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뮤지컬 '그날들'에서 '그녀' 역으로 출연 중인 배우 신고은과 만났다.

이런 경험은 처음이었다. 인터뷰하려는 배우가 약속 시각보다 30분이나 일찍 와서 먼저 앉아 있었다. '시간 약속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어 늘 30분 먼저 다니려고 노력한다는 배우 신고은과의 만남은 그렇게 시작됐다.

故 김광석의 노래로 만든 주크박스 뮤지컬이자 삼 연째 진행 중인 대한민국 대표 창작 뮤지컬로 손꼽히는 '그날들'에서 '그녀' 역을 맡아 한국에선 처음으로 대극장 뮤지컬의 주연 배우가 된 그녀는 우리에겐 정우성 배우가 물 마시는 모습을 넋놓고 보는 장면이 유명한 MBC 섹션TV의 리포터로, 혹은 얼마 전 '복면가왕'에 출연해 '만나면 좋은 친구 엠빅'으로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한 것이 더 유명하다.

하지만 그녀에겐 뮤지컬 '그날들'의 '그녀'만큼이나 반전이 있었다. 가수로, 리포터로 뛰어다닌 모습들로 만들어진 이미지 안에는 혼자 서울로 올라와 대학로에서 극단 생활을 하며 힘겹게 젊은 시절을 보낸 의외의 내공이 존재하는 배우였다.

어떤 이야기에도 유쾌하고 재치 있게 대답하며 '인터뷰 전문가'의 포스를 단단히 뽐낸 그녀와의 즐거운 만남.

   
 

자기소개 부탁한다.

ㄴ 저는 뮤지컬배우이자 리포터이자 다방면으로 활동 중인 신고은이라고 한다.

인터뷰를 받는 입장은 아무래도 아직 생소할 것 같다.

ㄴ 처음에 가수 데뷔했을 때 굉장히 많이 했는데 리포터가 된 이후 인터뷰를 많이 못 했다. 최근 들어 다시 좀 했는데 굉장히 어색하다. 물어들 보시는데 자꾸 내가 질문해야 할 것 같고, 공백이 생기면 괜히 불안하고(웃음). 요즘엔 그래도 익숙하게 잘 해내고 있는 것 같다.

   
 

자세도 다른 배우들과 달리 몸이 앞으로 쏠려있다. 리포터 할 때 자세다(웃음).

ㄴ 맞다. 도도하게 있어야 하는데(웃음) 앞으로 어떻게든 더 내민다. 직업병이라고나 할까.

그래서 굉장히 기대됐다. 인터뷰어로 유명한 배우다 보니 인터뷰를 더 잘 진행하지 않을까(웃음).

ㄴ 물론이다. '그날들'에서 홍보 요정을 맡고 있다(웃음).

지창욱 배우 허벅지 발언한 인터뷰 영상도 봤다.

ㄴ 지금 하고 있는 우리 '섹션티비'에서 했다. 예능성이 짙다 보니 밝은 분위기를 내려고 했다. 아직 연습 초기라 유준상 배우까지 셋이 아직은 서먹할 때였는데 제 발언 듣고 유준상 배우가 '너 이렇게 나가도 되겠냐' 걱정해주시고(웃음).

유준상 배우는 굉장히 공인의 자세가 몸에 배어 있는 사람이니 걱정했을 법도 하다.

ㄴ 정말 좋은 분이다. 분위기 메이커에 '파이팅맨'이다. 저희도 한 30% 정도 더 파이팅하는 느낌. 저런 선배가 되고 싶단 생각을 하게 만든 분이다.

   
 

가수로 '쇼! 음악중심'에도 나왔었고, 리포터 일이 재밌어서 정체성에 혼란이 오고 있다는 인터뷰를 봤다. 그렇게 다양한 일을 하게 된 계기는?

ㄴ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원래 배우가 되려고 시골에서 올라왔다. (시골?) 강릉에서 왔다. 부모님이 워낙 완강히 반대하셔서 도움을 못 받는 상태였다. 그 상황에서 극단에서 한 달에 20~30만 원 받으면서 생활을 했다. 그렇게 스무 살 때부터 생활하다 보니 현실에 부딪히더라. 너무 힘든데 부모님께 손 벌릴 순 없고 먹고 살기 위해 가수들 노래 가이드 알바를 했다. 거기서 김조한 선생님을 만나서 그분과 같이 작업을 했다. 작업이라기보단 허드렛일하고 알바비 받고(웃음). 그런데 선생님이 절 좋게 보셔서 '연기하려면 가수로 데뷔해서 우선 얼굴을 좀 알리면 어떻겠냐' 하고 제의하셨다. 그래서 가수로 데뷔했다. 전 계속 배우의 꿈을 늘 갖고 있었는데 가수라는 제안을 주셨고 또 좋은 기회니까 하게 됐다. 그런데 일이란 게 저만 열심히 한다고 해서 잘 풀리는 건 아니더라. 여러 가지 일이 생기고 회사가 없어지고, 전 데뷔 앨범 내고 3개월 활동한 상태에서 허공에 뜨고. 그런데 또 다행히 제 가수 활동을 잘 봐주셨던 이전 소속사에 들어가게 되고, 거기서 또 뭐라도 해보려고 '섹션티비' 오디션에 지원하게 됐다. 그저 연기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하면서 찾았던 일들이 지금의 제 일이 된 셈이다. 노래하고, 리포터를 하리란 생각도 못 했다. 전 그저 연극쟁이가 될 줄 알았다. 그렇지만 한번 발을 들여놓은 분야에서 못하단 소릴 듣고 싶진 않아서 열심히 했고 다행히 절 좋게 봐주신 것 같다.

뮤지컬 배우가 꿈이란 부분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지금의 꿈을 갖게 된 계기가 뭔지.

ㄴ 중, 고등학교 때 방송반이었다. 반장이나 이런 감투 쓰는 거 좋아해서(웃음).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카메라를 만질 수 있어서 혼자 카메라 세워놓고 연기하고 감독하고 그랬다. 근데 춘천국제영화제에 출품했더니 중학교 부문 3등을 했다. 그래서 재미가 생겼다. 그렇지만 저는 할머니가 독실하셔서 전도사가 꿈이었다. 신학대학 준비를 하던 차에 고1 때 교통사고가 심하게 났다. 하반신 마비가 오고 6개월 정도 일어나지도 못했다. 그런 큰 사고를 당하니까 이렇게 인생이 한 번에 갈 수도 있는데 내가 해보고 싶은 거 해보자 싶더라. 하다 안되면 돌아오지 뭐하고 몰래몰래 준비를 했다. 그렇지만 그때는 인터넷이 발달한 시기가 아니라 '유튜브' 이런 거로 찾을 수도 없고, 연극이나 뮤지컬도 본 적이 없지만, TV에 나온 사람들 보며 따라 했다. '명랑소녀 성공기'의 장나라 배우 연기 보며 따라 해보고(웃음). 그러다 고3 겨울방학 때 몰래 올라왔다. 300만 원 들고.

다행히 모아둔 돈이 있었다.

ㄴ 아니다. 대학교 입학해서 등록금 300만 원 들고 서울로 올라온 거다(웃음). 그 사고가 제게 컸던 것 같다. 인생을 바꾸게 된 계기랄까. 그냥 학교랑 교회 열심히 다니면서 이러다 신학대학 가는 게 내 인생 순서구나 생각했었는데 사고가 인생을 바꿨다. 저도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그 전까지 서울 한 번도 가본 적 없었는데. 서울 딱 올라왔을 때 지금도 기억이 난다. 고속터미널에 내렸는데 처음 가면 굉장히 어렵다. 그래서 그 안에서 1시간 30분을 헤맸다. 나가는 출구를 못 찾아서. 눈도 오고, 겨우 나가서 택시를 탔는데 강릉에선 검정색 택시도 일반 택시다. 근데 서울은 모범택시더라. 밤에 조금 탔더니 이만 얼마 나와서 엄청 놀랬다. '서울 사람은 역시 도둑놈들이다' 하고(웃음).

   
 

그때 처음 지내던 극단이 어딘가.

ㄴ 지금은 나왔지만 '명장'이란 극단인데 창작극 위주로 아직도 공연하고 있다. 학교를 들어갔는데 그때 교수님이 극단 생활을 하면 어떻겠냐 하셔서 새로 극단을 만들면서 절 데리고 가셨다.

서울에 올라와서 극단 생활이면 정말 힘들었겠다.

ㄴ 그땐 진짜 '그지깽깽이'였다(웃음). 맨날 '추리닝'만 입고 다녀서 무릎 늘어나고. 영화 '타짜'에 보면 짝귀라고 나오지 않나. 맨날 거지처럼 입고 다녀서 제 별명이 '짝귀'였다. 그래서 지금 이렇게 꾸미고 다니는 거 보면 놀란다.

의외다. 예쁘단 이야기 많이 들으며 자랐을 것 같다.

ㄴ 아니다. 공부 열심히 해서 안경도 엄청 크고, 학교에서 하지 말란 건 다 안 했다. 렌즈도 안 끼고 키 더 클 거라고 해서 교복도 좀 크게 맞췄는데 키가 거의 안 자라서 3년 내내 교복도 크게 다니고.

   
▲ 신고은 배우가 연습실 공개에서 이홍기 배우와 호흡을 맞추고 있다.

그렇게 극단 생활도 하며 긴 길을 걸어왔다. 대학로에서 배우로 공연도 했었다. 대학로에서 공연할 때 얻은 자산이 있다면.

ㄴ 참 많다. 당시엔 진짜 힘들었는데 그러다 보니 지금도 여전히 뭔가 일을 할 때 힘들어도 '이 정도야 뭐'하고 무덤덤해졌다. 또 무슨 일을 하든 사람과 함께해야 하지 않나. 사람 만나고 대하는데 사람의 소중함을 알게 됐다. 그래서 친화력도 얻었다. 어디에 가도 누구와도 잘 친해진다. 그때 열심히 선배님들께 혼도 나고 친구들과 열심히 작업을 해왔던 게 큰 자산이 됐다. 시간 약속의 중요함도 그때 알았다. 2분 늦었다고 엄청 혼나고. 그래서 늦을 거 같으면 그냥 극장에서 자고 선생님 오기 1시간 전에 일어나서 준비하고. 그래서 스케줄이든 연습이든 지각은 거의 안 한 것 같다. 약속이 제일 중요한 것 같다.

그렇다면 소속사가 없는 상태인데 크게 불편하진 않겠다.

ㄴ 어릴 적부터 독립적으로 생활해서 체질적으로 지금도 잘 맞는다. 예전 소속사도 원래 가수 매니지먼트가 메인이어서 여러 스케줄이 겹치면 그냥 제가 혼자 가고, 또 잘 갔다 오니 그래 다녀와 하고 절 믿어줘서 어려움이 없었다. 만약 지금보다 바빠지면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겠지만, 지금은 우선 뮤지컬에 매진하는 게 목표다. 다른 것도 아니고 '그날들'에 열심히 하고 싶어서 멀리 내다보지 않고 11월 3일까지만 죽은 듯이 열심히 살자 생각하고 있다.

하긴 '그날들'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장난이 아니다.

ㄴ 그런 것 같다. 저도 뮤지컬을 잘 모를 때도 '그날들'은 알고 있었다. 창작 작품이라 더 관심이 가기도 했고.

창작 작품을 더 선호하는 편인지.

ㄴ 창작이 더 재밌지 않나. 지금까지 한 뮤지컬도 다 창작이고, 특히 초연 때 제가 맡는 캐릭터는 제가 만드는 제 캐릭터니까 그런 면이 너무 재밌다. 라이선스를 안 해봐서 그럴 수도 있다. 나중에 생각이 변할 수도 있지만, 창작을 선호하는 편이다. 제가 글 쓰는 것도 좋아하고 해서 소극장 작품이어도 창작 작품은 챙겨보는 편이다.

   
 

최근 챙겨본 작품은 있는지.

ㄴ '빨래' 같은 경우엔 캐스트가 바뀔 때마다 봤다. '김종욱찾기'도 이번에 다시 올라와서 봤고, '오! 당신이 잠든 사이'도 봤다. 최근엔 바빠져서 못 본 작품이 많다.

다른 인터뷰에 보니 10편 넘는 작품에 출연했다고 하는데 프로필에 안 나온 것들이 많다. 이 기회에 소개해달라.

ㄴ 소극장이고 홍보를 많이 못 했던 제 소속 극단 작품들이 많다. 유명한 작품인 '우리동네'를 새롭게 각색해서 만든 작품이 제 첫 출연 작품이었다. '등신과머저리'란 작품도 있었다. 이것도 원작을 각색한 작품인데 제 첫 주연 작품이었다. '크리스토퍼 빈의 죽음'도 원작이 있는 것을 각색했다. '환상의 여인' 등등 이런 작품들은 다 나와 있지 않다. 프로필에 등록된 작품들은 '궁'과 '아찔한 연애' 정도다. '궁'은 첫 대극장 데뷔작이다. 일본에서 공연했고 회차도 적어서 힘들었다. 그 뒤로 한동안 대극장 작품은 하면 안 되나 싶었다. 이후 뮤지컬을 하고 싶었는데 방송이랑 겸하면서 할 수 있는 작품을 하기 어려워서 친구들과 함께 '아찔한 연애'를 만들었다. 돈 한 푼 안 받아가며 정말 노력하고 고생해서 만든 작품인데 나름 잘 돼서 지금은 저 없이 계속 공연이 이어지고 있다. 그런 것도 있어서 창작에 애착이 있는 것 같다.

   
▲ ⓒ극단 즐겨樂

취미가 볼링이라고 했는데 어느 정도 실력인지.

ㄴ 평균 점수는 165점에서 170점 정도다. 원래 취미로 하다가 매우 진지하게 배우고 있다. 장희웅이란 배우분이 볼링 프로기도 하셔서 자세도 봐주고 하면서 열심히 하고 있다. 최고 점수는 225점 정도다.

그 정도면 친구들 사이에선 제일 잘 치겠다.

ㄴ 그렇다. 볼링 하러 가면 '아이템' 다 착용하고 가고(웃음).

볼링은 왜 시작했는지.

ㄴ 제가 술, 담배도 안 하고 시끄러운 곳을 좋아하는 것도 아니라 스트레스 풀 데가 없더라. 풀 방법을 찾다 친구가 볼링 장비를 선물해줘서 배우기 시작했는데 너무 재밌더라. 그때부터 친지 2년 정도 됐다. 그전엔 스트레스 풀 방법을 못 찾아서 집에서 종일 청소만 하고 그랬다. 의외로 남들과 어울리는 것을 잘 못 한다.

사람 만나는 직업을 가지면 쉴 때는 집에 있기 마련이다(웃음).

ㄴ 맞다. 리포터 하기 전에는 그래도 쉬는 날에는 누구 만나려고 약속도 잡고 했는데 리포터 시작한 후로는 누가 먼저 만나자고 하기 전엔 약속 잡고 그러질 않게 된다. 리포터가 솔직히 '기 빨리는' 직업이다. 하고 나면 막 등에 땀 나고. 알아서 이야기 먼저 해주는 사람은 쉽다. 중간에 시간이 다 되면 끊으면 되니까. 그런데 '어떠셨어요' 하는데 '좋았어요' 하면 어떻게 해야 하나 싶다. '어떤 면이 좋으셨어요?' 하고 물어보면 '이런 면이요' 하면 그냥 '아, 예' 하고 넘어가고(웃음).

   
▲ 프레스콜 중 기자간담회 사진.

배우들은 워낙 극과 극인 것 같다.

ㄴ 또 맡은 역할에 따라 차이도 난다. 저번에 굉장히 친절히 잘해주셔서 이번에도 그렇겠지 하고 가면 막 엄청 심각하고.

오디션을 보러 다닌 적은 있는지.

ㄴ 극단 시절엔 당연히 보러 다닌 적이 없다. 보러 가면 혼난다. 우리 것만 하기도 바쁜데. 그 이후엔 바로 가수로 데뷔했었다. 오디션을 제대로 본 것은 '그날들' 뿐이다. 그런데 됐다(웃음).

1차 오디션부터 봤다고 들었다.

ㄴ 맞다. 연예인이라고 따로 보거나 하지도 않았다. 제가 지원했는지도 모르셨을 거다.

   
 

'복면가왕'에서 무대 울렁증이 있다고 밝혔다.

ㄴ 가수 할 때 생겼다. 원래 그런 게 하나도 없었다. 근데 가수 할 때 워낙 급하게 준비해서 가사 까먹고 라이브도 실수하고 그랬다. 열 번 하면 아홉 번을 그랬다. 자꾸 그러다 보니 위축되고 나름대로 멘탈이 강하다고 생각했는데 '댓글' 앞에선 아니더라(웃음). 다들 날 노려보는 것 같고, '너 내려와' 하는 것 같고, 그래서 나는 무대 위에서 노래하면 안 되는 사람인가 생각했다. 또 어쩌다 보니 안 어울리는 옷도 입고 있었다. 제가 제일 싫어하는 색이 분홍색인데 엄청 '분홍분홍'한 의상과 메이크업. 노래도 원래 발라드 버전이었는데 여름에 맞춘다고 갑자기 3일 만에 댄스곡으로 바뀌었다. 보름 동안 춤 연습해서 방송에 나간 거다. 얼마나 준비가 안 됐겠나. 카메라 보는 법도 모르는데 누가 가르쳐 주는 것도 아니고. 또 방송에선 사실 AR을 깔아주는데 당시 스텝들도 합이 안 맞아서 정말 MR로만 노래를 불렀다. 조금만 실수해도 음이탈 다 들리고.

뮤지컬 '그날들'에선 괜찮은가. 매번 천 명의 관객이 보고 있다.

ㄴ 조명 때문에 잘 안 보인다(웃음). 또 공연 무대는 늘 하던 거라 떨리지 않는다. 무대에 오르는 게 그저 좋고, 떨리기보단 무대 위에서 다른 배우들과 호흡을 맞추는 게 재밌다는 기분. 소극장 때와 다를 바가 없다. 스무 살 첫 공연 때도 떨어본 적이 없다. 그래서 가수 할 때 처음 그런 떨림을 느껴봐서 더 미칠 것 같았다.

연습 발표, 프레스콜까지 모두 도맡아 참여하며 홍보요정으로 거듭난 것 같다. 홍보요정 역을 자평하자면(웃음).

ㄴ 나름 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지현 언니는 워낙 본인 인지도도 있고 자리를 탄탄히 잡은 분인데 저는 자리를 못 잡았기 때문에 제가 더 많이 알리고 발로 뛰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앞으로도 더 잘해야겠단 생각이다.

   
▲ 연습실 공개 때 신고은과 김지현 배우.

같은 역인 김지현 배우에 대한 소감을 말해보자면.

ㄴ 무척 강단 있는 여자라고 해야 할까. 큰 소리 한번 안 내는데 뭐랄까 기둥이 있는 것 같다. 딱 봐도 중심이 잡혀있는 사람이 있지 않나. 처음에는 말도 조용조용히 하셔서 몰랐는데 성격도 털털하시고 제가 많이 배우려고 하고 또 언니도 제게 모든 걸 다 서슴없이 알려주려고 하셔서 너무 좋다.

김지현 배우는 다른 작품 프레스콜 때 스텝들 사이에서 물병 잔뜩 들고 나가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ㄴ 정말 털털하고 사람 잘 챙기고, 언니는 정말 멋있다. 여자가 여자한테 '멋있다'는 것은 정말 멋있는 말인데 언니는 누가 봐도 정말 '멋있는' 사람이다.

   
▲ 신고은 배우가 연습실 공개에서 오종혁 배우와 키스를 하고 있다.

김지현 배우와 차별되는 본인만의 매력이 있다면.

ㄴ 아주 그냥 아예 다른 사람이다(웃음). 털털하다는 점을 빼면.

공연에서는 어떻게 차이가 나는지.

ㄴ 제 공연을 제가 못 보긴 했지만(웃음), 다를 것이다. 표현하고 싶은 '그녀'의 감정은 일맥상통하겠지만, 워낙 사람이 다르다 보니 표현이 다를 것이다. 언니가 한 걸음 걸을 때 제가 두 걸음 걷듯이(웃음). 언니는 길쭉길쭉한데 전 짧고 작고 바삐 움직여서 크게 동작을 하려 하기도 한다. 감정적으론 진중하고 우울한 '그녀'의 모습을 잘 표현한다면 저는 사랑에 빠진 '그녀'를 표현하려 노력하는 편이다.

김광석의 음악을 잘 알고 있었나.

ㄴ 당연히 알고 있다. 우리 세대가 노래를 들으며 자란 세대는 아니어도 김광석 선배님의 노래가 한 번쯤은 확 꽂히지 않나. 많이 들었다.

외모가 워낙 어려 보여서 모를것 같아서 준비한 질문이었다(웃음). 김광석의 음악에 빠져들지 않으면 할 수 없는 뮤지컬인데 어떻게 연구했는지.

ㄴ 음악감독님이 너무 뮤지컬스럽게 부르지 않았으면 하셨다. 전 그게 뭔지도 몰랐지만(웃음) 그냥 느낌 가는 대로 불렀다. 따로 체계적으로 레슨을 받질 못했다. 교회 성가대 해보고 가이드 녹음하면서 덜컥 가수가 되고. 그래서 이번 기회에 더 배워야겠다는 마음으로 임했는데 노래 연습 첫날 '그냥 그렇게 해'라고 들어서 오히려 당황했다. 박자에 관한 것 외에는 크게 터치하지 않으셔서 최대한 제가 느끼는 감정을 자유롭게 부르려고 한다. '혼자 나온 밤'도 처음 듣자마자 감독님이 '어 그냥 그렇게 해' 하셨다. 자잘하고 디테일한 부분을 도와주는 보컬 코치님이 따로 계시지만 톤이나 뮤지컬스럽게 부른다거나 그런 것은 따로 없었다.

털털한 성격이다. 실제 성격과 '그녀'의 격차가 어느 정도 있는지.

ㄴ 한 700%? 같은 부분… 같은 부분을 생각해 봤는데 정말 없더라. 처음 대본을 보는데 '그녀'가 이해되지 않았다. 그냥 도망가면 되지 왜(웃음). 그렇지만 알면 알수록 저와 비슷한 면이 있더라. 외롭지만 강단 있는 여자고, 자기주장도 있고 사랑 앞에서 용감하기도 하고. 비슷하다기보단 닮고 싶은 면이 있는 여자. 지적이고 여성스럽고 강단 있는 모습을 닮고 싶은 캐릭터다.

   
▲ 프레스콜 당시 손승원(좌), 유준상(중) 배우와 시연 중인 신고은 배우.

'그녀'를 연기할 때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이 뭔지 궁금하다.

ㄴ 일단 시대가 계속 변하는 작품이다. 그래서 상황에 맞는 '그녀'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급박한 모습, 사랑에 빠진 모습, '그녀'란 캐릭터의 매력이 너무 많다. 이걸 다 보여주기엔 아직도 제가 너무 부족한 것 같아서 공부하고 있지만, 최대한 사랑스럽고 매력 있게 보여드리고 싶었다. 남자들이 워낙 센 극이다 보니 제가 자칫하면 안 보일 수도 있다. 그래서 여러 가지가 중요하지만 자연스럽게 극에 묻어날 수 있게끔 하고 기존의 '그녀' 들이 워낙 잘하셨기에 신고은의 '그녀'가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장유정 연출님이 바라시는 모습에서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저만의 '그녀'를 만들고 싶었다.

   
 

'복면가왕'에서 천상의 음색이란 평을 들었고, '그날들'에서도 청아한 목소리와 음색이 주목받았다. 대부분 뮤지컬의 여자 주연은 파워풀한 음색을 자랑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부분을 보완하고 싶은지, 아니면 본인 이미지에 맞는 역을 더 선호하는지.

ㄴ 후자가 맞는 것 같다. 제가 가지고 있는 게 있고 다른 사람들이 봐도 '이 배우는 이렇게 하는걸 잘해' 하는 게 있다. 반대로 '이 배우는 왜 이렇게 하지' 싶기도 하고. 저도 워낙 뮤지컬을 좋아해서 공연을 보는 팬의 입장에서 배우가 잘하는 모습을 보여줄 때 보기 좋더라. 자기한테 맞는 옷을 입고 하는 게 관객들도 더 좋아하시지 않을까 싶다. 시간이 지나고 연습을 통해 점점 변화를 가져오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굳이 변화를 위한 변화를 하고 싶지 않다. 예를 들어 '위키드'를 하게 된다면 '글린다'를, '레베카'라면 '나'를 하고 싶다. '맘마미아!'라면 '소피'라거나. 모든 사람이 좀 더 공감하고 저도 공감할 수 있는 캐릭터를 하고 싶다. 할 수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는 데다 아직 워낙 신인이라 도전해야 할 것들이 훨씬 많다. 그것들만 해도 50살까진 충분하지 않을까(웃음). 워낙 배우란 게 나이에 맞고 자기 캐릭터에 맞는 역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주연이든 조연이든 단역이라도 좋으니 저와 맞는 '딱 맞는 옷'을 입고 싶다.

많은 이들에게 '배우 신고은'을 알린 계기가 된 작품이 됐다. '그날들' 이후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ㄴ 오디션 제안이지만 몇 개 연락받은 게 있다. 아직 확정된 건 없다.

   
 

배우로서의 꿈이 궁금하다.

ㄴ 진짜 배우가 되고 싶어서 서울에 올라왔는데, 10년이 걸려 드디어 배우 일을 하게 됐다. 그러니 이제는 배우가 계속하고 싶다. 제 이름 앞에 배우라는 수식어가 어울리게끔. 지금은 리포터야? 배우야? 가수야? 싶다면, 배우 신고은은 리포터도 잘하고 방송도 잘하고 노래도 잘하네. 라고 듣고 싶다. 연기를 할 수 있다면, 극장의 크기나 영화, 드라마, 연극, 뮤지컬 가리지 않고 연기로 찾아뵙고 싶다.

마지막으로 '신고은'의 팬에게 한마디 한다면.

ㄴ 저를 관심 있게 지켜봐 주셔서 감사하다. 사실 제가 좀 '그날들' 후기 같은 걸 찾아본다(웃음). 그래서 요새 핸드폰을 손에서 못 놔서 잠을 못 잔다. '아찔한 연애'때 같은 경우 소극장이고 다 같이 으쌰으쌰하는 분위기니까 후기도 재밌었다고 잘 써주신다. 그렇지만 대극장은 아무래도 관객분들이 냉정하시니까 좀 걱정을 했다. SNS 같은 것도 다 찾아보며 피드백을 하려고 노력한다. 저에 대해 부족한 부분을 이야기하시는 분들도 일단 언급을 해주시는 것 자체가 감사하더라(웃음). 주변에서는 다들 '생각보다 반응이 좋다'고 격려해주시더라. 앞으로도 계속 찾아볼 테니까 인터넷에 후기 써주시면 좋겠다(웃음). 한 번은 후기에 감사하다고 답글 달았는데 그분들이 공연을 다시 보러 오셔서 인사도 나누고 같이 사진도 찍고 그랬다. 뭔가 저에게 하실 말씀이 있으면 '#신고은' 해주시면 하나도 안 빼놓고 찾아보고 많이 수용하려 하니까 잘 부탁드린다(웃음).

   
 

배우 신고은이 출연 중인 뮤지컬 '그날들'은 11월 3일까지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글, 사진] 문화뉴스 서정준 기자 some@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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