 이 회사의 주식은 돌연 11월 '플레이스테이션5'와 'XBOX Series X(엑스박스 시리즈 X) 등 신형 게임기의 출시로 호재를 맞게 된다. 반짝 호재로 주가는 지난해 12월 경 20달러 근방까지 오르게 된다.

게임스탑, 사진=로이터통신(연합뉴스)

주가가 오르며 이 주식은 '멜빈 캐피털' 등 헤지펀드(Hedge fund)의 공매도 대상이 된다. 헤지펀드란 개인 투자자들의 합작으로 구성된 자산을 운용하는 펀드로, 주로 고위험-고수익 자산군에 투자해 수익을 올린다. 공매도는 헤지펀드의 주요 취급 상품이다.

공매도는 주식을 지금 빌려서 팔고, 나중에 갚는 방식이다. 현재 가격으로 팔고, 미래에 이를 사서 갚는 방식이기 때문에 미래에 주가가 떨어질수록 좋다. 따라서 주가가 떨어진다고 생각된다면, 기관은 공매도에 투자하는 방식을 택한다.

헤지펀드가 게임스탑 공매도에 자산을 투자한 이유는 지난해 하반기 반짝 주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오프라인 판매를 위주로 하는 게임스탑의 전망을 비관적으로 봤기 때문이었다고 분석된다.

문제는 공매도를 취하고 반대로 주가가 상승할 경우, 어찌됐든 사서 갚아야하기 때문에 손해가 발생하게 된다. 주가가 무한정 뛸 수 있음을 감안하면, 이론적으로 손해율이 무한대로 뛸 수 있다. 이런 투기적 성격 때문에 공매도는 개인에게는 접근이 제한돼 있고, 기관 등에서만 취급하게 된다. 공매도는 취급자가 상대적으로 적은 탓에 상품 거래 방식이 전면 전산화되지도 않았으며, 불투명한 거래 방식이라는 지적이 항상 뒤따른다. 

사진=연합뉴스

공매도의 이러한 불투명성은 개인 투자자의 의혹을 불러오기도 했다. 기관이 거대 자금을 투자해 기업의 '주가 하락'에 걸기 때문에, 주가를 떨어뜨리기 위한 작전 세력을 동원하기도 한다는 내용이다. 기업 입장에서도 자사의 주식이 지나치게 저평가되는 경우, 가격이 낮아진 틈을 노린 적대적 인수 등의 공격에 취약해지기 때문에 자사주 매입 등으로 대처해야만 한다는 번거로움이 있다.

때문에 '공매도 기관'은 주식을 보유한 개인 투자자와 기업 관계자에게 악의 축으로 취급 받았다. 일례로 테슬라의 CEO인 일론 머스크의 경우, 공매도로 인해 테슬라 주가가 폭락한 경험을 들며 SNS에서 공매도를 공공연히 비판해왔다.

 

■ 공매도에 대응한 온라인 커뮤니티...미국판 '주식 갤러리'

이런 상황 속에서, 올해 초 미국의 온라인 커뮤니티인 '레딧(Reddit)'의 '월스트리트벳츠(Wallstreetbets)'에 게임스탑의 주식에 공매도 세력이 붙었다는 내용이 퍼지게 된다. 레딧은 한국의 디씨인사이드와 유사한 게시판 성격의 커뮤니티로, 각 주제별 게시판이 따로 구비돼 있다. 월스트리트벳츠는 한국의 디씨인사이드 주식 갤러리와 유사하다.

공매도로 주가가 하락하면 손해볼 것을 우려한 '개미'들은 레딧을 통해 뭉쳐 주식을 매수해 지난 13일부터 주가를 상승시킨다. 한국 시간으로 지난 27일 게임스탑의 주가는 장중 347.51달러(한화 35~8만원 선)까지 오르고, 28일에는 500달러(한화 55만원 선)까지 치솟게 된다. 열흘간 주가 상승률은 1,000%대에 육박하고, 올해 초에 비교해서는 1,700%에 이른다. 19일 주가는 -44%로 급락해 193달러에서 장마감됐다.

주가 상승의 조짐이 보이는 13일과 27-8일의 고점, 사진=야후파이낸스

공매도 상품에 투자한 기관이 주가가 올랐을 때 손해를 메꾸는 방법은, 가격이 계속 오르는 그 주식을 구매해 차익을 실현해서 손해를 메꾸는 방법 뿐이다. 기관에서는 손해를 메꾸기 위해 더 큰 채무를 지게 되고 이는 리스크의 상승으로 이어진다. 이러한 현상을 '숏 스퀴즈(Short Squeeze)'라고 부르는데, 이 사건으로 주요 헤지펀드인 멜빈 캐피털은 저당으로 잡힌 자산까지도 전부 숏 스퀴즈로 날리게 돼 손해율이 -230%에 이르렀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헤지펀드가 이로 인해 입은 손해는 28일 기준 70억 달러(한화 7조)에 달러에 육박한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공매도 세력을 응징하겠다고 모인 '개미'들이 주가를 올려 결국 기관에 막대한 손해를 안긴 것이다. 

'개미'의 집결에 게임스탑에서 취급하는 '올드 게임'들에 대한 애정과, 개인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대규모 차익을 실현해왔던 월스트리트 자본 세력에 대한 적개심이 작용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외신에서는 전한다. 중년 게이머들은 더 이상 '소년'이 아니라, 자산을 가진 개인으로서 시장에 참석한 것이다. 여기에는 일론 머스크도 합류했음을 밝혔다.

'Gamestonk!!'는 지난 2017년 비트코인 광풍의 '가즈아'에 해당한다. 사진=일론머스크 SNS

여기에는 코로나19로 인한 재난 지원금, 경기 부양책 등으로 인해 잉여 현금 자산이 개인에게 충분했다는 점, 개인 투자자가 '로빈후드', '웹불' 등의 온라인 주식 거래 프로그램으로 증권 거래가 용이했다는 점도 배경으로 작용했다. 이러한 흐름을 타고 단기 차익 실현을 목표로 뛰어든 투자자도 유입됐다.

 

■ 끝내 기관이 '조작'까지 했지만 역부족...정치인들도 '월가'에 의심의 눈초리 보내

한 온라인 커뮤니티의 주도로 기관이 마비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자, 당황한 증권 거래 중개사들은 거래 앱을 통해 몇몇 상품에 구매 불가능 조치를 내렸다. 실상은 이들 중개사들도 헤지펀드가 보유하거나 투자한 회사로, 자사의 손해를 막기 위한 극단적인 방식을 택한 것이다. 사전에 별다른 경고 안내 없이 진행된, '시세 하락을 막으려는' 금지 조치는 주가 조작 행위에 해당한다. 이는 미국에서 형사상 실형 대상이다.

주가 조작 행위에도 불구하고 숏 스퀴즈로 인한 손해는 멈추지 않았고, 오히려 주가 조작으로 증권 중개사들에 집단 소송이 제기됐다고 미 매체 오텍스는 전한다. 이외의 미국 내 주요 언론사와 정치인들도 공화당-민주당을 가리지 않고 지지 성명을 보냈다.

'월가의 저승사자'로 불리는 엘리자베스 워런(민주-매사추세츠) 상원의원은 이날 성명을 내 "게임스톱 거래에 당황한 헤지펀드, 사모펀드, 부자 투자자들은 그동안 증시를 카지노처럼 갖고 놀면서 개인들에게만 손해를 치르게 했다"며 증권거래위원회(SEC) 등이 월가의 거대 자본을 규제하라고 강조했다.

로 카나(민주-캘리포니아) 하원의원도 성명을 내 "시장에서 더 많은 규제와 평등이 필요하다"며 "월가는 21세기 미국의 승리를 도울 미래 기술에 투자하는 대신, 이 회사를 박살내고 직원들의 일자리를 잃게 만들기 위해 주식을 공매도하는 데 수십억달러를 쏟아부었다"고 지적했다.

한편, 한국에서는 금융당국이 코로나19 상황 속 설정했던 공매도 금지가 오는 3월에 해제되며, 개인 투자자들의 우려를 사고 있다. 코로나19 상황 속 주가를 끌어올려 최초 '코스피 3,000'을 달성하는데 일조했던 '동학 개미'들이 '미국 서학 개미' 만큼의 단합력을 보여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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