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그너그룹, 장비 이끌고 러시아 로스토프주 진입
수장 프리고진, 러시아 정치권과 갈등 빚어와
프리고진, 쇼이구 응징할 것… "쿠데타가 아니라 정의의 행진"

사진 = 바그너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 / 바그너그룹 공식 텔레그램 채널
사진 = 바그너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 / 바그너그룹 공식 텔레그램 채널

[문화뉴스 우현빈 기자] 푸틴의 요리사 프리고진이 푸틴을 향해 이빨을 드러냈다.

현지 시각으로 24일, 바그너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은 바그너그룹 공식 텔레그램 채널에 올린 음성 메시지를 통해 바그너그룹이 러시아 남부 도시인 로스토프주에 진입했다고 밝혔다.

프리고진은 '푸틴의 요리사'라고 불릴 정도로 러시아 정부와 깊은 관계에 있었다. 그가 이끄는 군사조직 '바그너그룹' 역시 러시아의 목적에 따라 군사행동을 벌여왔고, 현재 일어나고 있는 우크라이나전쟁에서도 전면에 나서 바흐무트 점령을 주도하는 등의 성과를 올려왔다.

 

바그너그룹과 러시아 정부의 갈등… 왜?

사진 = 바그너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쇼이구 국방장관을 향해 "병사들이 죽어가는데 탄약은 어디에 있느냐"며 비난하고 있다 / 바그너그룹 공식 텔레그램 채널
사진 = 바그너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쇼이구 국방장관을 향해 "병사들이 죽어가는데 탄약은 어디에 있느냐"며 비난하고 있다 / 바그너그룹 공식 텔레그램 채널

하지만 최근 프리고진과 러시아 정부 사이에는 갈등이 이어졌다. 프리고진은 러시아 국방부가 제대로 보급품을 전달해주지 않고, 약속된 군사작전에도 제대로 임하지 않는다며 계속해서 항의해왔다. 바흐무트 공방전이 이어지던 와중에도 프리고진은 "탄약과 포탄이 부족한데 국방부는 약속된 보급을 제대로 주지 않고 있다"며 바흐무트 전선에서 이탈하겠다는 협박을 하기도 했다.

이처럼 프리고진과 러시아 정치권 사이에 갈등이 생겨난 것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거치며 프리고진의 입지가 커졌기 때문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과정에서 프리고진이 이끄는 바그너그룹이 혁혁한 전과를 올리면서 프리고진의 입김이 세지기 시작했다.

프리고진 본인은 정치활동에 뛰어들 의사가 없다고 밝혔지만, 해외 전문가들은 프리고진의 행보가 정치적이라고 분석했다. NYT는 프리고진이 SNS를 통해 자신을 부패한 관료들에 맞서는 '포퓰리스트' 전쟁 지도자처럼 묘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처럼 프리고진의 눈에 띄는 행보가 이어지자, 러시아 정치권에서 그에 대한 정치적 견제가 시작됐다. 러시아 정치권은 보급과 지원을 줄이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군사적 인사이동까지 감행했다. 지난 2월 러시아 국방부는 프리고진과 사이가 좋지 않은 발레리 게라시모프 육군 총참모장을 우크라이나 '특별작전' 총사령관으로 임명했고, 종전의 총사령관이자 프리고진이 그 능력을 인정했던 세르게이 수로비킨 총사령관을 게라시모프의 부관으로 강등시켰다.

사진 = 러시아 국방부장관 세르게이 쇼이구(좌)와 러시아 총사령관 발레리 게라시모프(우)의 모습 / AP통신 / 연합뉴스
사진 = 러시아 국방부장관 세르게이 쇼이구(좌)와 러시아 총사령관 발레리 게라시모프(우)의 모습 / AP통신 / 연합뉴스

이와 관련해 프리고진은 게라시모프 총사령관이 무능하다며 비난을 이어왔다. 프리고진은 바그너그룹 텔레그램 채널을 통해 러시아 국방부의 쇼이구 장관과 게라시모프 총사령관이 전쟁과 전술에 대해 알지도 못하는 인물들이라며, "바그너그룹은 수로비킨과 작전행동을 조율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러시아 정치권은 프리고진과 바그너그룹에 대한 대중적 인지도 역시 줄이고자 했던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월 러시아 친정부 싱크탱크 정치학연구소의 세르게이 마르코프 소장은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 고위 관료들이 공보 책임자들에게 "프리고진과 바그너그룹을 지나치게 홍보하지 말라"는 이례적인 지시를 내렸다고 밝혔다.

또한 러시아 국방부는 프리고진과 바그너그룹에 대한 제어권을 확보하고자 시도했다. 지난 10일 러시아 국방부의 쇼이구 장관은 우크라이나전쟁에 투입된 모든 비정규 군사조직이 국방부와 직접계약을 맺을 것을 명령했다.

국방부는 이러한 조치가 러시아군의 효율성을 높이고 각 군사조직의 법적 지위를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으나, 전문가들은 국방부의 이 같은 조치가 "바그너그룹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며, 사실상 프리고진에 대한 견제라고 분석했다.

사진 = 러시아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 크렘린궁 제공 / 연합뉴스
사진 = 러시아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 크렘린궁 제공 / 연합뉴스

러시아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역시 국방부의 손을 들었다. 푸틴은 기자회견을 통해 "계약을 통해 민간 군사기업의 활동을 합법화하려는 국방부의 정책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러시아 국방부의 이 같은 명령이 발표되자 프리고진은 "바그너그룹의 국방부 계약은 없을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프리고진은 "바그너그룹이 러시아의 이익에 완전히 종속돼있기는 하지만 쇼이구 장관의 지시를 받으면 효율적인 지휘 구조가 망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현장에서는 러시아 정규군과 바그너그룹 간의 물리적 충돌이 발생하기도 했다. 지난 4일 바그너그룹은 공식 텔레그램 채널을 통해 러시아 정규군의 한 장교를 심문하는 영상을 올렸다. 해당 영상 속 장교는 자신을 '제72기동소총여단 소속 로만 베네비틴 중령'이라고 밝히며, "바그너에 대한 개인적 적대감 때문에 술에 취해 바그너 차량에 발포했다"고 시인했다.

사진 = 바그너그룹이 올린 영상 속 베네비트 중령의 모습 / 바그너그룹 공식 텔레그램 채널
사진 = 바그너그룹이 올린 영상 속 베네비트 중령의 모습 / 바그너그룹 공식 텔레그램 채널

해당 영상에 나온 베네비틴 중령은 이후 다른 영상에서 "바그너그룹이 정규군에 대한 납치, 학대, 성폭력을 가했다"며, "바그너그룹이 이룬 모든 전과는 정규군이 있어 가능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해당 영상에서 베네비틴 중령이 보인 모습으로 볼 때 러시아 정규군의 강요로 이러한 진술을 내놨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결국 폭발한 갈등… 바그너그룹, 러시아 로스토프주 진입

이처럼 갈등이 이어지던 가운데, 바그너그룹이 러시아 정규군으로부터 미사일 공격을 받았다는 주장이 나왔다. 24일 바그너그룹은 공식 텔레그램 채널 및 연관 채널을 통해 바그너그룹 캠프가 미사일 공격을 받았으며, 이로 인해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사진 = 미사일 공격을 받은 바그너그룹 캠프 현장의 모습 / 바그너그룹 공식 텔레그램 채널
사진 = 미사일 공격을 받은 바그너그룹 캠프 현장의 모습 / 바그너그룹 공식 텔레그램 채널

프리고진은 바그너그룹 텔레그램 채널을 통해 "우리는 왜 이 나라에서 무법 상태가 벌어졌는지 알아낼 것"이라며, 쇼이구 장관을 응징하기 위한 바그너그룹의 러시아 진입을 선언했다.

프리고진은 이번 러시아 진입을 "쿠데타가 아니라 정의의 행진"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25,000 명의 군사가 그의 휘하에 있다며, 정규군을 포함해 모든 러시아인들에게 동참할 것을 요구했다.

프리고진은 "바그너그룹은 (미사일)공격 이후 러시아 군 지도부의 '악행'을 막아야 한다고 결정했다"며, "우리 젊은이들을 파괴한 자들, 수만 명의 러시아 군인들의 생명을 앗아간 이들은 벌을 받게 될 것이다. 아무도 저항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정의 회복 후에 바그너를 우크라이나 전선에 복귀시킬 것"이라고 덧붙였다. 바그너그룹 텔레그램에는 러시아 정규군의 헬기를 격추했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이에 로스토프 주지사 바실리 골루베브는 텔레그램 채널을 통해 로스토프 지역 주민들의 통행 자제를 요청했다. 현재 SNS에는 로스토프주에서의 경찰 통제와 군사 장비 이동 모습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사진 = 러시아 로스토프주에 도착한 예브게니 프리고진의 모습 / 바그너그룹 공식 텔레그램 채널
사진 = 러시아 로스토프주에 도착한 예브게니 프리고진의 모습 / 바그너그룹 공식 텔레그램 채널

러시아 국방부는 프리고진의 주장이 "말도 안 된다"며 일축하고, 군사 쿠데타를 일으킨 프리고진에 대한 체포 명령을 내렸다. 러시아 연방보안국은 바그너그룹 소속 용병들에게 "범죄적이고 기만적인 명령에 따르지 말라"며, 프리고진을 붙잡아 당국에 넘길 것을 종용했다.

한편, 프리고진이 이끄는 바그너그룹의 러시아 진입 소식을 접한 누리꾼들은 프리고진의 행동이 이성계의 '위화도 회군'과 비슷하다며, 바그너그룹의 러시아 진입을 '우(크라이나)화도 회군'이라고 부르거나 프리고진을 '프성계'라고 부르는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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