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그레망'은 외교사절을 파견하기 위해 사전에 얻어야 하는 접수국의 동의
'페르소나 논 그라타'는 외교상 기피 인물

사진=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와 이재명 민주당 대표 / 연합뉴스

[문화뉴스 안성재 기자]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가 한국 정부의 외교 정책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면서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싱 대사를 직접 언급하면서 "외교관으로서 상호 존중이나 우호 증진의 태도가 있는지" 의문스럽다며 말한 걸로 전해졌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중국의 '적절한 조치'를 기다린다고 했다.

싱 대사가 지난 2020년 1월 '아그레망' 과정을 통해 한국에 주한 중국대사로 부임한 이후 '페르소나 논 그라타' 선언을 해야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다. 많은 언론에서 나오는 외교용어인 '아그레망'과 '페르소나 논 그라타'의 의미가 어려운데, 지금부터 이에 대해 알아본다.

'아그레망'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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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그레망'(agrément)이란 파견국이 특명전권대사 등의 외교사절단의 장(이하 외교사절)을 파견하기 위해 사전에 얻어야 하는 접수국의 동의를 말한다.

국제법상 파견국은 자국의 외교사절을 자유롭게 임명할 수 있지만 접수국은 그것을 거부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거부에 의해 임명을 취소하지 않는 사태는 양국관계에 악영향을 미칠지도 모르기 때문에 파견국은 외교사절의 임명에 앞서 임명 예정자의 이름, 경력 등을 접수국에 통보하여 사전의 동의를 구하는 국제관행이 계속되어 왔다.

1961년의 외교관계에 관한 비엔나협약은 이 관행을 성문화하여 '파견국은 자국이 사절단의 장으로서 접수국에 파견하고자 하는 자에 대해서 접수국의 아그레망이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4조 1항)고 규정하고 아그레망을 구하는 것을 파견국의 의무로 하였다.

접수국이 동의할 것을 거부하는 경우에 그 이유를 제시할 필요가 있는지의 여부에 대해서는 각국의 관행이 다르지만 비엔나협약에는 이유를 제시할 의무가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4조 2항). 또한 접수국은 페르소나 논 그라타의 통고에 의해 외교사절의 책임 후에도 접수를 거부할 수 있다.

아그레망을 받은 사람을 페르소나 그라타(persona grata), 아그레망을 받지 못한 사람을 페르소나 논 그라타(persona non grata)라고 한다.

'페르소나 논 그라타'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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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소나 논 그라타'란 '좋아하지 않는 인물'이란 뜻의 라틴어로, 외교상의 기피 인물을 가리킨다. 외교관계를 맺고 있는 나라가 수교국에서 파견된 특정 외교관의 전력 또는 정상적인 외교활동을 벗어난 행위를 문제 삼아 '비우호적 인물' 또는 '기피 인물'로 선언하는 것을 의미하는 외교옹어이다.

'외교관계에 관한 비엔나 협약' 제9조(주재국은 어느 때든 자국 결정에 대한 설명 없이 파견국의 외교관을 비우호적 인물로 규정, 파견국 정부에 통보할 수 있다)에 규정돼 있다.

접수국 정부는 언제라도 이유를 명시할 필요 없이 특정 외교사절 또는 외교직원에 대해 '페르소나 논 그라타'라고 선언할 수 있다. 파견국이 이에 대한 통고를 받으면 해당 외교사절을 소환하거나 외교관직을 박탈하는 것이 관례이다.

또한 PNG(persona non grata)로 규정된 외교관은 정해진 시간 내에 주재국을 떠나야 한다. 파견국이 소환 거부 또는 상당기간 내에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접수국은 해당 인물의 외교관 신분을 인정하지 않고, 면책특권을 박탈할 수 있다.

'페르소나 논 그라타'의 사례는?

사진=현장지도하는 김정은 / 연합뉴스
사진=현장지도하는 김정은 / 연합뉴스

북한이 테러를 하거나 강도 높은 무력 도발로 인해 페르소나 논 그라타가 많이 일어났다.

2017년 3월 4일, 김정남 피살 사건의 여파로 말레이시아 외무부는 강철 주말레이시아 북한 대사를 페르소나 논 그라타로 지정하면서 강 대사를 추방조치했다. 이에 따라 강 대사는 48시간 이내, 즉 6일 오후 6시까지 말레이시아를 떠나야만 했다.

사진=푸틴 러시아 대통령 / 연합뉴스
사진=푸틴 러시아 대통령 / 연합뉴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와중에도 많이 일어났다. 미국은 2022년 3월 1일 UN 주재 러시아 외교관 12명에게 스파이 활동 혐의로 추방을 통보하였다. 이어서 3월 18일 발트 3국에서 10명, 3월 19일 불가리아에서 10명의 외교관이 페르소나 논 그라타로 지정되어 추방되었다.

최근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의 발언으로 인해 한국 정부도 싱 대사를 페르소나 논 그라타가 될 수 있음을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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