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송문화전 5부 : 화훼영모-자연을 품다’ [DDP(동대문디자인플라자)]를 다녀와서

 

 
[글] 문화뉴스 아띠에터 아빈(婀贇) kim.abin.beautiful@mhns.co.kr 시인 겸 철학자.

[문화뉴스] "자연은 따스하다. 아름답다. 같이 있으면 행복하다"

우리 선조들도 이러함을 자연스레 느꼈음에 틀림없다. 현재 DDP(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리고 있는 '간송문화전 5부 : 화훼영모-자연을 품다' 전시회에서 듬뿍 느낄 수 있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풍속화의 대가 '김홍도'의 작품들이다.

하나같이 동물, 식물의 생명력을 잘 포착해서 실제로 가까이 보는 것 마냥 감흥을 젖게 한다. '황묘농접(黃猫弄蝶)'와 '모구양자(母狗養子)'에서 각각 고양이와 강아지들을 매우 사랑스러워 안고 싶을 만큼 동물들의 자태를 잘 표현 했다.

   
 

털을 하나하나 필치로 섬세하게 표현한 것도 기술적으로 훌륭하지만, '모구양자(母狗養子)'서는 어미개가 자신의 자식들을 사랑스럽게 보고 두 어린 강아지가 천진난만하게 놀고 있는 평안한 모습이 익살스러움과 정겨움을 자아낸다.

또 '황묘농접(黃猫弄蝶)'에서는 고양이가 영롱한 나비를 좇는 모습이 호접몽을 연상시키면서도 "일흔 살 여든 살이 되도록 젊음을 변치 말고 장수하시고, 모든 일이 뜻하시는 대로 이루어지기 바랍니다"는 의미처럼 훈훈하고 아늑한 느낌이 오롯이 잘 나타나 있다. 영모화훼라는 것이 어쨌든 동식물을 표현한다는 점에서 그 '생명력'을 느끼게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김홍도가 가장 충실한 영모화훼 화가임을 나타내는 것과 같다.

   
 

인상 깊었던 화가는 진경산수화의 대가 '정선'이다.

그의 영모화는 한 순간을 포착해서 유머러스하면서도 긴장감을 자아내는데 이 점이 그림에 대한 집중을 배가 시킨다. '추일한묘(秋日閑猫)'에서 고양이가 방아깨비를 노려보는 모습과 이를 막 눈치챈 방아깨비의 모습이 앞으로의 전개에 대한 흥미를 불러 일으킨다. '과전전계(瓜田田鷄)'에서도 싱싱한 오이밭에서 막 나온 참개구리가 나비를 바라보는 모습이 무언가 의미가 있는 것 같고 나비와의 연관관계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한다. 그림을 통해 다음의 연속성을 연계하게 하는 순간 포착력은 매우 생명과 같아서 예술의 경지에 잘 이른 작품이라 생각한다.

   
 

그림이 묘사에 그치지 않고, 화가의 정신 세계를 자연스레 잘 나타나야 한다는 철학을 가지고 있는데, 이에 합당한 작품으로는 '조속'의 '고매서작(古梅瑞鵲)'을 들 수 있다.

추운 겨울을 견대고 막 봄이 피어나는 매화 꽃에 앉아, 움츠리지 않고 결계를 지키며 버티어 왔다는 고고함이 까치에 묻어있다. 또렷하고 통찰한 눈매로 세상을 응시하는 까치에게서 우리는 고고한 선비의 기상과 아름다움과 그리고 그 밑에 깔려 있던 고독함과 아름다움을 스치듯이 엿볼 수 있다. 단순한 매화 나무 위의 까치가 아닌, 평소에 풍채가 맑고 깨끗하였을 뿐 아니라 지조가 높고, 또한 청빈하여 칭송받았다는 작가 자신을 대변하여 나타낸 분신과 같이 여겨진다.

이는 '심사정'의 '탁목삼매(琢木三昧)'에서도 느낄 수 있다. 붉은 몸에 푸른 깃털을 가진 딱따구리가 단순하지만 탐스럽고 아름답게 피운 꽃이 있는 고목 한 곳을 집중해서 쪼는 모습은, 역적의 자손으로 태어나 양반가문이지만 화가로서의 삶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던 그의 인생을 나타내는 것 같다. 그의 삶의 태도가 고스란히 이 화책에 나와 있는 것이다. 또한 '황집중'의 '포도'에서 보면 포도 줄기들이 곧고 날렵하면서도 유연한 모습을 보면서, 강직함과 유연성을 겸비한 바람직한 선비의 모습을 연상시킨다. 묵포도화를 문인화의 경지로 끌어올린 황집중의 저력을 확인할 수 있다.

또 하나의 눈에 띄는 화가는 '장승업'이다. 그가 남긴 '화훼영모 10폭병'에 보면 아름다운 채색의 배합이 잘 나타나 있는데, 눈에 호강과 현란함으로 즐거움을 준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정신적인 부분이 잘 나타나지 않아서, 기존의 화훼영모가 현대의 이모티콘 같은 단순한 동식물의 연장으로 화려한 기호에 지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는 후대에 장승업의 제자인 '안중식'의 '춘강도압(春江挑鴨)'에서 더 장식화 되고 일면화 된 오리 두 마리만이 남게 된다.

   
 

그림이란 무엇일까. 화훼영모에서 자연을 실제로 그렸다는 점에서, 그리고 이를 그리는 데 있어서 작가의 사상과 삶이 녹아 있다는 점에서 우리는 화(畵)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는 기회를 가지게 된다. 생명력 있는 물체를 실감나게 표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에 투영된 작가를 보는 데서 우리는 더 큰 감동어린 응시를 하게 된다. 지금 내가 보는 꽃이, 강아지가 그 시대 작가에게는 어떤 눈으로 보였는지를 생각하면서, 그 시대와 삶과 인생에 대해 논하고 우리 현재의 생명에 대해 다시금 귀중함을 깨우치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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