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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진 국악인들의 실험적인 무대가 서촌공간 서로에서 열린다.

창의적이고 실력 있는 아티스트들의 인큐베이터 역할을 하고 있는 공연예술 공간 '서촌공간 서로'가 다음 달 1일부터 내년 1월 16일까지 '2015 신진국악실험무대 별난 소리판'을 개최하는 것이다. 이번 공연은 판소리, 민요, 정가 등 전통성악 분야에서 창작 능력을 갖춘 신진 아티스트를 발굴하고 창작 역량 강화를 통한 창작 작품 레퍼토리를 확장시키기 위한 프로젝트다.

공연 관계자는 "판소리·민요·정가는 우리의 대표적인 전통성악 장르로 지금껏 뛰어난 명창과 가객은 많았지만 자신의 노래를 직접 만들고 부르는 소리꾼들은 쉽게 만날 수 없었다"라고 전하며, "젊은 전통성악가들로 꾸며질 '2015 신진국악실험무대 별난 소리판'은 지금껏 없었던 우리 소리를 만들어 내는 자리로서 의미가 깊다"라고 덧붙였다.

별난 소리판 참가팀의 창작 능력 및 역량 강화를 위해 극장, 예술 감독, 어드바이저 등 3단계로 이루어진 인큐베이팅 시스템이 제공된다. 서촌공간 서로는 공연장, 카페 등 다양한 형태의 공간 제공을 통해 공간적 제약이 없는 자유로운 창작활동 구현에 기여하며, 예술 감독은 창작의 방향을 제시하고 공연제작 과정 등 전체적인 가이드 역할로서 참가팀들을 돕는다. 또한 선배 예술가들로 구성된 어드바이저는 창작 과정에 대한 조언과 노하우 공유를 통해 상호역량 강화를 도모한다.

다음 달 1, 2일 첫 공연은 프로젝트 '년놈들'의 '풍자쏭&해학쏭-재담+소리'다. 프로젝트 '년놈들'은 각자 다른 개성의 젊은 소리꾼들이 만나 경기소리와 서도소리를 가지고 기발한 무대를 만들어보고자 결성된 팀이다. '년놈들'은 "'년'에 열고 '놈'에 놀다"라는 뜻을 품고 있으며, 성별이 다른 젊은 소리꾼 3명이 경기소리, 서도소리를 통해 오늘날의 세태를 풍자하는 기발하고도 새로운 무대를 만든다.

8, 9일에는 성슬기와 김희영이 선보이는 방울목 프로젝트 '김옥심 되다'를 만날 수 있다. 경기소리에는 목소리를 둥글게 굴려서 내는 소리로, 마치 목에 방울이 들어있든 것 같다고 해 '방울목'이라 불리는 것이 있다. 공연 관계자는 "경기소리계의 여류명창 중 전설로 회자되는 '김옥심'은 은쟁반에 옥구슬이 굴러가는 듯 맑은 목소리로 '방울목'의 대표적인 명창"이라고 전했다. 이 프로젝트는 하늘이 내린 소리라는 '방울목'의 극치를 보여주고자 '김옥심'을 주제로 삼았다. 중요무형문화재제57호 경기민요 이수자로 '방울목'을 타고났다고 평가받는 젊은 경기소리꾼 성슬기와 고운 목성을 기본으로 경기소리와 정가 등 장르의 구분 없이 자유자재로 음악을 넘나드는 김희영이 만나 각기 다른 색으로 '김옥심 오마쥬(hommage)'를 재현한다. 김옥심 명창의 '서울소리 음반'과 '하늘이 내린 소리'의 대표적인 노래를 청아한 단소와 장구가락, 사운드 아트 등 다양한 음악적 시도와 함께 선보인다.

15, 16일에는 정세연의 판소리 '모색'이 펼쳐진다. 정세연은 시대를 초월하는, 상반되면서 보편적으로 이어지는 인간의 감성에 주목한다. '나와 남'은 어떻게 대화하는가, 또 서로 다른 음악은 어떻게 대화할 수 있는가에 대해 서양 음악의 어법과 국악의 어법은 분명히 다르다. 다름과 차이를 굳이 경계하지 않고 서로 다른 언어가 뒤섞여 만드는 새로운 소리를 젊은 소리꾼만의 패기로 풀어보는 것이다. 18세기와 21세기의 언어 소통을 위한 '모색'을 통해 다양한 음악적 언어가 서로의 마음에 이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만든 음악을 선보인다.

22, 23일의 공연은 이나래의 '내릴 수도, 들어갈 수도…'이다. 원형을 해체하고 그것을 구성하는 요소들을 비틀고 그에 질문을 던지기를 좋아하며, 판소리 혹은 국악을 그이외의 장르와 구분 짓지 않고, 여러 장르의 예술과 만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소리꾼 이나래의 무대다. 그녀는 그간의 경험들을 바탕으로 내면에 축적돼 있는 질문을 풀어낼 수 있는 공연을 선보인다. 유랑민이자 변두리인인 우리들의 자화상을 변강쇠가로 풀어낼 이번 공연은 작은 상자 같은 공연장 안에서 풍부한 상상력과 다양한 실험을 기반으로 이나래만의 노래로 재탄생시킨다. 더불어 장르와 연주법의 경계를 넘나들며 연구하는 타악 연주자 김인수와의 시너지도 기대해 볼만 하다.

내년 1월 5, 6일에는 안정아의 정가 콘서트 '소녀'가 공연된다. 다양한 보컬을 넘나드는 안정아는 2000년을 기점으로 왕성한 활동을 시작했다. 동요로 음악생활을 시작한 그녀는 때때로 '동요계의 큰 언니'로 통할만큼 어린 시절부터 많은 노래를 해왔고, 오늘날 가곡/가사/시조를 노래하는 가객으로 성장했다. 안정아는 이번 정가 콘서트에서 여자라면 누구나 겪을 '소녀' 시절에 대해 노래한다. 가곡, 가사, 시조를 마치 하나의 모음곡처럼 선보이며 이 세상 모든 소녀의 연약하지만 강한 마음을 노래한다.

15, 16일의 공연은 정가를 노래하는 지민아의 '못 안의 돌'이다. 지민아는 별난 소리판을 통해 첫 솔로 프로젝트를 선보인다. 지민아가 스스로를 찾아가는 노래로 구성된 이 공연은 다만 지민아 개인의 이야기로 끝나지 않는다. 이밖에도 창작과정에 대한 조언, 노하우를 공유할 수 있는 전통성악 장르의 선배 예술가인 어드바이저와 함께 하는 토크 콘서트를 부대행사로 함께 즐길 수 있다. 민요의 이희문, 판소리의 안이호, 정가의 박민희 등 3명의 젊은 소리꾼이 그 주인공이다. 지금까지 그들이 창작 작업을 시도하면서 겪었던 어려움과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들, 그로 인해 태어나는 새로운 작품들 등 관객과 허심탄회하게 대화하며 그 모습을 엿볼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마지막 공연인 2016년 1월 15, 16일 공연에서는 전체 출연진이 한자리에 모여 갈라 콘서트를 선보인다. 그간 공연했던 각 팀의 작품들 중 하이라이트만을 모아 별난 소리판의 폐막을 기념하며 펼쳐질 콘서트다. 자세한 문의는 서촌공간 서로(02-730-2502)로 하면 된다.

문화뉴스 장기영 기자 key000@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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