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DP 간송문화전 6부 : 풍속인물화

   
 
 
[글] 문화뉴스 아띠에터 아빈(婀贇) kim.abin.beautiful@mhns.co.kr 시인 겸 철학자.

[문화뉴스] 옛 선조들의 생활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풍속전이 DDP 간송문화전에서 열렬히 열리고 있다. 하나같이 다 생동감 있고 의미 있었지만, 몇 가지 인상 깊었던 화가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눈길을 끄는 작품은 김득신(金得臣)의 '야묘도추(野猫盜雛)다. 들고양이가 병아리를 훔쳐 달아나는 모습은 유연하고 능숙한 자연의 모습이다. 이를 쫓는 몰락 양반과 아내의 동작은 막 한순간을 포착한 것 같다. 그래서 영원한 것 같지 않지만, 그 상황 특유의 모습을 포착해서 영원히 우리의 뇌리에 남는다. 발을 짜던 기구들이 마당에서 뒹굴고, 사내는 거의 엎어지다 지기 시피해서 긴 담뱃대로 잡으려고 하지만, 들고양이를 쫓기에는 어림도 없다.

일하다가 나온 여인도 이 상황을 모면하려 하지만 어쩔 줄을 모르는 모습이다. 심지어 아래 자신의 자식을 잃은 닭의 짖는 모습과 혼비백산으로 달음 박치는 새끼 병아리들의 모습도 놓칠 수 없다. 마치 우리는 웃음을 머금고 함께 조선 시대 후기의 한 가정과 자연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아진다. 이를 '해학적'이라는 단어로 표현한다면 맞을까?

   
 

김득신의 '추수타작(秋收打作)' 또한 이러한 그의 포착능력과 영혼을 불어넣는 작품의 매력을 잘 보여준다. 압도적인 나무 그림 아래, 그만큼 다양한 사람들이 추수를 열심히 타작하는 모습으로 에너지가 가득 찼다.

왼쪽 아래편에서 농부들이 일하는 모습을 관망하는 노인과 오른편의 닭들이 떨어진 낱알들을 주워 먹는 모습이 조응한다. 그 가운데에 각기 다른 머리 모양과 옷차림의 농부들이 생동감 있는 모습으로 가을의 열매들을 흐뭇하게 모으고 있다. 얼마나 따뜻한 광경인가! 마치 우리는 지금 조선 후기 시대의 가을 농촌 풍겸에 같이 마주한 것 같다. 

   
 

간송문화전의 백미는 '신윤복'의 작품일 것이다. 그의 작품 '상춘야흥'에는 그의 고급스러운 취향과 정감이 묻어나 있다. 옷 주름과 끈 매무새에도 봄이 묻어나 있고, 그 소리는 풍류로 가야금, 아쟁, 대금으로 울려 퍼지고, 부채, 담뱃대, 술상으로 그 흥취를 더하고, 꽃과 여인과, 귀인의 풍모는 이 그림의 정점을 잡아주고 있다. 어느 것 하나 허투루 배치하지 않았고, 우리는 그만 이른 봄의 아취에 빠져드는 것이다. 필자는 마치 홀린 듯 이 작품을 30분이나 넋을 놓고 보았는데, 그 필선이 너무 고와서 신윤복 특유의 화려한 원색의 표현만이 아니더라도 옛 정인과 사랑과 감정을 돌아보게 되었다.

   
 

그의 대표적인 작품은 교과서에서 많이 보았던, '단오풍정'이다. 한가운데에 붉은 치마와 노란 저고리, 그 밑에 속바지의 풍성한 주름, 막 그네를 타려는 여자의 율동감은 이 그림의 백미이다. 왼쪽 아래에 몸을 씻는 여인들과 이를 훔쳐 보는 동자들의 모습도 에로틱하고 해학적이라, 조선의 풍속화의 특징과 신윤복 특유의 정신이 한데 어우러진 것 같다. 오른쪽 위에 단옷날 푸른 나무 아래 시원한 바람을 쐬고 있는 여인의 아름다운 영혼도 어우러져 눈에 들어온다. 기쁜 명절날 여인들은 어떻게 보냈는지 우리는 함께 느낄 수 있다.

   
 

도석화에서 '김명국'은 발군의 실력을 보여준다. 그의 작품 <비급전관(秘笈展觀)>에서, 보면 감필법으로 몇 번의 붓질만으로 빠르게 작품의 핵심과 인물을 살려냈다. 활달한 옷자락과 표정의 섬세함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두 신선은 세줄로 쓰여진 족자를 보며 이야기 중인데, 눈 표현이 이 세상 사람이 아닌듯한 고귀함과 비범함을 엿볼 수 있다. 인간 세상사에 대해서 논하는지 모르겠다.

   
 

조선시대에도 우리 여인들과 백성들은 살아 있었고, 열심히 살고 즐겼다. 옛 선조들의 소박하지만 아름다운 영혼을 이번 'DDP 간송문화전 6부 : 풍속인물화'에서 느낄 수 있었다. 8월 28일 까지 한다니, 옛 선조들의 풍류와 이상을, 현실을, 과거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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