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뮤지컬 '팬레터' 공연 사진 ⓒ벨라뮤즈

[문화뉴스] 창작 뮤지컬 계에 진짜 웰메이드 작품이 탄생했다.

11월 5일까지 동국대 이해랑 예술극장에서 공연되는 뮤지컬 '팬레터'는 글로컬 뮤지컬 라이브 프로젝트에 선정된 작품으로 리딩 공연과 쇼케이스 등을 거치며 착실하게 개발된 작품이다. 그런 만큼 긴 기간을 공들여 만든 티가 난다.

   
▲ 뮤지컬 '팬레터' 공연 사진 ⓒ벨라뮤즈

음악, 서사, 연출 크게 모난 데 없으면서도 독특한 개성을 확실하게 보여주는 작품으로 완성된 뮤지컬 '팬레터'는 일제 강점기 '구인회'와 실제 문인들을 모티브로 삼은 캐릭터들을 통해 사랑과 예술을 그린 '모던 팩션' 뮤지컬을 지향한다.

'팬레터'에서 가장 눈여겨볼 것은 작품의 성격을 창작진이 제대로 파악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극장에서 누구나 볼 수 있는 작품이 아닌 중, 소극장 작품답게 매니아 층의 관객을 끌어들일 수 있는 조금은 어려운 이야기를 꺼내놓는 뮤지컬 '팬레터'는 주인공 세훈의 해진을 향한 존경과 사랑을 담고 있다. 이는 흔히 이성간의 로맨스로 흘러가는 일반적 경향과 다르게 남자간의 사랑인듯, 혹은 해진을 향한 세훈의 존경인듯한 느낌을 주면서 닫힌 시나리오 속에서 인물간의 사이에 대한 열린 해석을 가능케 한다.

   
▲ 뮤지컬 '팬레터' 공연 사진 ⓒ벨라뮤즈

또 자칫하면 이런 작품의 분위기가 공연예술에서 소모적으로 사용되는 동성애적 느낌으로 이어질 수도 있겠지만 '팬레터'는 그런 느낌보다는 '문학'을 향한 사랑으로 표현함으로써 이들의 만남을 아름답게 그린다.

   
▲ 뮤지컬 '팬레터' 공연 사진 ⓒ벨라뮤즈

'문학'이라는 소재는 뮤지컬 '팬레터' 전체를 빛나게 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앞서 말한 등장 인물간의 이야기도 그렇고, 공연예술인 '팬레터'의 무대 위에서 예술을 논하는 부분 역시 투박하거나 선동적으로 보이지 않고 세련된 느낌으로 마감했다. "세상이 미쳤으니 어찌 미치지 않을 수 있겠는가"라고 말하는 이태준의 대사처럼, 뮤지컬 '팬레터'는 매력적인 스토리 속에 적절한 시의성까지 담아냈음을 방증한다.

   
▲ 뮤지컬 '팬레터' 공연 사진 ⓒ벨라뮤즈

이렇게 매력적인 스토리를 받치는 것은 탄탄한 음악이다. '팬레터'의 음악은 적절하게 변형되며 반복되는 넘버들은 물론이거니와 소위 '킬링 넘버'를 가지려고 꽉 찬 고음으로 극장을 메우기보다는 잔잔한 가운데 격렬한 감정을 몰아치며 관객의 감정을 몰입시키는 방식을 택한다. 배우들은 이를 통해 크게 소리치거나, 화를 내지 않고도 희로애락을 보여준다.

   
▲ 뮤지컬 '팬레터' 공연 사진 ⓒ벨라뮤즈

세훈이 해진의 마지막 편지를 읽으며 부르는 극의 마지막 넘버인 '내가 죽었을 때' 역시 마지막 가사인 '보낸다'를 애절한 느낌으로 마무리 짓는다. 소리 내 크게 울지 않아도 관객석에서 훌쩍이는 소리가 들리게 하는 명장면이다.

   
▲ 뮤지컬 '팬레터' 공연 사진 ⓒ벨라뮤즈

'팬레터'는 다각도에서 여러 번 비춰봐야 할 작품이다. 누군가에겐 애절한 세훈과 해진의 사랑 이야기로 보일 수도, 누군가에겐 시의성이 듬뿍 담긴 현재를 비추는 거울일 수도, 누군가에겐 순수한 문학적 열망을 오롯이 표현하는 작품일 수도 있다.

   
▲ 뮤지컬 '팬레터' 공연 사진 ⓒ벨라뮤즈

마지막으로, 뮤지컬 '팬레터'는 한국 최초로 전막 생중계를 시도했다. 개발부터 공연까지 과감하고 신선한 시도를 거듭하고 있는 작품이 창작됐다는 점에서 앞으로 유심히 지켜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문화뉴스 서정준 기자 some@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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