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르게이 수로비킨, 프리고진 반란 직후 체포돼
수로비킨, 군 내에서 능력으로 인정받아… 강등 이후에도 영향력 커
프리고진, 처음 계획은 진격 아닌 '수뇌부 납치'

사진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전쟁 총사령관이었던 세르게이 수로비킨 / 타스통신=연합뉴스 / 러시아, 우크라전 前 총사령관 체포… "숙청 시작됐다"
사진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전쟁 총사령관이었던 세르게이 수로비킨 / 타스통신=연합뉴스 / 러시아, 우크라전 前 총사령관 체포… "숙청 시작됐다"

[문화뉴스 우현빈 기자] 프리고진의 반란과 관련된 러시아군의 숙청이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현지 시각으로 28일, 모스크바 타임스는 익명의 러시아 국방부 관계자 두 명의 말을 인용해 세르게이 수로비킨이 체포됐다고 보도했다.

세르게이 수로비킨은 러시아의 고위 장성이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우크라이나전쟁을 지휘하던 총사령관으로, 부사령관으로 강등된 이후에도 전선에 막대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의 새뮤얼 라마니 부연구원은 "수로비킨이 우크라전 총사령관에서 밀려났어도 여전히 러시아군 내에서 지지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프리고진의 무장 반란이 있었던 지난 24일 이후, 수로비킨은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수로비킨이 이미 체포·구금 또는 숙청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어왔다.

사진 = 프리고진이 로스토프주에서 시민과 함께 사진을 찍으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푸틴은 프리고진을 반역자라고 비난하며 체포 명령을 내렸지만, 프리고진은 반란과 철군 과정에서 시민들의 환영을 받았다 / AP=연합뉴스 / 러시아, 우크라전 前 총사령관 체포… "숙청 시작됐다"
사진 = 프리고진이 로스토프주에서 시민과 함께 사진을 찍으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푸틴은 프리고진을 반역자라고 비난하며 체포 명령을 내렸지만, 프리고진은 반란과 철군 과정에서 시민들의 환영을 받았다 / AP=연합뉴스 / 러시아, 우크라전 前 총사령관 체포… "숙청 시작됐다"

수로비킨의 체포 의혹이 불거진 이유는 그가 프리고진과 친분이 있는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그가 총사령관에서 부사령관으로 강등당한 이후에도 프리고진은 바그너그룹의 작전 수행과 관련해 총사령관 게라시모프가 아닌 수로비킨과 의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점을 들어 미 정보부 역시 수로비킨이 내부에서 프리고진을 도운 것이 아닌지 확인 중이었다. 관계자들은 러시아의 한 장성이 프리고진의 반란을 사전에 알고 있었을 뿐 아니라 반란 계획도 도운 것으로 보인다고 뉴욕타임스를 통해 밝혔다. 다만 관계자들은 해당 장성이 수로비킨이 맞는지는 확인 중이라고 전했는데, 이번 체포 소식이 알려짐에 따라 의혹이 사실로 밝혀질 가능성이 커졌다.

수로비킨의 체포 소식을 전한 러시아 국방부 관계자 중 한 명은 수로비킨의 상황이 "좋지 않다"고 현황을 전했지만, 그의 체포 이유에 대해서는 "말할 수 없다"며 말을 아꼈다. 하지만 다른 관계자는 "프리고진과 관련된 보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에 따르면 수로비킨은 반란 당시 프리고진의 편을 택했으며, 이에 관해 약점을 잡힌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다만 그 역시 수로비킨이 현재 어디에 있느냐는 질문에는 "내부 채널에서도 언급조차 하지 않고 있다"며 대답을 피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현재까지 수로비킨의 체포에 관련된 어떠한 공식적인 언급도 하지 않고 있다.

사진 = 레포르토보 교도소. 수로비킨은 현재 미결수 구금 시설인 이곳 레포르토보 교도소에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 A.Savin / WikiCommons / 러시아, 우크라전 前 총사령관 체포… "숙청 시작됐다"
사진 = 레포르토보 교도소. 수로비킨은 현재 미결수 구금 시설인 이곳 레포르토보 교도소에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 A.Savin / WikiCommons / 러시아, 우크라전 前 총사령관 체포… "숙청 시작됐다"

이와 관련해 러시아 유명 군사 블로거 블라디미르 로마노프는 수로비킨이 프리고진의 쿠데타가 일어난 바로 다음 날인 지난 25일 체포됐으며, 레포르토보 교도소에 구금되어 있다고 주장했다.

레포르토보 교도소는 모스크바에 위치한 미결수 구금시설이다. 재판이 끝나고 판결이 내려지기 전까지 구금이 이뤄지는 곳으로, 지난 3월 간첩 혐의로 구금된 미국 월스트리트저널 기자 에반 게르시코비치 기자, 지난 5월 음모 혐의로 구금된 러시아 주재 미 대사관 전 직원 로버트 소노프도 이곳에 구금돼 있다.

러시아군은 이번 수로비킨 체포를 통해 내부 숙청의 시동을 걸 것으로 보인다. 미 정보부 관계자들은 수로비킨 외에도 다른 러시아 장군들이 프리고진의 반란을 지지한 정황을 포착했다고 뉴욕타임스를 통해 밝힌 바 있다.

실제로 바그너그룹은 모스크바 진격 과정에서 이렇다 할 반격이나 저항을 맞닥뜨리지 않았다. 서방 당국자들은 고위급 지휘관 여럿이 프리고진의 반란에 동조하거나 방관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분석이 사실이라면, 러시아의 숙청은 수로비킨에서 그치지 않고 대규모로 이루어질 공산이 크다.

사진 = 지난 24일 로스토프나도누에서 한 시민이 바그너그룹의 상징이 그려진 깃발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바그너그룹은 이번 반란 과정에서 군이나 시민으로부터 별다른 저항을 받지 않았으며, 시민들은 오히려 바그너그룹을 환영하고 반기기도 했다 / 로이터=연합뉴스 / 러시아, 우크라전 前 총사령관 체포… "숙청 시작됐다"
사진 = 지난 24일 로스토프나도누에서 한 시민이 바그너그룹의 상징이 그려진 깃발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바그너그룹은 이번 반란 과정에서 군이나 시민으로부터 별다른 저항을 받지 않았으며, 시민들은 오히려 바그너그룹을 환영하고 반기기도 했다 / 로이터=연합뉴스 / 러시아, 우크라전 前 총사령관 체포… "숙청 시작됐다"

이와 관련해 러시아의 친정부 성향 군사 전문 텔레그램 채널 리바리는 이번 반란에 대한 숙청이 이미 진행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리바리에 따르면 러시아 당국은 바그너 그룹의 반란 대응에 있어 '결단력 부족'을 보인 인사들을 색출해내는 중이다. 러시아 국방부 출신의 군사 블로거 미하일 즈빈추크 역시 러시아군 내부에서 대규모 숙청이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프리고진의 처음 계획이 모스크바 진격이 아닌 러시아군 수뇌부의 납치였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방부 장관 쇼이구와 총참모장 게라시모프의 거취에 더욱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푸틴 직속 준군사조직 러시아 국가근위대의 지휘관 빅토르 졸로토프는 지난 27일 언론 인터뷰를 통해 "프리고진 진영에서 6월 22일~25일 사이 시작될 반란 준비와 관련된 구체적 (정보) 유출이 있었다"고 밝혔다.

사진 = 러시아 국방부장관 세르게이 쇼이구(좌)와 러시아 총사령관 발레리 게라시모프(우)의 모습. 프리고진은 이번 무장 반란에서 러시아군 수뇌부, 특히 쇼이구와 게라시모프의 축출을 요구했다 / AP통신 / 연합뉴스 / 러시아, 우크라전 前 총사령관 체포… "숙청 시작됐다"
사진 = 러시아 국방부장관 세르게이 쇼이구(좌)와 러시아 총사령관 발레리 게라시모프(우)의 모습. 프리고진은 이번 무장 반란에서 러시아군 수뇌부, 특히 쇼이구와 게라시모프의 축출을 요구했다 / AP통신 / 연합뉴스 / 러시아, 우크라전 前 총사령관 체포… "숙청 시작됐다"

서방 군사 전문가들은 납치 계획이 정보 유출로 인해 틀어지고, 러시아 연방보안국(FSB)가 반란 혐의 조사에 착수하자 궁지에 몰린 프리고진이 우크라이나에 있던 바그너그룹 용병들을 데리고 모스크바로 진격하는 차선책을 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후 진격 과정에서도 프리고진은 쇼이구와 게라시모프 등 러시아군 수뇌부의 처벌을 요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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