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3연을 맞이하며 서울예술단의 대표적 레퍼토리 작품으로 떠오른 창작 가무극 '잃어버린 얼굴 1895'가 11일 개막과 함께 프레스콜을 통해 하이라이트를 선보였다.

23일까지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공연되는 '잃어버린 얼굴 1895'는 최근 '곤 투모로우', '도리안 그레이' 등을 연출한 이지나 연출과 서울예술단이 지난 2013년 초연을 올린 뒤 2015년에 이어 세 번째로 올라온 레퍼토리 작품이다. 조선 말기 우리에게 가장 유명한 역사적 인물 중 하나인 명성황후를 주인공으로 해 고종과 달리 사진을 한 장도 남기지 않은 그녀의 미스터리에 픽션을 더해 만들었다.

차지연에 이은 2대 명성황후로 출산 후 복귀작이 된 김선영이 출연하며, 고종 역에 박영수와 이창엽이, 휘 역에 정원영과 김태훈이, 민영익 역에 조풍래가, 대원군 역에 금승훈이, 김옥균 역에 김도빈이, 선화 역에 서울예술단 신입단원 이혜수가 출연한다.

작품의 초반인 '너의 얼굴'부터 시작해 '갑신정변', 1막의 엔딩이자 대표곡 중 하나인 '잃어버린 얼굴', '손을 잡아다오', '세상 끝에서', '바보같은 내 사랑'까지 총 여섯 장면을 선보인 이번 하이라이트 시연을 통해 '잃어버린 얼굴'이 여타의 뮤지컬과 다른 가무극임을 확인할 기회가 됐다.

화려한 가무는 물론 탄탄한 내공을 자랑한 서울예술단원과 배우들의 하이라이트 시연이 끝난 후 이지나 연출, 민찬홍 작곡, 김혜림 안무, 김소희 안무, 최종실 서울예술단 예술감독, 김선영, 정원영, 김태훈, 조풍래, 박영수, 이창엽, 김도빈, 이혜수 배우가 참여한 기자간담회가 이어졌다.

   
 

인사 한마디 부탁한다.

ㄴ 최종실 예술감독: 먼저 저희 공연을 취재하러 여기까지 와주신 여러분께 감사의 말씀 드린다. '잃어버린 얼굴 1895(이하 잃얼)'는 2013년에 성공적 초연을 마치고 작품을 다시 보고 싶어하는 분들이 많아 2015년에 올려 많은 사랑을 받아 이렇게 3연에 이르게 됐다. 명성황후를 주인공으로 한 다양한 문화예술콘텐츠가 많지만, 이 작품은 특히 드라마가 참신하고 깊이 있으며 무대 역시 현대적이고 세련돼 다른 작품과 다른 감동을 주는 것 같다. 3연인 만큼 좀 더 높은 예술적 완성도를 위해 단원과 스태프가 심혈을 기울였으니 잘 보셨으면 좋겠다.

ㄴ 이지나 연출: 요즘 공연이 남자배우 중심으로 기획되고, 여자배우가 빛이 나는 작품이 많이 없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런 와중 명성황후라는 역사적으로 가장 유명한 캐릭터를 작품으로 만들어 3연까지 올 수 있게 된 것에 대해 우리나라 관객층이 얼마나 다양해지고 있는지를 느꼈다. 공연이란 것은 계속되는 것이 결국 빛이 나는 장르기 때문에 지금까지 하게 해주신 서울예술단 모든 분께 정말 감사드린다. 할 때마다 작품에 대한 믿음으로 연습량이 같은데 공연 기간이 짧아서 불이익이 있음에도 항상 흔쾌히 해주신 배우들, 앵콜마다 힘을 다해주시는 스탭들과 제가 좋아하는 서울예술단과 함께해서 좋다. 출산 직후 컴백하신 김선영 배우가 역을 맡아주셔서, 출산을 준비하는 이전의 '차황후(차지연 배우)'에 이어 또 다른 색깔을 가진 엄청난 명성황후의 탄생을 기대한다.

ㄴ 민찬홍 작곡: 이번 공연 역시 지난 공연 때와 마찬가지로 음악적으로 많은 수정, 보완을 통해 음악적 방향성을 새롭게 선보였다. 매번 공연마다 계속 서울예술단에서 전폭적 지지를 해주셔서 3연 역시 많은 디테일을 보완하고 특히 음악, 편곡적 부분 말고 음향적 부분도 많이 보완했다. 좀 더 업그레이드된 사운드를 즐기실 수 있을 것 같다.

ㄴ 김혜림 안무: 3연째 만나며 김선영 왕후가 새로운 왕후를 창조했다. 연습하며 스텝들 동료들 많이 울렸다. 텅 빈 내면의, 또 다른 왕후를 보여줄 것 같고 사운드도 훨씬 드라마틱하고 작곡가님이 써주신 음악을 잘 구현할 수 있도록 배우들과 힘을 모아봤다.

ㄴ 김소희 안무: '잃얼'은 다른 뮤지컬과 달리 가무극이란 컨셉에 맞게 춤이 많다. 이전에도 좋았지만 이번에는 더 좋아진 춤 퀄리티를 기대하셔도 좋을 것 같다.

ㄴ 김선영: 아까도 연출님께 그런 이야기를 했다. 제가 배우생활 하며 힘들다는 여자역은 다 해본 것 같다. 그런데 이번 명성황후는 감히 제가 해본 것 중 가장 힘든 역인 것 같다. 출산하고 와서 굉장히 난감하지만, 열심히 해서 여러분께 정말 기억에 남는, 시간을 거슬러 올라 만난 진짜 명성황후를 만나실 수 있게 하려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 서울예술단에 오랜만에 와서 선배, 후배들과 같이하니 마음 든든하고 너무 즐겁고 행복하게 연습하고 있다. 오늘 첫 공인데 많이 기대해주시고 응원 부탁드린다.

   
 

서울예술단 30주년이고 세 번째 공연이다. 국가브랜드 공연으로 해외까지 보는지 포부가 궁금하다.

ㄴ 최종실 예술감독: 30년간 뮤지컬 대중화에 앞장서고 서울예술단을 거친 많은 배우가 활약했다. '잃얼'의 경우 예산이 마련되면 해외까지 갈 수 있다고 생각된다.

   
 

고종은 가상의 인물이 아닌데 실크 옷에 선글라스를 끼고 외국 왕자의 느낌을 보는 듯한 모습이 보였다. 이질감이 느껴졌는데 연기하며 어려움이 없었는지.

ㄴ 박영수: 3연째 하고 있는데 고종이 신문물을 실제로 좋아했다고 책에서 읽었다. 그래서 신문물에 대해 경험하고 사용하고, 국정을 보다가 엄상궁과의 놀이를 하는 장면에서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느낌이었다. 서양인들의 생활을 본인이 체험하는 장면이라고 생각하며 연기했다.

   
 

복귀작으로 '잃얼'을 택했다. 엄마가 된 뒤 무대에서 느끼는 배우로서의 변화가 있는지.

ㄴ 김선영: 올해까진 좀 더 쉬면서 내년에 좋은 걸 만나고 싶단 생각을 했다가 예술단 측으로부터 제의를 받고 작품의 음악을 듣고 장면을 보고, 무엇보다 이지나 연출선생님이시고 서울예술단 작품이었다. 그리고 2주라는 공연 기간이 마음의 부담을 좀 덜어준 게 사실이다. 요즘엔 보통 몇 달 하니까 짧은 시간 동안 좋은 컨디션으로 던져보고 싶다고 고민 끝에 결정했다. 하지만 연습하고 보니 기간만 2주였지 몇 달 치를 한 느낌이라 농담으로 '내가 이걸 왜 하나' 했다. 정서적으로도 매번 텐션이 강한 상태로 이어지기 때문에 너무 괴롭다. 그러나 그만큼 제 안에서 느껴지는 해갈이 있었다. 복귀작으로 몸은 힘들지만, 배우로서 많이 저를 풀어낼 수 있겠다 싶어서 과감히 결정했다. 작품에 임하는 마음이나 어떻게 끌어가야겠다는 고민이나 책임감은 주연이 늘 가져간다고 생각한다. 출산 후 때문인지 연차 때문에 성숙해진 것인지 마음은 뜨겁고 의욕은 불타지만 한편으론 비워지고 내려 놓아지는 마음이 공존했다. 그렇기에 몸이 힘들지만 즐겁게 연습에 열심히 임할 수 있었다. 또 명성황후가 아이를 잃은 것에 대해 예전에는 상상으로 연기했을 텐데 지금은 집에서 7개월 된 아이를 돌보는 입장에서 눈물이 많이 났다.

   
 

명성황후를 어떻게 그리고 싶었는지 궁금하다.

ㄴ 김선영: 대부분이 생각하는 명성황후의 이미지. 강하고 여장부적이고, 정치적으로 했던 모습들에 대한 한가지는 기본적으로들 생각하실 거다. 저는 이번 공연에서 그렇다면 왜 그녀가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해 관객을 설득하고 공감을 끌어내야 한다 생각했다. 강한 모습을 표현하지만, 그 이면에 여자의 뒷모습을 보여드려서 저렇게 될 수밖에 없었나 싶은 모습을 그리고 싶었다.

   
 

초, 재연은 차지연 배우와 했는데 김선영 배우와 호흡을 맞추며 이런 부분이 너무 좋더라 하는 부분이 있다면.

ㄴ 박영수: 누가 이런 질문을 하실까 하고 생각은 했다. 본의 아니게 비교는 아니지만, 차지연이란 여배우가 가진 포스가 있다. 커 보이고 전체적인 걸 압도하는 느낌이 있다. 선영 배우님을 이번에 만났는데 이 분도 그런 포스가 있을 거라 생각을 했다. 이미지로만 느껴졌던 부분이 있어서, 실제로 만나고 연기를 해보니 너무 따듯한 분이구나. 고종으로서 연민이 많이 느껴졌다.

   
 

신입단원이라 했는데 '잃얼'에서 비중있는 역을 하면서 선배들과 공연하는 감회가 남다를 것 같다.

ㄴ 이혜수: 제가 배역을 맡고 처음 든 생각은 너무 훌륭한 작품에 누가 되지 말자는 생각으로 임했다. 쟁쟁한 선배들과 함께하는 것을 영광으로 생각했다. 특히 김선영 배우님은 제가 연기를 시작했을 때부터 우상으로 삼고 있던 분이어서 같이 연기를 할 수 있어 영광이다. 앞으로도 많은 회차를 거듭하며 선배님께 많이 배우고 싶다.

   
 

작품 처음 합류하게 됐다. 소감과 캐릭터 해석 궁금하다.

ㄴ 이창엽: 연기하면서 서울예술단 분들이 너무 잘해주셔서 어려움은 없었고 캐릭터를 잡아가는 과정에선 저만의 캐릭터를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싶어서 고종이 가진 우유부단함이란 키워드가 겉으로 드러나기보다 다 알고 있지만 애써 모른척할 수밖에 없는 시대적 상황과 억눌림 등으로 삐뚤어져 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ㄴ 김태훈: 저는 서울예술단과 같이하는 게 '바람의 나라'에 이어 두 번째다. 굉장히 오랜만에 작품을 했고 반갑고 즐겁게 연습을 했다. 제가 가진 캐릭터가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기억하고 그것에 대해 제 시점에서 풀어가야 하는 인물이라 항상 그것들에 대해 동료들에게 많은 조언도 받고 굉장히 즐거운 작업이었던 것 같다. 너무 훌륭한 무용과 연기 보여주시는 단원분들, 동료들이 있어 든든하고 감사했다.

정원영 배우는 두 번째다. 소감이 궁금하고 바뀐 부분이 있는지.

ㄴ 정원영: 절 다시 불러주셔서 정말 감사하고 정원영의 '휘'를 기다려주신 관객들께 감사하다. 이번에도 2주밖에 시간이 안 되지만 무슨 다른 모습을 보여드려야 하나 싶어서 서울예술단과 좀 더 친해지고 적응된 모습, 작품에 온전히 스며들어 선화를 사랑하고 용서할 수 있는 감정을 보여주려고 연기를 구체화하려고 한다.

   
 

'곤 투모로우'와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배경이 됐다. '역사 느와르'를 표방한 '곤 투모로우'와 명성황후를 중심으로 한 '잃얼'의 차이점을 어필한다면.

ㄴ 이지나 연출: '잃얼'은 서울에술단의 제작 색깔에 맞게 가무극에 맞는 무용이 굉장히 많은 작품이다. 또 서울예술단의 작품을 사랑해주시는 관객분들이란 명확한 관객층이 있다. 그분들이 원하는 여러 요소를 많이 넣었고 명성황후의 개인적인 이야기, 국가적인 이야기보단 개인의 고뇌에 맞추고 미장센은 음악과 무용의 어우러짐, 무대와의 시너지에 신경 썼다. 고종에 대해서도 앞서 다른 분이 질문하셨지만 그런 부분에 있어 역사를 그대로 고증하기보다 컨템포러리에 발맞춰가지 않으면 갈 수 없단 생각에 비주얼적으로 컨템포러리하게 가고 있다. '곤 투모로우'는 국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이들의 희생을 이야기하며 집단의 비극에 희생을 맞췄다. 그 작품이 보는 관객층은 '잃얼'과는 좀 다르기에 스토리나 미장센이 남성적이고 빠르고 색이 다른 작품이 될 것 같다. 다만, 박영수 배우가 두 작품에서 고종 역으로 왔다 갔다 하며 망국의 시기에 모두가 같이 불행할 수밖에 없던 부분을 설명해주고 계신 것 같다.

   
 

갑신정변 씬이 인상적이다. 마치 랩 같은 대사를 소화한 팁이 있는지.

ㄴ 김도빈: 팁이라면 사실 초연 때 뒤에서 내려왔던 것 같다. 그땐 무대에서 내려오며 했는데 바닥도 번쩍이고 잘 안 보여서 테크 리허설 때 연출님께 욕 많이 먹어가며 대사하랴 움직이랴 정신 바짝 차려가며 연습 많이 했다(웃음). 이지나 연출님께 감사하고 있다.

'모퉁이 돌아' 에서 그 씬이 좋아졌다고 연출이 극찬했다. 달라진 점은 있는가.

ㄴ 조풍래: 그 장면이 좋아진 건 저 때문이 아니라 선영 선배 때문이라고 하셨다(웃음).

   
 

문화뉴스 서정준 기자 some@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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