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관계 개선 추진까지 20년 이상 소요..숙원 사업
1999년 유엔 총회의 대(對)쿠바 금수 해제 결의안서 전환점 맞아

韓, '북한 형제국' 쿠바와 외교관계 수립.."극비 속 결단" / 사진 = 연합뉴스(쿠바 외교부 홈페이지) 제공
韓, '북한 형제국' 쿠바와 외교관계 수립.."극비 속 결단" / 사진 = 연합뉴스(쿠바 외교부 홈페이지) 제공

[문화뉴스 명재민 기자] 14일 늦은 밤 한국과 쿠바가 외교관계 수립을 전격적으로 발표헀다.

그간 양국의 관계 개선을 위한 진전 상황은 극도의 보안 아래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북한과 '사회주의 형제국'으로 끈끈한 관계를 이어온 쿠바 측이 한국과의 수교 협의가 공개되는 데 매우 민감한 입장을 보였기 때문이다.

한때 쿠바는 북한의 관계를 고려할 때 한국과의 관계 개선에서  한계가 있다는 관측까지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이처럼 어려운 상황에서도 양국은 수면 아래에서 꾸준히 당국 간 접촉·교류를 이어오며 수교 협의를 지속해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에게 쿠바와의 관계 개선 추진은 20년 이상 소요된 숙원 사업이다. 양국은 1959년 피델 카스트로가 기존 정권을 타도하고 사회주의 혁명을 성공한 후 양국 간 교류를 끊었고, 국제무대에서도 접촉을 삼갔다.

서로 다른 이념으로 냉전 시기 계속되던 양국 간 관계 단절은 1999년 유엔 총회의 대(對)쿠바 금수 해제 결의안에 한국이 처음으로 찬성표를 던지면서 전환점을 맞았다.

미국을 의식해 결의안에 기권해오던 한국은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입장을 변경했고, 이를 계기로 쿠바 내 한국에 대한 인식도 상당히 호전됐었다.

나아가 박근혜 정부는 2016년 당시 외교부 장관이었던 윤병세가한국 외교수장으로는 처음으로 쿠바를 방문해 공식 외교장관 회담을 갖기도 했지만, 수교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윤석열 정부 들어 쿠바와의 관계개선에 보다 집중하면서 관계 개선에 박차를 가했다.

특히 한국과 쿠바가 나란히 참석하는 다자회의 계기마다 꾸준히 문을 두드린 끝에 고위·실무급 접촉이 이어지며 몇 차례의 중요한 모멘텀이 마련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5월 박진 당시 외교부 장관이 과테말라에서 개최된 카리브국가연합(ACS) 정상회의와 각료회의에 참석하면서 호세피나 비달 쿠바 외교 차관을 만나 양국 관계에 대한 의견을 교환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어 같은 해 9월 뉴욕에서 열린 유엔총회에 양국 인사가 나란히 참석한 것이 또 한 번의 결정적 모멘텀이 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한국 측은 물밑 접촉에서 영사관계 수립 같은 중간 단계를 거치지 않고 직접 수교하는 방안을 제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양국이 모두 참여하는 동아시아-라틴아메리카 협력포럼(FEALAC) 같은 다자회의 계기로 실무급 당국자들도 비공개로 상호 방문을 이어왔다.

아울러 한국과 쿠바는 공식 외교관계는 없지만 뉴욕의 양국 주유엔 대표부 채널, 그리고 멕시코 주재 양국 대사관 채널 등 두 비공식 채널을 갖고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쿠바와의 수교 타결 과정에 대해 "그간 우리나라는 중남미 지역에서의 유일한 미수교국인 쿠바와의 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을 계속해왔고, 이러한 우리 노력에 쿠바 측이 호응해와서 이번에 수교에 합의하게 됐다"고 전했다.

한편 최근에는 한국 드라마와 K팝 등 한류가 현지에서 인기를 끌고, 한국 국민들 사이에서도 쿠바가 인기 관광지로 조명받으면서 양국 국민 간에 교류는 상당 부분 이미 진행됐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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