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극단의 윌리엄 셰익스피어 원작 이태주 번역 오세혁 각색 김광보 연출의 헨리 4세

 

[글] 문화뉴스 박정기 (한국희곡창작워크숍 대표)
pjg5134@mhns.co.kr 한국을 대표하는 관록의 공연평론가이자 극작가·연출가.

[문화뉴스] 번역을 한 이태주(1934~) 교수는 서울대학교 문리대 영문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영문학과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美 하와이대 및 조지타운대 대학원에서 수학하였다.단국대학교 영문과 교수 및 학과장과 연극영화과 교수 및 학과장을 지냈으며, 단국대학교 대중문화예술대학원장 및 한국연극학회 회장, 국립극장 운영위원, 국제 연극평론가협회(IATC) 집행위원 겸 아시아-태평양 지역센터 위원장, 한국 예술의 전당 이사, 서울시극단 단장 등을 지내며, 각종 연극제의 심사위원으로 활동해왔다. 현재 동아방송예술대학 초빙교수로 재직 중이며, 우리 연극에 대한 깊은 열정으로 활발히 활동 중이다.

서울문화예술 평론상, 국무총리 표창, 국민훈장, 제3회 PAF 공로상 등을 수상했다. 저서로 『이웃사람 셰익스피어』(범우사, 2007), 『충격과 방황의 한국연극』(현대미학사, 1999), 『연극은 무엇을 할 수 있는가』(단국대 출판부, 1983) 외, 역서로는 『키친』(아놀드 웨스커, 범우사, 2008), 『한여름 밤의 꿈』(셰익스피어, 범우사, 2008), 『햄릿』(셰익스피어, 범우사, 2009) 외 다수가 있다.

각색을 한 오세혁은 정의로운 천하극단 걸판에서 작가, 연출, 배우로 활동 중이다. 2011 <아빠들의 소꿉놀이>로 서울신문 신춘문예 희곡부문에 당선되고, 같은 해 <크리스마스에 30만원을 만날 확률>로 부산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등단했다. 2011 밀양연극제 젊은 연출가전에서 <그와 그녀의 옷장>으로 대상 및 연출상을 수상하고, 2012 남산 상주극작가 2기에 선정되었다. 2013 국립극단 청소년극 창작벨트 2기에 선정되고, 2014 희곡<게릴라 씨어터>로 서울연극제 희곡아 솟아라에 당선되고, 2016 서울연극인대상 극작상을 수상한 발전적인 장래가 예측되는 작가다. 작품으로는 <우주인> <국가 보안법> <B성년> <레드 채플린> <30만원의 기적> <페스트> <분노의 포도> <게릴라 씨어터> <템페스트> <보도지침> <헨리 4세> 등을 각색 또는 집필, 그리고 연출했다.

연출을 한 김광보는 신임 서울시극단장이자 예술감독으로, 2016 이해랑 연극상, 2014 제 51회 동아연극상 - 작품상, 연출상 '줄리어스 시저', 2014 PAF 예술상 - 연극연출상 '사회의 기둥들', 2012 월간 한국연극 '올해의 연극 베스트7' '그게 아닌데', 2012 히서 연극상 - 올해의 연극인상, 2012 연극평론가협회 - 올해의 연극 베스트3 '그게 아닌데', 2012 대한민국연극대상 - 대상, 연출상 '그게 아닌데', 2012 제 49회 동아연극상 - 작품상, 연출상 '그게 아닌데', 2011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표창, 2011 월간 한국연극 '올해의 연극 베스트7' '주인이 오셨다', 2009 일본 삿포로 씨어터 페스티벌 연출상 '게와 무언가', 2008 일본 타이니 알리스 페스티벌 특별상 '발자국 안에서', 2007 삿포로씨어터페스티벌 심사위원 특별상 수상 '발자국 안에서', 2007 서울연극제 대상, 연출상 '발자국 안에서', 2007 일본 삿포로 씨어터 페스티벌 비경연부문 심사위원 특별상 '발자국 안에서', 2004 한국문화예술진흥원 '올해의 예술상' - 연극부문 우수상 '웃어라 무덤아', 2004 포항 바다국제연극제 작품상, 연출상 '웃어라 무덤아', 2001 연극평론가협회 '올해의 연극 베스트3' '인류 최초의 키스', 2000 한국연극협회 '올해의 연극 베스트5' '오이디푸스, 그것은 인간', 1999 한국일보사 백상예술대상 신인 연출상 '뙤약볕', 1998 한국연극협회 '올해의 연극 베스트5' 신인 연출상 '뙤약볕', 1996 오늘의 젊은예술가상(문화체육부), 1996 한국연극협회 선정 96년을 이끌어갈 젊은 연극인 연출분야 1위 등을 수상한 우수 연출가다. 

김광보가 부산시립극단의 새로운 수석연출로 부임하여 첫 선을 보인 것이 제37회 정기공연인 셰익스피어의 사극〈헨리 4세〉(2010. 3. 10-13, 부산문화회관 중극장)였다.

   
 

<헨리 4세 제 1부>는 이제 막 왕이 된 헨리 4세의 연설로 시작된다. 헨리 4세가 리처드 2세를 죽임으로써 새로운 왕이 된다. 반란을 일으켜서 왕이 된 것이다. 이에 정통성에 대한 위기를 느낀 헨리 4세는 전쟁터가 되었던 조국을 다시 평화롭게 만들어야 된다며 귀족들에 연설을 한다. 그러나 헨리 4세의 앞길은 마냥 순탄치만은 못하다. 그의 아들이자 다음 왕이 될 헨리 왕자 할은 늘 상 술집에서 망나니 같은 폴스타프와 어울려 지낸다.

헨리 4세의 왕위찬탈을 도운 노섬버랜드(Northumberland) 백작과 그의 동생 우스터(Worcester) 백작, 그리고 노섬버랜드의 아들 헨리 퍼시(속칭 '핫스퍼 Hotspur')는 헨리 4세에 불만을 품고 스코트랜드의 글랜다워(Glendower)와 반란을 도모하기 시작한다. 헨리 4세는 핫스퍼와 자신의 아들 할을 비교하면서 핫스퍼가 자신의 아들이기를 바란다는 말까지 하며 헨리 왕자를 비난한다. 한편 후에 헨리 5세가 될 할은 술집에서 폴스타프와 어울리며 왕자답지 못한 행동을 벌인다. 할은 그저 생각 없이 폴스타프를 골리며 술을 마시고 서민과 어울리는 둥, 헨리 4세의 걱정을 배가시킨다. 그러나 우스터 백작과 핫스퍼의 반란이 일어나자 할은 비로소 왕자다운 모습을 보이며 핫스퍼를 죽이고, 반란을 진압하는 것으로 <헨리 4세 제 1부>는 막을 내린다.

극의 제목은 <헨리 4세>지만, 극의 주인공은 사실상 미래의 헨리 5세가 될 할과 폴스타프 그리고 할에게 정면으로 대립하는 핫스퍼라고 할 수 있다. 실제 핫스퍼는 헨리 왕자보다 나이가 많았지만 셰익스피어는 일부러 이 둘을 대립시키기 위하여 나이를 같게 만들고, 헨리 4세의 대사를 통하여 이 둘을 비교하며 공교롭게도 이 둘의 이름은 둘 다 '헨리'로 일치한다.

핫스퍼는 극이 시작될 당시 그는 이미 헨리 4세를 도운 공신 중 하나이며 스코틀랜드의 적을 쳐부순 국민의 영웅이었다. 그러나 그는 반란을 통하여 극의 마지막에는 할에게 살해당함으로써 완전히 몰락하는 비극적 인물로 그려진다.

셰익스피어는 이미 극중 장면을 통하여 핫스퍼의 내면의 문제를 그려낸다. 극중 장면에서 핫스퍼가 여러 영주들에게 반란을 도모하자는 편지를 보낸다. 그러나 영주들의 답장은 그 계획을 믿을 수 없다는 내용이다 . 이에 핫스퍼는 그들을 저주하며 자신의 힘을 과시하며 끝내 준비되지도 않는 반란을 실행하고 패망한다. 셰익스피어는 핫스퍼 자신의 내면의 '자만'이라는 힘에 의하여 몰락하게 되는 것으로 그려냈다.

헨리 왕자인 할은 극이 시작할 당시 그는 폴스타프란 인물과 어울리면서 그를 골탕 먹이는 짓만 벌이는 등 사실상 극의 주된 이야기엔 관여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는 극이 진행될 수 록 점차 폴스타프와 술집을 멀리하면서 결국 반란이 일어나자 진정한 왕자로써의 면모를 드러낸다. 그리고 후에 <헨리 4세 제 2부>에선 그가 왕이 되며, <헨리 5세>에서 그는 아쟁쿠르 전투에서 빛나는 승리를 쟁취한다.

<헨리 4세 제 1부>에선 할과 핫스퍼 못 지 않은 인물이 하나 등장한다. 바로 폴스타프다. 그는 셰익스피어가 지은 희곡들 중에서 가장 유쾌한 인물로써 폴스타프를 마음에 들어 했던 엘리자베스 1세는 셰익스피어로 하여금 폴스타프가 등장하는 또 다른 희곡을 지으란 명령을 내렸고, 이에 셰익스피어는 <헨리 4세 제 1부> 이후로 <윈저의 즐거운 아낙네들>이란 작품에 또 등장하게 된다. 폴스타프는 상당히 특이한 인물이다. 할의 외관 묘사에 따르면 술통과 같이 거대한 배를 지녔으며, 실제로 그는 몸집이 크고 비만한 기사다. 늘 호언장담을 하며 허풍을 치지만, 극중 순례자를 약탈하자는 제안을 할에게 하는 등 야비한 면모를 보이기도 하며, 핫스퍼의 반란에선 상대와 칼싸움을 하기도 전에 죽는 시늉을 하는 등 겁쟁이 적인 면모를 보이기도 하고, 할이 죽인 핫스퍼의 시신을 칼로 찔러 확인한 것을 자신이 직접 죽였다고 허풍을 떠는 등 유쾌한 면모를 보이기도 한다. 실제 그와 할의 언행은 <헨리 4세 제 1부>에서 모든 희극적인 요소를 담당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는 술집에 거주하는 인물이며, 할의 절친한 친구이다. 그는 헨리를 할이란 애칭으로 부르며 가까이 한다. 할 또한 비록 언행은 짓궂지만 폴스타프를 가까이하며 폴스타프가 죽은 체를 하였을 때도 그를 애도하는 등 진정으로 그를 아끼는 모습을 보인다. 그러나 할과 폴스타프의 관계는 할이 점차 헨리 5세로 성장함에 따라 멀어진다. 폴스타프가 비록 부도덕을 상징하는 인물이기에 후에 <헨리 4세 2부>에선 이 둘의 관계가 완전히 파탄 나는 것으로 그려진다.

무대는 망사막에 다양한 문양과 문자의 영상을 투사해 마치 미디어 아트 전시장 같은 효과를 발휘한다. 여러 개의 가리개 같은 차단막을 좌우와 상하로 이동시키고, 배경 가까이에 다섯 자 높이의 단과 그 단으로 오르는 계단을 만들고, 단 위에는 어좌를 놓았다.

연극은 도입에 광대들이 로봇 같은 동작으로 등장해 타악기를 두드리며 관객에게 인사를 하고 극의 해설도 한다. 광대는 중간 휴식 이후에 그리고 연극이 말미에 등장해 고별인사를 하는 장면에서 아동극이나 친 대중적인 분위기를 느끼게 된다.

술집장면에 등장하는 서민들, 궁중에서 귀족들의 모습, 전쟁장면에서의 군사대결을 통해 출연자들의 성격창출과 동선활용, 그리고 대사전달이 뚜렷하고, 여성출연자들의 열연과 호연, 그리고 성격창출은 관객의 시선을 집중시키고 갈채를 이끌어 낸다.

   
 

이창직, 강신구, 김신기, 최나라, 이지연, 박정복, 황성대, 박기덕, 구도균, 이원희, 김두봉, 김수아, 나석민, 조아라, 송철호, 전운종, 이정주, 박세기, 정보연, 허 진, 이세영, 박진호, 호효훈, 장석환, 정유진, 한정훈, 유원준, 박 현 등 출연자 전원의 제대로 된 성격창출과 호연은 서울시극단의 발전적 장래를 예측케 한다.

미술감독 박동우, 무대 및 영상 정재진, 조명 이동진, 의상 김지연, 분장 이동민, 소품 정윤정, 안무 금배섭, 음악 정한솔, 무술 이국호 등 스텝 진의 열정과 기량이 드러나, 서울시극단의 윌리엄 셰익스피어 원작, 이태주 번역, 오세혁 각색, 김광보 연출의 <헨리 4세(Part1&Part2 왕자와 폴스타프)>를 아동극 같으면서도 친 대중적이고 예술성이 갖춰진 독특한 연극으로 만들어 냈다.

 

저작권자 © 문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