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레드> (예술의 전당, 오페라하우스 자유소극장)을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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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뉴스] 마크 로스코의 전시가 작년 여름이 잊혀지지 않은 가운데, 그의 역작을 담은 ‘레드’라는 연극이 다시 예술의 전당을 찾는다 해서 기쁜 마음으로 연극을 보러 갔다.
우선 2인극이라는 점을 명시하고 싶다. 아마도 가장 장점과 단점이 한계에 나올 것이다. 마크 로스코와 그 아래에서 어시스턴트로 일하는 학생, '켄'이 나오는데, 둘과의 관계와 거기에서 나오는 예술과 인생론은 우리의 귀를 후벼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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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생소할 지도 모르는 용어들과 난해한 이론과 통찰들, 한번 보고는 잘 이해하기 쉽지 않은 연극임을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몇 번씩 곱씹어 보며 우리의 인생을 논하는 것도 매우 귀중한 시간이 될 것이다. 극본은 그래서 매우 심도 있게 밀도 있게 진행된다. 귀를 바짝 열고 극에 집중해야만 한다. 궁극적으론 사랑이란 무엇일까로 귀결되는데, 마크 로스코는 일, 학생은 사람 관계에 대한 갈증으로 드러난다.
연기에서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이는 극의 한계에서도 나온다. 필자는 마크 로스코 역에 '강신일', 켄 역에 '카이'로 보았는데, 6월 25일 저녁 7시 극에 한한 평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싶다. 연극이란 예술이기에 그 때 마다 달라지기 때문이다. 켄 역을 맡은 배우는 기술적으로는 매우 뛰어나 보였다. 목소리가 카랑카랑 해서 발음과 끊어 읽기가 분명하고 대사가 속도감 있게 잘 들어왔다.
그러나 대사에 담긴 감정 부분에서는 잘 나오지 않았다. 연극은 주고 받기가 생명이고, 게다가 이인극이기에 그 부분이 더 명확해야 하는데, 아무래도 감정적인 부분이 상대 배우나 관객들에게 와닿지 않는 다면 극은 성립되지 않기 때문이다. 마크 로스코 역을 맡은 배우는 감정적인 부분은 잘 전달되나, 인물이 너무 단편적이지 않나 하는 아쉬운 점이 있다.
마크 로스코가 아무래도 괴팍한 성격으로 설정 되었지만, 그 이면에는 섬세함이라던지 고뇌가 서려 있어야 그 이유가 납득이 갈텐데, 그저 너무 화만 내고 곤두서 있는 모습이라 미친 사람 같았다. 대본의 한계인지, 배우의 설정이 아쉬웠던건지는 정확히 모르겠다. 하지만 정확한 건 필자가 그렸던 마크 로스코와는 좀 다른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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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마지막에 마크 로스코가 자살하는 비극으로 끝나지 않고, 그런 '척'하는 위트 있는 대사로 마무리 되어서 좋았다. '레드'는 아마 마크 로스코의 마지막 작품인 그 자살을 암시하는 것일 게다. 그 자살은 그저 죽음이 아니라, 그 과정까지 그의 고뇌에 예술의 혼의 최후의 수단이었을지 모른다. 이를 연극으로 복잡하지만 명료하게 털어 놓는 설정은 매우 설득력 있고, 주의할 만하다. 결국 우리는 '레드'에 집중하게 된다.
문화뉴스 김민경 기자 avin@mhn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