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한 시대를 뛰어넘는 모든 시대의 사람."

 
영국의 극작가 벤 존슨은 일찍이 셰익스피어를 이렇게 평했다. 약 450년이라는 시간적 틈새에도 불구하고, 셰익스피어의 작품이 지금 이 시대에도 유효한 화두를 던져준다는 점에서 존슨의 평은 적절했다. 셰익스피어는 삶과 죽음, 욕망과 사랑, 두려움과 야망이라는 인간의 보편적 감정을 이야기했다.
 
셰익스피어의 '햄릿'을 극단 고래는 '고래햄릿'(이해성 각색·연출)이라는 제목으로 올리고 있다. 극단 고래가 셰익스피어와 어떤 관련성이 있을까? 심해의 수면 아래에서 부유하는 고래처럼 인간의 내면 깊숙한 곳을 연극적인 방식으로 성찰해 왔다. '빨간시', '살', '고래' 등 극단 고래의 대표작들은 모두 '욕망'이라는 화두로 연결된다. 이 시대를 이야기하면서 '욕망'은 빠질 수 없는 핵심이기 때문이었다. 셰익스피어의 수많은 작품 중에서도, '햄릿'에는 다양하게 파생되는 욕망이 담겨 있다.
 
연극 '고래햄릿'은 12일부터 16일까지 나루아트센터 대공연장에서, 20일부터 23일까지는 대학로 연우소극장에서 열린다. 특히 대학로 공연은 '권리장전(權利長戰) 2016 - 검열각하' 프로젝트의 하나로 열린다. 이 프로젝트는 21개 극단, 300여 명의 연극인이 참여해 22편의 작품을 만들었다. 지난 6월부터 시작해 이달 말까지 매주 다양한 공연을 통해 검열 이슈에 대한 '발언 창구'가 되고 있다. '검열각하' 사진을 통해 작품을 좀 더 살펴본다.
 
   
▲ '고래햄릿'은 '햄릿'의 명대사를 패러디하는데, '휴대전화를 끌 것'을 외치며 시작한다.
   
▲ 덴마크의 왕이 갑자기 죽은 후, 왕의 동생 '클로디어스'(가운데 파란색 옷, 지춘성)가 왕위에 오른다.
   
▲ 얼마 지나지 않아 '클로디어스'는 선왕의 왕비인 '거트루드'(오른쪽, 이영숙)와 재혼한다.
   
▲ '햄릿'(왼쪽, 정원조) 왕자는 갑작스러운 부왕의 죽음과 어머니에 대한 원망에 사로잡힌다.
   
▲ '햄릿'은 선왕(이명신)의 망령으로부터 '자신이 동생에 의해 독살됐다'는 말을 듣게 된다.
   
▲ 이에 충격을 받은 '햄릿'은 복수를 위해 거짓으로 미친 척을 한다. 이렇게까지 작품의 시놉시스를 듣는다면 '고래햄릿'은 일반적인 '햄릿'과 별반 다를 것이 없어 보인다.
   
▲ 이해성 작·연출은 셰익스피어의 원전을 최대한으로 살리면서도 그 안에서 극단 고래만의 색을 내기 위해 고심했다.
   
▲ 이해성 연출은 "가장 중요한 핵심은 복수가 아닌, 이 세상에 대한 제대로 된 심판"이라고 말한다.
   
▲ 그 심판은 달리 말해 '검열'의 방식도, 너와 나를 가르는 좌익과 우익의 편협성도 아닌 바로 대의를 갖고 바라본 세상이다. 그러므로 이해성의 '유령(선왕)'은 절대 복수를 부르짖지 않는다.
   
▲ "복수하지 말고 심판을 해야 한다"는 '선왕'의 말은 '햄릿'을 보다 더 근원적인 문제로 고민하게 한다.
   
▲ 그것은 '복수'를 하느냐 마느냐의 차원을 넘어서 "존재하냐, 존재하지 않느냐"는 인간의 실존에 대한 물음으로 확장된다.
   
▲ 이 고민은 이해성 작·연출과 극단 고래의 모든 작품에 녹아있는 질문으로, 이번에는 셰익스피어의 언어를 통해서 그 지점을 포착하려 한다.
   
▲ 이해성 연출은 주요 인물들과 상황에 지금 이 시대에 공감할 수 있는 동시대성을 부여한다.
   
▲ 대사 역시 셰익스피어의 문학성을 최대한 살리면서 지금의 언어로 씻어 이 시대 관객들이 공감할 수 있게 만들었다.

 

문화뉴스 양미르 기자 mir@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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