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비포 애프터' 중 여학생의 대사

   
 


[문화뉴스] "가만히 있는데, 왜 가만히 있으라 그래!"

한 여학생이 가라앉는 배 안에서 울부짖는다. 이 장면을 보며 관객들은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 지난 10월 두산아트센터 Space111에서 공연된 연극 '비포 애프터(Before After)'는 '나와 세월호'라는 주제의식을 가지고 꾸며진 연극이다. 연극은 다양한 방식으로 세월호 사건과 나의 연결고리를 찾는다. 여기서 배우들은 다양한 이야기를 진행시킨다. 하지만 뇌리에 깊이 남을 만한 장면을 꼽자면, 바로 이 장면이다.

짐작만 하던 세월호 안 아이들의 절규가 실제로 들려오는 장면이다. 나는 안절부절못했다. 그들의 죽음을 실제로 목도한 것만 같아, 눈물샘은 더 이상 억누를 수 없었고, 목 놓아 울부짖고만 싶어졌다. 아이들은 배에서 나오는 안내 방송에 따라 가만히 있음에도 불구하고, 방송은 계속 가만히 있으라고만 얘기한다. '가만히 있으라'고 말하는 것은, 원활한 구출 작업을 위해 탑승객들에게 침착한 태도로 작업에 협조해달라는 안내 멘트일 것이다. 그러나 과연 '원활한 구출' 작업이란 것이 제대로 이뤄졌을까에 대한 의문과 의심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국가'라는 역할을 맡은 배우는 이 장면을 모두 목격한다. 그럼에도 가만히 앉아있을 뿐이다. 그리고 관객인 나는 국가라는 역을 맡은 배우를 노려본다. 아이들의 절규와 침몰을 목격하기만 하는 그 '배우'를 원망한다. 가끔 연극이란 현실 속에 잠식돼 자신의 존재성과 의미를 잃어가는 개인들을 일깨워준다. 바로 '바라보는' 행위를 통해 말이다. 바라본다는 것은 사건에 대한 제3의 시선임을 말하며, 그 동안 안에서, 혹은 바깥에서 진실을 제대로 직시할 수 없었던 우리가 놓치고 있던 진실을 재현해준다. '비포 애프터'는 구체적인 재현을 통해 진실에 다가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준다.

  * 연극 정보
   - 연극 제목 : 비포 애프터 (Before After)
   - 공연날짜 : 2015. 10. 23. ~ 11. 7.
   - 공연장소 : 두산아트센터 Space111
   - 작, 연출 : 이경성
   - 출연배우 : 장성익, 나경민, 장수진, 성수연 등

[글] 문화뉴스 장기영 기자 key000@mhns.co.kr
[사진] 두산아트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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