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튬 이온 배터리로 국내 기업 선전...삼성SDI, LG에너지솔루션 등
차세대 배터리에서는 일본이 앞서 나가...국내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 "2025년 이후"

[문화뉴스 김종민 기자] 도요타가 차세대 전지인 '전고체 배터리'를 탑재한 제품을 이르면 올 12월에 공개하겠다고 발표한 가운데, 전고체 배터리가 업계의 관심을 받고 있다.

현대차를 비롯한 국내 업체는 상용화 시기를 2025년으로 예측해왔으나, 때 이른 도요타의 발표로 시장은 뜨겁게 달아오를 전망이다.

차세대 배터리로 자동차 시장의 '게임 체인저'라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 국내 기술 현황과 원리에 대해서 살펴보자.

 

■ 전기차 배터리 '리튬 이온 vs 전고체'

현재 상용화된 전기차의 배터리는 '리튬 이온' 방식이다. 

사진=포스코

리튬 이온 배터리는 양극, 음극, 전해질, 분리막으로 구성된다. 배터리 사용 전 음극에는 리튬 산화물이 분포하고 있으며, 전기를 생산하기 위해서 이들의 화학적 반응을 이용한다. 리튬 산화물이 '리튬 이온'과 '전자'로 분리돼 양극으로 이동하며 에너지가 발생한다. 

이때 리튬 이온은 전해질을 통해 이동하며, 전자는 '분리막'에 막혀 전해질을 통하지 못하고 도선으로 이동하게 된다. 도선을 통해 이동한 전자는 전류를 생산해낸다. 충전 과정에서는 사용된 후 양극에 남은 리튬 이온이 다시 음극으로 돌아가 리튬 산화물이 된다.

리튬 이온 배터리가 현재 시장을 지배하고 있음에도 차세대 배터리로 주목 받지 못하는 이유는 액체 전해질 때문이다. 현재 사용되는 전해질은 액체이기 때문에, 전기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열에 취약하다. 열 팽창 등의 요인으로 배터리에 부담을 가하게 되며, 심한 경우 화재나 폭발의 위험이 있다. 이외에도 충격을 받았을 때 액체가 새는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 때문에 현재 상용화된 리튬 이온 배터리는 열 조절 장치, 냉각 및 충격 제어 기기 등이 부가적으로 삽입돼, 중량 및 부피가 불필요하게 증가하게 된다.

전고체 배터리는 이러한 액체 전해질을 고체로 대체한 물질이다.

사진=삼성SDI

리튬이 이동하는 구간을 고체로 대체함으로써, 충격 및 화재의 위험성에서 비교적 자유롭다. 또한 전기 에너지를 높은 밀도로 전달할 수 있어, 에너지 효율성 측면에서도 리튬이온 배터리를 압도한다.

 

■ 일본은 '국가 과제'로 전고체 배터리 연구해...상용화 과제는?

전고체 배터리는 차세대 배터리로 주목 받고 있지만, 상용화는 아직 힘들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양산 가격, 수명, 충전 속도 등 주요 기능이 미달이기 때문이다. 특히 고체 배터리의 경우 고체를 사용하기 때문에 액체에 비해 리튬 이온의 전달 속도가 느려진다. 이에 따라 배터리의 출력이 저하되는 문제가 생긴다. 

결국 고체 전해질에 활용되는 신물질을 찾는 것이 과제다. 또 발견한 신물질을 저렴한 가격으로 합성하는 것도 추가적인 문제다.

일본은 국가적인 차원에서 이러한 문제를 다루고 있다.

실제로 전고체 배터리 분야를 선도하고 있는 기업은 도요타로 평가 받는다. 10년도 더 전인 2008년에 배터리 연구소를 독자적으로 설립하고, 정부 지원을 받아왔다. 도요타는 파나소닉 등과 협업하며, 최초로 전고체 배터리 자동차를 선보이겠다는 목표를 내세운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도요타는 전고체 배터리의 기술적 난제를 인정하며, 상용화에 대해 부정적이었다고 전해진다. 그런데 이후 일본의 국립 연구소인 '나노스케일 물질센터'에서 문제를 돌파할 방도를 찾아내며, 일본의 전고체 배터리는 민관을 막론한 국가 과제로 발돋움했다.

지난해 말 도요타 발표에 따르면, 동일 조건의 리튬 이온 배터리에 비해 2배 이상을 주행할 수 있도록 전고체 배터리를 디자인하겠다는 목표로 연구에 전념하고 있다.

이는 일본이 리튬 이온 배터리 시장에서 중국-한국에 밀리고 있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방책으로도 풀이된다. 

국내 배터리 업체인 삼성 SDI와, LG화학에서 지난해 분사한 LG에너지솔루션은 리튬 이온 배터리 시장에서 올해 초 기준으로 각각 2위와 5위에 안착했다. 1위는 중국의 CATL, 3위는 일본의 파나소닉이다.

사진=클린 테크니카
사진=클린 테크니카

 

■ 한국의 전고체 배터리 연구 현황은?

2000년대 초반 소니 등 일본 기업이 주도했던 세계 배터리 시장은 국내 기업의 선전으로 현재는 중국-한국-일본의의 삼파전 구도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국내 대기업인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이노베이션 3사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합해 34%가 된다.

다만 이들 업체는 리튬 이온 배터리에 치중해 있다.

국내의 전고체 배터리 연구-개발은 우선 현대-기아차가 착수한 상황이다. 2017년부터 자체 개발 기술을 목적으로 연구를 시작한 가운데, 현대차와 배터리 3사의 협업도 논의가 진행 중인 것으로 밝혀졌다. 실제로 현대차 임원진이 삼성 SDI에 지난해 5월 방문하기도 했다.

사진=현대자동차 제공
사진=현대자동차 제공

여기에 삼성SDI의 경우 이미 전고체 배터리 시제품을 보유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삼성전자 등과의 협업으로 전고체 배터리 개발 단계에 돌입했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삼성SDI 측에서는 "독자적 기술을 접목해 고안전성-고에너지 밀도 (전고체) 배터리 개발의 가능성을 확인했다"라며 "현재 양산 기술을 개발하고 있으며, 이를 실제 제품에 적용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다만 여전히 상용화에 넘어야 할 언덕이 많다고 업계는 진단한다. 리튬 이온 배터리의 성능을 전고체 배터리가 뛰어넘는데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기술적 문제 해결에 5년, 양산 기술을 개발하는데 2~3년이 걸릴 것으로 전망하며 전고체 배터리 시장이 가시화되는 시점을 2030년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 국가 주도의 출연 연구소에서도 힘을 보태고 있다.

지난 22일 한국 전기 연구원(전기연구원)은 전고체 배터리에 들어가는 황화물 고체 전해질을 저비용으로 대량합성하는 신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고 전했다.

하윤철 박사와 공침법으로 제조한 고체 전해질 사진=전기연구원 제공
하윤철 박사와 공침법으로 제조한 고체 전해질 사진=전기연구원 제공

차세대전지연구센터 하윤철 박사팀에서는 가장 주목 받는 물질인 '황화물(Sulfide) 계열 고체 전해질'을 저가로 대량생산할 수 있는 공정 기술을 개발했다.

그간 황화물계 고체 전해질은 전고체 배터리의 후보 물질로 주목 받았으나, 주원료인 황화 리튬(Li2S)이 비싸며, 합성 및 제조 과정에 많은 비용이 들었다.

연구팀은 현재 리튬 전지를 생산하는 방법인 '공침법'(Coprecopitation method)을 전고체 배터리에도 적용해 황화물 계열 고체 전해질을 구현했다.

공침법은 각기 다른 이온들을 수용액 또는 비수용액에서 동시에 침전시켜 생산하는 방식으로, 하윤철 박사팀은 값비싼 황화 리튬을 쓰는 대신 구성 원소인 리튬, 황, 인, 할로겐 원소 등을 위주로 사용했다. 여기에 공침 기법을 통해 기존의 황화 리튬을 사용하는 것과 동일한 효율성의 고체 전해질을 만들었다고 전한다.

전기연구원에서는 원료비 기준으로 하윤철 박사팀이 개발한 제조법이 기존 제조 비용의 15분의 1 수준이며, 공정 과정에서 드는 에너지 절감 효과도 크다고 설명했다.

하 박사의 사례처럼 국내 연구를 활성화하는 것이 주된 과제다. 국내 기술 확보를 적극 지원하고, 민-관이 협력해 상용화에 박차를 가하지 않으면, 일본을 추월했던 '영광'은 과거의 유물로 남을지도 모른다.

주요기사
관련기사

 
저작권자 © 문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